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능성으로의 초대

글 입력 2018.03.20 19:4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_8602965477_a534ff6a4a_b.jpg
 


새로움


우리는 왜 새로운 것을 쫓는 것일까? 조금 생각해보면 새로움이 긍정적인 가치를 갖는 것이 그다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것은 낯설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새로움에 대해서 환대하는 것보다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생명체의 본성상 자연스럽다. 예컨대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경우 못 보던 동물이 등장하거나, 처음 보는 식물을 발견하거나, 낯선 기상 환경을 만나게 되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그러한 새로움이 내 목숨에 위협이 되지 않는지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새로움에 대한 가장 원시적이며 본능적인 반응일 것이다.

따라서 새로움에 대한 추구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창조로 승화시킨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창조는 새로운 환경이라는 위협에 대응해 인류 자신 역시 변화하고 발전하고 새로워지는 과정에서 탄생했을 수도 있고, 그러한 인류 발전의 결과 이룩한 문명 덕분에 더 이상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에서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러한 과정에서 인류는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예술이라는 영역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꾸미기_pexels-photo-426893.jpeg
 

물론 인류 전체가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어도 개개인에게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상당 부분 성향의 문제일 수 있다. 새로움 자체에 대한 수용성도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종류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지도 각기 다르다. 개인적인 얘기를 잠시 쓰자면 나는 스스로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사람이라 평가한다. 단적으로 카페를 매우 좋아하지만 늘 안 가본 곳만 다니려 해서 단골 카페는 없다. 내 삶에 있는 것들에 집중하기보다는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그래서 계속 새로운 것들을 삶 속으로 들여오려 한다. 새로운 공부, 새로운 취미, 새로운 사람들, 심지어 새로운 정체성…. 단점이라면 한 분야에 대해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성향을 마음에 들어한다.

새로운예술을꿈꾸는사람들_표지.jpg
 
새로움을 찾는 예술가들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새로움이 주제라는 것 자체만으로 내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요즘은 하도 새로움, 창조를 많이 얘기하는 시대라 제목은 살짝 진부한 감이 있었지만, 내용을 엿본 순간 기대감에 부풀었다. 예술과 철학, 예술과 새로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창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작품과 삶을 풀어놓은 이 책은 무한한 가능성으로의 초대가 될 것이다.



조금 다른 예술 소개서


2년 쯤 전부터 미술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갖고 혼자서 미술관을 돌아다녀왔다. 각각의 전시가, 각각의 작품들이 자기만의 빛깔을 지니고 있다. 그 찬란한 빛들을 내 온 마음으로 머금는 시간이 좋았다. 미술 입문자라서 그렇겠지만, 작품에 대한 지식에는 큰 관심이 없다. 작품 설명을 읽어보기는 하지만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 별로 없고,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는 오히려 관람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피한다. 그 어떤 언어적인 치장 없이 작품과 내가 맨몸으로만 만나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설명만 있는 예술 소개서라면 교양을 쌓는 기분으로 잠깐 읽다 덮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좀 다른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작품 속에 녹아든 예술가들의 삶을 담았고, 작품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철학을 담았다.

정보와는 소통할 수 없지만 이야기와는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보다 나음’을 향한 끊임없는 순례"를 주제로 하는 이 책을 통해 나은 것은 무언지, 새로운 것은 무언지 등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싶다. 나아가 정보가 아닌 이야기를 쌓으면서 진정한 의미에서 작품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


저자 최도빈은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제 막 철학을 시작하려는 내게는 그 길을 먼저 간 선배인 셈이다. 그래서 더욱 그의 철학이 궁금해졌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 “맹자와 흄의 정감주의 덕 이론 연구”라는 점도 흥미를 끌었다. 동서양을 아우르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예술과 철학을 연구하는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영감과 가르침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김해랑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