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샤 파테예바, 클래식 색소폰의 진면목을 보여주다

색소폰, 한계를 모르는 괴물
글 입력 2018.03.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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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청아한 소리였다. 재즈 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색소폰의 음색과 사뭇 달랐다. 연주 기법도 보다 정교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새소리처럼 날카로운 고음 처리,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빠른 패시지, 심장을 치는 것 같은 묵직한 저음까지... 목관 악기의 한계는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종류의 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클래식 색소폰의 진면목이 아닐까. 지난 15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아샤 파테예바의 공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색소폰이라는 악기에 대한 모든 편견이 부서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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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트홀의 클래식 나우!



아샤 파테예바, 클래식 색소폰계의 신성(新星)


"클래식 색소폰이 음악계에서 정당한 그의 자리를 찾아가길 바랍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서울 연합뉴스 인터뷰 내용 中) 아샤 파테예바는 클래식 색소폰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연주가이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지만, 아버지가 사 온 색소폰에 흥미를 갖고 10살부터 본격적으로 색소폰 연주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녀는 러시아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학교를 거쳐 독일 쾰른 국립음대에서 학사를, 함부르크 국립음대에서 실내악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국제 콩쿠르를 섭렵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클래식 색소폰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공연 날 객석에서 바라본 아샤 파테예바는 자신감으로 뭉쳐있는 젊고 아름다운 연주자였다. 그녀는 연주를 하기에 앞서 영어로 곡에 대한 짧은 해설을 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청중과 최대한 소통하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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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야나기 미야코(왼), 아샤 파테예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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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아샤 파테예바



색소폰, 한계를 모르는 괴물


지난 15일 공연은 아샤 파테예바의 첫 내한 리사이틀이었다. 클래식 색소폰계에 어지간한 관심이 있지 않는 한, 그녀의 이름을 알기란 어려운 일. 공연 날짜가 임박하기 전에 프로그램에 수록된 곡들을 찾아서 들었다. 그녀가 연주한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기도 했다.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섣불리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비로소 확신했다. 색소폰이란 악기는 한계를 모르는 괴물이었다. 아샤 파테예바는 색소폰을 아주 우아하면서도 쉽게 연주했다.

특히 윌리엄 올브라이트의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색소폰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곡이었다. 긴 카덴차로 시작하는 4악장 ‘레치타티보와 춤’의 즉흥 연주 스타일은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 것이 힘겨울 정도로 흥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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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색소폰을 아주 우아하면서도 쉽게 연주한다.


인터미션 이후 2부에서는 거슈윈의 전주곡과 무친스키의 소나타가 이어졌다. 대막을 장식한 곡은 프랑수와 본의 ‘카르멘 판타지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이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을 색소폰과 피아노 연주로 듣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오페라에서 카르멘이 처음 등장할 때의 음악으로 시작해 ‘운명’ 동기와 담배 여공들의 노래를 거쳐 ‘하바네라’와 ‘집시의 춤’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야말로 색소폰이란 악기를 통해 화려하게 가공된 선율이었다.

마지막에 울려 퍼진 ‘투우사의 노래’는 색소폰의 당당한 음색을 힘입어 더욱 극적인 효과를 자아냈다.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세례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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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진지하면서 유쾌했던 공연 분위기



연주자와 악기가 하나가 되는 순간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함께 관람한 엄마에게 감상을 물었다. 엄마는 알토 색소폰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주자의 엄청난 열정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이셨다. "모든 숨을 아낌없이 불어넣어 연주하더구나. 보는 내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색소폰과 숨. 색소폰과 호흡. 차가운 목관 악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를 생각해본다. 좋은 소리가 가슴을 공명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연주자의 재량에 달린 문제일까? 악기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능력? 아샤 파테예바의 색소폰 연주를 보면서 조금씩 깨닫는다.

연주자와 악기, 악기와 연주자를 따로 떼어 생각하는 건 무의미하다. 어느 순간 그들은 하나의 영혼이 되어 저만치 달려 나간다. 자유롭다. 거기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감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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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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