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산울림 고전 극장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글 입력 2018.03.20 10: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고전극장포스터.jpg
 

 산울림 고전 극장의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연극을 보았다. 연극을 보기 전에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정말 궁금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배우님들께서 연기를 잘하셔서 그런지 시작과 동시에 바로 몰입되어 관람을 했던 것 같다. 중간중간 심각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다시 분위기가 풀어지고, 긴장했다 다시 풀어짐의 연속이었다.

 이 연극의 ‘햄릿’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막이 끝나고 나서야 시작되었던 것 같다. 원작 ’햄릿’에서는 햄릿의 친구인 ‘호레이쇼’를 제외하고 모두 죽고 끝이 나지만 이 연극에서는 호레이쇼가 죽었던 모든 이를 깨워 다시 ‘연극’을 시작한다. 다시 시작된 ‘연극’의 내용이 원작 그대로 흘러가길래 결말도 그럴 줄 알았는데 달랐다. 햄릿은 잠드는 것을 선택하고 끝이 나 버렸다. 이렇게 끝이 나면서 갑자기 생각이 몰려왔다. ‘뭐지? 왜 이렇게 끝을 낸 거지?’, ‘햄릿은 모두의 죽음을 후회했던 것인가?’, ‘그 후에는??’ 연극을 보기 전 원작을 읽고 가서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햄릿’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연극을 보아서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계속 생각을 해보았다. 극중 햄릿이 원작의 한 구절을 되풀이하며 말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 구절을 다시 읽어보면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 책을 찾아 다시 읽어 보았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상한가?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맞는 것과
밀려드는 역경에 대항하여
맞서 싸워 끝내는 것 중에.

죽는다는 건 곧 잠드는 것.
그뿐이다.

잠이 들면
마음의 고통과 몸을 괴롭히는 
수천 가지의 걱정거리도 그친다고 하지.

그럼 이것이야말로
열렬히 바랄만 한 결말이 아닌가?
죽는다는 건 자는 것. 잠이 들면 꿈을 꾸지.
아, 그게 걸리는구나.


 여러 번 읽어보아도 잘 모르겠다. 죽는다는 것은 잠드는 것이라는데 햄릿은 잠들며 끝내지 않았던가? 그러면 햄릿은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잠이 들면 걱정거리도 그치고, 그것이 바로 열렬히 바라던 결말이라는 햄릿을 생각해보면 결국 주변에 둘러싼 모든 상황에 지쳐서 포기하고 잠들어 버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려드는 역경에 맞서 싸워 끝내는 것’은 이미 이전 생에서 했으니 이번에는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맞는 것’일까. 참 어렵다.

 이 연극을 본 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연극 ‘햄릿’을 보아서인지 이번 주 내내 삶과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나는 왜 살아가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친구와 ‘만약 내가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나는 더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은 ‘지금의 나는 결정할 수가 없다’였다. 그 순간이 진짜로 온다 해도 나는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할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때 나눈 이야기를 떠올려보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하며 고민하던 햄릿이 조금은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말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