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들이기에 가능했던 독특한 도전,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눈 앞에 펼쳐진 멋진 완창을 부인할 길은 없었다.
글 입력 2018.03.22 01:3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두번째달_Poster.jpg
 

[Review]
당신들이기에 가능했던 독특한 도전,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저희 되게 많은 걸 했어요. 모르셔서 그렇지.”

왜 몰라요. 저도 좀 안답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소극장에서 답을 할 순 없으니 그저 그들의 말 흐름에 맞춰 하하호호 웃었다. 고영열 소리꾼이 중학교 때부터 두 번째 달 팬이었다는 말을 할 때도 고개를 끄덕였다. ‘얼음연못’ 이야기를 할 때도 공감했다. 얼마나 반가운 공연이었는지. 공연을 보는 내내, 한참 두 번째 달 음악을 좋아하던 과거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익숙한 선율들이 마구 나를 찔러댔으니.


두번째달_2.jpg
 

하지만 마냥 익숙했던 건 아니었다. 두 번째 달과 고영열, 김준수 소리꾼의 콜라보는 사실 조금 새로웠다. 이미 음반으로 곡들이 나와있지만, 즐겨듣진 않았다. 이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한때의 내가 음악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을 탓할 수 있겠다. 판소리는 판소리대로, 월드뮤직은 월드뮤직대로, 각자의 갈길이 있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매우 좋아하던 음반은 아니었다. 하지만 콘서트에 가니, 와, 눈 앞에 펼쳐진 멋진 완창을 부인할 길은 없었다.

춘향가를 모르지 않기에 더더욱 그랬다. 만첩청산, 사랑가, 이별가, 어사출두, 더질더질! 판소리가 총 14곡으로 재탄생해 소극장 객석 사이사이를 후벼 파고 다녔다. 신나는 장단, 슬픈 정한,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가득 찬 무대였다. 한국적인 소리와 이국적인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데 어쩜 그렇게 이질감이 없던지. 오히려 두 소리 사이의 미묘한 간극이 가사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춘향가의 스토리를 선율로 더욱 살려낸 것이 ‘감동적’이었다. 오직 목소리와 북소리로만 채우던 감정이, 온갖 악기들의 소리로 메워졌다. 목소리는 더 힘있고, 더 슬프고, 어쩌면 더 신났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들렸다. 앞으로 퓨전이 아닌 것은 몰입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했었다.

‘계획된’ 앵콜도 하나의 재미였다. 모두들 기대되는 마음으로 앵콜을 부르고, 약속한대로 그들이 나와 새로운 곡을 연주하는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두근거렸다. 앵콜곡이었던 ‘서쪽하늘에’는 내가 두 번째 달 곡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여서 더욱 그랬다. 깜짝 게스트의 등장도 흥미진진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소극장에서 만나다니, 앵콜곡이라는 아쉬움과 동시에 상상하지 못한 앵콜곡에 웃음이 터졌다.


13.jpg
 
 
두 번째 달에게 많이 관심 가져달라는 말에, 그럴 테니 제발 계속 음악을 해달라는 부탁을 건네고 싶었다. 한 때 아이팟 가득 채웠던 그 음악을, 이런 새로운 모습도 너무나 좋으니 계속 해달라고. 우리의 것을 계속 사랑해달라는 소리꾼의 말에, 옛 시각으로만 가둬왔던 것에 대한 미안함을 건네고 싶었다. 새로운 모습에 오히려 감동했다고. 그들에게 이런 말들을 전하지 못한 채 나오는 소극장은 참 포근하고 따뜻했다. 판소리 춘향가가 남긴 열기였을 것이다.

어제였던 21일에는 두 번째달의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송소희 소리꾼과의 콜라보다. 앨범명 <모던민요>. 판소리뿐만 아니라 민요에도 손을 뻗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아리랑부터 ‘니나노’라는 구절로 유명한 태평가까지 담아낸 앨범이라고 하니, 매우 기대가 크다. 언젠가 이 앨범 역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따뜻한 봄에 만나는 로맨틱한 콘서트 두번째달 국악프로젝트 ‘판소리 춘향가’

유럽의 민속악기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는 두번째달의 음악은 새롭지만 낯설지 않다. 국악프로젝트 ‘판소리춘향가’ 또한 전통적인 판소리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자칫 평면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형태를 보다 풍성하게 두번째달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였다. 전통음악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말과 시김새 등의 표현방식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음악과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춘향가’를 음악극 형태로 연주하여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믿고보는 실력파밴드 두번째달

2005년 데뷔한 두번째달은 국내 음악계에서는 드문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적 시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부분을 수상한 실력파 밴드로 드라마 ‘아일랜드’, ‘궁’, ‘구르미 그린 달빛’의 OST에 참여했으며, ‘푸른바다의 전설’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들의 공연은 ‘한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따라 다닐 정도로 다채롭고 흥겹다.
 

에스닉퓨전밴드X소리꾼의 콜라보레이션

밴드 두번째달의 독특한 악기 구성인 바이올린, 만돌린, 아이리쉬휘슬, 아코디언, 일리언파이프 등 다양한 유럽의 민속악기들로 대한민국의 전통음악인 판소리를 반주한다는 개념으로 작곡되고, 연주되었다. 마치 1920년대에 유럽의 음악가와 구한말의 소리꾼이 만나 판소리를 연주하며 유럽과 조선을 오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콘서트는 단독콘서트답게 춘향가 앨범을 함께한 소리꾼 ‘김준수’와 ‘고영열’이 매회차 함께 하여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판소리 춘향가 이외에도 두번째달의 다른 국악프로젝트곡과 신곡도 공개하는 풍성한 프로그램의 콘서트다.





< 공연정보 >


2018 두번째달 '판소리 춘향가'
- 에스닉퓨전밴드 X 소리꾼 -

일자 : 2018.03.17(토) ~ 03.18(일)

시간
토요일 - 7시/ 일요일 - 3시, 7시
 
장소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기획
하이컴퍼니

제작
두번째달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 80분





PM 태그.jpg


[이주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