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리'꾼'들의 퓨전국악 한 판: <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 단독 공연

글 입력 2018.03.2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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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꾼'들의 퓨전국악 한 판"
<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

제작_ 두번째달 / 기획_ 하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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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판소리는 ‘판소리답게’ 불러야한다고 생각했다. 온갖 음악적 실험이 이루어지고 크로스오버 곡들이 심상찮은 성과를 거두는 마당에 웬 소리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판소리만큼은 그랬다. 북을 치는 고수와 창을 하는 창자의 호흡만으로 이끌고 가야한다고 말이다. 서구악기나 현대적인 음악적 장치로 판소리를 새롭게 디자인하면 원래의 아우라가 훼손될 것 같았다. 판소리, 라고 부르기엔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되어버리거나. 너무 보수적인 관점인 걸까. 응원하는 차원에서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소리판’을 벌일 수 있는 마당도 드물고 '판소리계 소설'을 제대로 정독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흔하지 않기에, 판소리가 대중들에게 다가갈 명분도 적고 입지 자체가 위태롭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원래의 모습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의 무지한 염려를 산산조각 낸 ‘어벤져스 팀’이 있다. 두번째달 X 고영열 X 김준수. 그들이 만들어낸 <춘향가>는 우리 판소리가 얼마나 무궁무진한 잠재성이 있는지 증명했다. 물론 오리지널 춘향가와는 느낌이 다르다. 바이올린, 아코디언, 아이리쉬 휘슬 등 두번째달만의 유럽 민속 악기 연주가 삽입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냥 놀랍기만 한 이질적인 무대는 아니다. 여러 서구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이국적 선율들이 가락을 방해하기는커녕 어떤 면에선 훨씬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또렷한 멜로디로 치환되기 힘든 판소리 곡조가 풍부한 반주에 의해 귀에 쏙쏙 박히도록 살아나는 지점들은 꽤나 흥미롭다. 가락이 훼손되지 않게 배려하면서도 대중들의 공감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해석과 연구가 있었을지.
     
 고영열과 김준수라는 젊은 소리꾼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고영열은 중후함이 느껴질 만큼 풍부하고 짙은 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김준수의 소리는 날카롭고 예리하여 감정을 푹푹 찌르고 들어오는 힘이 있었다. 두번째달의 화려한 연주에도 그들의 존재감은 묻히지 않고 제각기 빛을 발했다. 이몽룡이 됐다가 방자가 됐다가 춘향이가 됐다가 장모가 됐다가 주거니 받거니 노는 마당극 연기도 능청스럽고 재치 있었기에 이들이 제대로 소리판을 깔고 노래하는 모습도 궁금해 질 수밖에 없었다. 공연의 특성상 이야기하듯이 엮어나가는 아니리가 대부분 삭제되어 서사적인 맥락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쉽다거나 불만족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주요 장면들은 ‘제대로’ 해냈다.
     
 ‘제대로 할 수 있는 자’들에겐 뭘 맡겨도 되겠구나, 느꼈다. 창자에 따라 천차만별로 표현되는 판소리적 곡조를 단순히 다른 서양 악기와 퓨전시키는 것은 너무 단순한 발상이라 여겼는데. 철저하게 배경음악이 되기를 선택한 두번째달의 선택이 대단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들의 연주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절대 백그라운드 정도로 그치지 않았지만.) 전통가락을 완전히 침범하거나 탈바꿈시키지 않고도 새로운 분위기를 창출해낸 것이다. ‘고전이니까 멋있고 좋다’ 정도로 즐겼을 뿐 아니라 사랑가, 이별가, 귀곡성 등의 무대에서는 ‘원래 가사가 이렇게 아름다웠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뭉클했으니 이 정도면 춘향가에 제대로 접근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정재일과 한승석의 콜라보 앨범만큼이나 내게 특별한 앨범이 생겨버렸다. 두번째달과 이 젊은 소리꾼들의 춘향가. 그들의 무대까지 봐버렸는데 어떻게 쉽게 여운이 그치리. 앞으로도 우리 고전을 재해석하고 발굴하는 작업들을 계속 해주셨으면 한다. 고전의 현대적 가치를 의심하는 자들이나 전통을 전통으로만 박제시켜 놓으려는 자들 모두가 마음 놓고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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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 >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 에스닉퓨전밴드 X 소리꾼 -


일자 : 2018.03.17(토) ~ 03.18(일)

시간
토요일 - 7시/ 일요일 - 3시, 7시

장소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기획
하이컴퍼니

제작
두번째달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 80분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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