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친절이란 이름의 폭력, 전화벨이 울린다

글 입력 2018.03.18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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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내꺼 어떨 것 같아?”

콜센터 알바 1주일차, 친구는 어떤 아저씨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더랬다. 모르는 척 다른 말로 응대를 하다가 점점 심해지는 수위에 전화를 끊었지만 한껏 기대감을 품은 목소리는 너무도 끈적거렸고, 전화를 끊은 후에도 귓가에 착 달라붙어 친구를 괴롭혔더랬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지만 그 목소리가 가시기도 전에 친구는 다른 전화를 받아야했고, 그 누구도 사랑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어야 했다. 그날 부로 친구는 그 일을 관두었지만 그 자리는 아마 또 다른 누군가의 친구가, 혹은 또 다른 누군가가 채웠을 것이다. 누군가의 귓가엔 또다시 누군가의 끈적한 목소리와, 욕설과, 고성이 남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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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는 이 콜센터 직원들의 삶을 다룬다. 포스터엔 피로 그려진듯한 콜센터 직원의 모습이 있다. 피로 얼룩져있으면서도 얼굴은 보이지 않는 콜센터 직원의 모습은,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고 금방이라도 ’사랑합니다‘라고 외칠 것만 같아서 섬찟하다.

자신의 감정과 다르게 행동해야하는 이들은 비단 콜센터 직원 뿐만이 아니다. 소위 ’감정노동자‘라 불리는 이들은 영화관, 카페, 백화점····’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성희롱을 당하고서도 다음 고객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했던 친구처럼,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어떤 말을 듣고 어떤 짓을 당해도 ’친절함‘을 유지할 것을 강요받는다. 이 ‘친절’이란 이름의 폭력에 감정노동자들은 아무런 방패도없이 노출돼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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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고, 슬퍼도 그들이 그 고통을 견뎌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감정노동자들이 고통을 인내하는 이유는 결국 ‘살기위해서’다. 그렇지 않다면 그 고통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감정노동을 하다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마저도 지우게 되기 때무니다. 살기위해서 감정을 지워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지워내다 어느새 ‘나’마저도 지우게되는 상황. 살기위해서 삶을 지운다는 아이러니.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는 이 지점에서 모두에게 실존적인 의문을 던진다.

그 질문들은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지워갔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삶을 유지하는 것에 치여서 삶을 잃지 않도록. 삶을 위해서 하는 것에 삶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연극은 이를 통해 수많은 관객들, 수많을 을들을 보듬는다. 하루종일 감정에 치여왔던 이들이, 자신을 억누르기만 해왔던 이들이. 온전히 자신을 고민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부디 많은 관객들이 이를 보러 왔으면 한다. 거시적으로는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 사회적인 변혁을 이끌었으면 좋겠지만. 그 정도의 원대한 꿈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보다 많은 개개인들이 연극을 보며 위로를 받기를 바라본다.


예매는 여기. 아래는 상세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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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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