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업의 치열한 움직임,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_출판저널 Vol.503

글 입력 2018.03.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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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 출판저널 >이다. < 출판저널 >은 패션잡지도 아니고, 연예계 소식도 아니기 때문에 ‘오락성’으로만 따진다면 솔직히 크게 흥미로운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잡지를 또 읽고 있는 이유는 첫째, 문화예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이 속한 세속적인 영역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둘째, 트렌드를 쫓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작품으로서의 책이 아니라 출판업 자체에 대한 궁금증과 문제의식을 가지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부터였다. 방과후에 종종 들리곤 했던 동네 지하 서점이 언젠가 문을 닫았던 것이다. 충격이었다. 어른들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했었는데, 분명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을텐데 서점이 늘어나진 못할 망정 사라지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 다음 느꼈던 충격은 단골 서점의 폐업으로 인해 찾았던 옆 동네 서점에서였다. 거기엔 정말이지 문제집과 참고서로만 가득했다. 내가 좋아했던 한글 소설은 한 쪽 구석에, 작가별로 많아야 5권 정도밖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엔 서점이 책장사가 아니라 '공공기관'인줄 알았나보다. 서점들이 제 본분을 잊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서점이면 서점다워야는거 아냐? 하는 생각.

 궁금증에 비해 게을렀던 어린 시절의 나는 그저 의혹만을 품은 채,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채 학창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어렴풋하게 나마 알게 되었다. 임대료와 유통업에 대해, 문화예술에 대해, 변화에 대해, 그리고 저물어감에 대해.  어릴 때보다 책도 더 많이 읽었다. 하지만 늘어가는 건 지식이라기 보다는 괴리감이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종이책을 원하지 않았다. 뉴스에서 본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책보다 인터넷을 많이 보는 학생이 더욱 똑똑하고 아는 게 많다고 한다. 전공책이 아닌 책을 들고 다니면 같은 대학생들도 신기하게 쳐다봤다. 책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일컬어지지만, 현실적으로 '출판', 그리고'종이책'은 분명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번 읽었던 < 출판저널 > 494호는 출판업계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미디어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사회적 변혁기에 출판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살아남기위해 뭐라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 출판저널 > 503호는 출판업계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변화, 또 다른 모습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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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백화점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    

 < 출판저널 >에는 단순히 출판업에 관한 비즈니스적이고 딱딱한 내용만이 아닌 책문화 자체에 대한 콘텐츠도 담겨있다. 도서 공간에 대한 칼럼으로 이번에는 네덜란드 플레보미어주에 위치한 렐리스타트(Lelystad) 공공도서관을 소개하고 있었다.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은 백화점의 주요 입지 조건, 편리한 접근성과 최적의 교통편의를 충족시키는 렐리스타트의 중심부에 위치해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바구니가 있고,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있을 법한 컨베이어 벨트에 책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칼럼의 저자 신경미씨는 이러한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을 '지식백화점'이라고 소개한다. 하고 많은 방법 중 렐리스타트가 굳이 백화점 컨셉으로 도서관을 꾸민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도서관이 책을 '빌리는 행위'를 넘어 그 안의 지식과 가치를 내면화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답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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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과 출판   
 
 증강현실, 혹은 가상현실이라는 단어는 출판과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최근 출판시장에서는 이러한 최첨단 기술을 도서에 적용하여 도서의 이미지나 배경과 앱을 연결해 3차원의 가상 이미지와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유아나 초중고 대상 교육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은데, 이와 관련된 기업으로 빅토리아 프로덕션, 룰루랄라(LuLuLaLa), 디엔피 코퍼레이션(DNP Coporation) 등도 소개한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칼럼의 저자는 그것이 출판시장에서 갖는 의미까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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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   

 이번 < 출판저널 > 503호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주제는 '지역출판'이다. 출판업계에 몸담고 있는 다양한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출판에 대한 좌담을 나눈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해 어떤 부가적인 해석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 출판 저널 >의 발행인 정윤희는 책을 내는 출판사가 지역성을 띠고 있다면, 지방자치의 행정 하에 출판을 하고 있다면 '지역출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제주출판연대 사무국장이자 도서출판 담론 편집자인 김나영은 '지역출판'이라는 단어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출판, 지역에 관해 다루는 출판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간 지역 차원에서 도서를 바라본 적이 없고, 단순히 한국에서 가장 문화가 융성한 서울에서 출판업이 성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기존과 전혀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유익했다. 본 좌담은 우리에게 출판업 내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새로운 측면의 다양성 문제를 고민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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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자세히 언급한 콘텐츠들 외에도 < 출판저널 >은 '사서들이 읽은 책'을 비롯한 다양한 도서를 리뷰와 함께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판업계 리더십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담고 있다. 더불어 문체부의 2018년 업무계획을 요점정리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해외 시장 내 한국 도서의 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룬다. 올해부터 격월 발행으로 바뀐 < 출판저널 >은 작년에 만나본 494호에 비해 훨씬 다채로운 주제를 보다 밀도있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 출판저널 >을 통해 생존과 발전을 위한 그들의 치열한 움직임을 목격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도서를 애호하는 이에게 출판업계 자체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이다. 도서는 예술인 동시에 상품이고, 이를 위해 출판업은 살아남아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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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잡지를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출판저널 디지털 라이브러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니 온라인으로 보다 저렴하고 편하게 만나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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