[Opinion] 르 그랜드 힙합 페스티벌 리뷰(2) [공연예술]

글 입력 2018.03.1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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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국내 공연 역사상 최고의 라인업을 내세운 르 그랜드 힙합 페스티벌(이하 르 그랜드)이 그 막을 올렸다. 홍보 및 아티스트들의 입국 과정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르 그랜드는 화려한 무대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필자는 스탠딩 구역에서 공연을 지켜봤다. 25000명의 환호성이 가득했던 현장의 모습을 글로써 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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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랜드 힙합 페스티벌, 막을 올리다

공연이 열렸던 고척 스카이돔에 인접한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부터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날이었고, 티켓팅이 까다롭지 않았기 때문인지 수많은 외국인 관객들이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티켓을 수령하고, 입장 팔찌를 받아 공연장 안으로 입장하자 엄청나게 큰 무대가 눈을 사로잡았다. 무대는 외야 중앙 펜스 쪽에 설치돼 있었고, 필드 전체가 스탠딩 구역에 해당했다. 그리고 스탠딩 보다 비싼 가격에 팔렸던 테이블 좌석의 경우 무대까지 직선거리가 약 100M 정도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화질 전광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공연을 관람하기가 꽤나 수월해 보였다. 홈베이스 부근에선 페스티벌의 흥을 돋우는 칵테일과 생맥주를 판매하고 있었다.

오프닝을 맡은 것은 국내 실력파 래퍼들이었다. LA 교포 출신 래퍼 로스와 나플라가 각각 20여분 정도씩을 할애 받아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공연장을 예열시켰다. 그 뒤를 저스트뮤직 소속 래퍼들인 빌 스택스, 씨잼, 스윙스가 이었다. 빌 스택스는 ‘Buffet’ 믹스테이프 수록곡들과 함께 ‘바스코 시절’의 히트곡인 ‘말 달리자’를 선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낸 씨잼은 ‘Good Night’, ‘Puzzle’ 등의 곡을 불렀다. 스윙스도 ‘불도저’를 비롯한 히트곡으로 무대를 구성했고, 이후 세 사람이 동시에 무대에 올라와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 효과(We Effect)’의 수록곡들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세 사람 중 씨잼은 완성 단계에 있는 앨범이 세 개나 있으며, 발매 시기를 조율중이라는 소식을 알려 관중들을 흥분케 했다.



헤드라이너들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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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인 빅샥의 모습


저스트뮤직의 다음 순서로, ‘Man’s Not Hot’이라는 싱글로 하루아침에 코미디언에서 세계적 랩스타가 된 빅샥(Big Shaq)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빅샥은 지금껏 발매한 곡이 데뷔곡 단 하나인 신인이다. 그래서일까? 빅샥은 ‘Ni**as in Paris’같은 유명한 곡에 랩을 몇 마디 뱉고, 현재 작업 중인 미발매곡을 몇 곡 선보이는 수준의 무대를 보여줬다. 당연히 관객석에서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무대, 트레이드마크인 패딩과 볼캡을 장착하고 부른 ‘Man’s Not Hot’ 무대만은 정말 뜨거웠다. 관객들도 완곡을 떼창하며 이에 화답했다. 특히, 빅샥이 입으로 내는 총소리(The ting goes skrrrahh / Pap, pap, ka-ka-ka / Skidi ki-pap-pap / And a pu-pu-pudrrrr-boom과 같이 외계어에 가까운 가사들)를 완벽히 소화하는 위엄(?)을 보여주며 아티스트를 놀라게 했다.


▲Man's Not Hot을 떼창하는 관객들


그 다음은 오티 제나시스(OT Genasis)의 차례. 환상적인 씨워크로 등장한 오티 제나시스는 이 날 출연진 중 가장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매 곡마다 무대 전체를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뿜어냈고, 관객 호응 유도도 노련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스탠딩에 있었던 하지만 너무 뛰어다닌 탓인지 한 곡을 끝낼 때마다 노래를 끊고 같은 멘트(I love you Korea, You are fuxxin awesome!)를 반복해서 무대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석에서 ‘또 끊어?’ 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에너지는 압도적이었으며, 관객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놀 수 있게 판을 제대로 깔아줬다. 오티 제나시스 다음 차례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일본 솔로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지코’였다. 단 20분의 플레이타임이었지만, 이 시간을 본인의 히트곡들로 빽빽하게 채우며 분위기를 절정까지 끌어올렸다.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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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스의 세 멤버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테이크오프, 오프셋, 퀘이보


그리고, 투 체인즈(2 Chainz)가 등장했다. 195cm의 장신, 랩 네임과 어울리는 화려한 장신구들, 길게 땋은 드레드 머리까지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투 체인즈는 ‘트랩의 선구자’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히트곡들을 플레이했으며, 남부 출신 래퍼답게 비트를 화려한 랩스킬로 가득 채웠다. 앞서 무대를 했던 오티 제나시스와는 반대로 투체인즈는 멘트나 호응 유도를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랩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랩 실력엔 흠 잡을 곳이 조금도 없었지만 투 체인즈의 곡을 잘 모르는 관객들의 경우 무대 후반으로 갈수록 약간은 지루해 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라이브가 음원과 너무 비슷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것이 투 체인즈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엔 ‘It’s a Vibe’, ‘4AM’ 등 ‘Pretty Girls Like Trap Music’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불렀는데, 가장 좋아하는 앨범의 가장 좋아하는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미고스의 히트곡 'Versace' 무대


투 체인즈가 들어가고, 드디어! 드디어 전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그룹 미고스(Migos)가 등장했다. 한국에 오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들이 마침내 무대에 오른 것이다. 고척돔의 분위기는 전에 없이 뜨거워졌다. 미고스는 ‘Pipe It Up’, ‘Slippery’, ‘Versace’ 등 초창기 히트곡들과 ‘Motor Sport’, ‘Stir Fry’ 등 새 앨범(Culture II) 수록곡들, 그리고 지금의 미고스가 존재하게 해준 ‘Bad and Boujee’ 같은 히트곡들로 무대를 풍성하게 채웠다. 팬들이 거의 모든 셋리스트에 떼창을 했고, 미고스도 이에 화답했다. 또 다른 볼거리는 투 체인즈와의 콜라보 무대였다. 투 체인즈가 피처링에 참여했던 미고스의 곡들을 라이브로 선보인 것이다. 국내에선 피처링 가수가 페스티벌 같은 행사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굉장히 적다. 더구나 이 날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가장 거물급 아티스트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진귀한 광경에 관객석은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야말로 황홀한 시간이었다.



소문난 잔치, 이만하면 괜찮았다

공연이 끝나고 약 2주가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그 여운이 남아있다. 르 그랜드는 이번 1회 공연으로 국내 공연 역사와 힙합 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하고 싶다. 월드 클래스 힙합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흥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르 그랜드와는 별개로 섭외가 진행되었겠지만, 레이 스레머드(Rae Sremmurd),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등이 이번 상반기 내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힙합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경우 거물급 해외 아티스트들을 데려오려는 노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나 제이콜(J. Cole), 에이셉 라키(A$AP Rocky) 등의 내한도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것이다. 하루빨리 이들의 공연 리뷰를 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글을 마친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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