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과 죽음 사이를 조각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는 좋은 사람인가?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3.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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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걸을 때
자신의 몸무게를 의식하지 않고
가볍게 걷는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어떤 경우든 죽은 사람보다도
의식이 없는 사람보다도 가볍다.

내가 보여주려는건 바로 그것,
그 가벼움의 본질이다.

- 알베르토 자코메티 (1910-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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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메티의 예술세계


자코메티는 예술가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과정에서 어렸을때부터 예술감각을 기르고 독서를 많이 했다. 그는 자신이 예술의 장르를 선택할때, 회화에는 어느정도 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이 이해할수 없는 조각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고 한다. 자코메티는 20대때부터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죽은 시체들을 현장에서 목격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코메티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생각하며 언젠가는 죽더라도 삶을 살아가는 인간을 조각하였다.

일반적으로 조각은 살을 붙여나가며 형태를 완성시키지만, 자코메티의 작업은 조금씩 군더더기를 걷어내면서 사람의 몸을 간략하게 표현을 하였다. 실제 작품들을 보면, 조각의 반죽들의 느낌이 살아있고 본을 뜨는 과정에서 흙이 눌린 자국들까지 전부 표현이 되어있다. 하나하나 섬세한 묘사가 되어있는 작업이 아닌, 전체적인 거친 느낌을 보여주는 작업은 우리에게 또 다른 느낌의 숭고함을 느끼게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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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사람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展'에서는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오리지널 석고 조각의 원본이 전시되어있다. 침묵과 묵상, 기도의 방에 전시되어있는 '걸어가는 사람'은 소더비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평가액 2조 1천억원에 낙찰이 되어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시실에서는 이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가만히 응시하고 생각에 잠길수 있게 해놓았다. 걸어가는 사람을 조용히 앉아서 응시하고 있자면, 자코메티가 표현하고 싶었던 인간의 강렬하고 생생한 생명을 느낄 수 있다.

자코메티의 말처럼,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마침내 일어서서 걷고 걸으며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고독한 인간을 탐구하는 예술가 자코메티, 우리는 그의 강렬한 예술세계를 생각하며 이 전시를 감상하면 조금 더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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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코메티는 좋은 사람인가?



자코메티는 1962 베네치아 비엔날레 조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살아있을때도 굉장히 성공한 예술가였다. 동시대의 최고의 예술가 피카소가 질투를 했을 정도로 그는 재능이 있는 예술가였고, 상당히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고 알려져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7평 남짓의 작업실을 사용했다. 위대한 예술가였을지라도, 그는 좋은 남편이 되지는 못하였다. 그가 살아가는 방식에 그의 아내 아네트 암은 수없이 상처를 받았다. 그의 아내 아네트는 최소한의 부엌이라도 갖추어진 조금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했지만, 남편의 뜻에 따라 이 집에서 살았다. 아네트는 그의 작업실을 정리하고, 궂은 일들을 하는 헌신적인 조수이자, 그의 작업에 중심적인 모델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자코메티는 당시 20살도 채 되지 않은 술집여자 캐롤린과 외도를 하였고, 헌신적이던 아내에게 해주지 않았던 선물들을 주었고, 마음까지 전부 주었다. 심지어, 그는 죽을때 아내에게 캐롤린의 손을 잡고 죽고싶다는 말을 하며 결국에는 그녀의 손을 잡고 숨을 거두었다.

미술의 역사를 보았을때, 외도를 하지 않은 예술가를 찾는것이 굉장히 어려울만큼 굉장히 많은 예술가들은 외도를 일삼았다. 공식적으로 결혼을 한 상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애인을 거느리는 예술가들은 과연 어떠한 이유로 그런 행동들을 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자코메티는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를 저버리고, 아내 앞에서 다른 여자를 안았다.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예술가라는 변명으로는 차마 해석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을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여 작업을 하는 예술가라면, 최소한 자신의 감정에서 인간적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해야하며,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을 한다. 예술가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하며,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동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꺠달아야한다.

본인도 예술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때때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재능과 명성, 그리고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이유로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은 작업에 쏟는 것이 예술가의 도리이지, 그것을 주변에 표출하면서 주위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끼친다면 그것은 인간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을 한다. 감정의 일부분을 절제하는 삶을 살며, 필요할때 작업에 쏟아붇는 감정이야말로 숭고한 감정이며, 우리가 예술의 '영감'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것이라고 느낀다. 자코메티는 분명 위대한 조각가이자 성공한 예술가이지만, 과연 그는 좋은 사람이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자코메티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들 또한 자신의 인성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연마된 감정이야말로 진정한 영감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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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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