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소폰과 피아노, 그날 내리던 비

글 입력 2018.03.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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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금호아트홀 3층에서
아샤 파테예바와 코야나기 미나코의 연주가 열린날,
밖에는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비가 좋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져 내리는 장대비는 마음의 응어리를 다 씻어 내리는 것 같아 시원한 맛이 있다. 반면, 공중에 흩뿌려지듯 내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어느새 땅을 촉촉이 적시는 비는 마음까지 촉촉이 적셔준다. 마치 어릴 때 아직 싹이 나지 않은 화분위에 잘 자라라고 기도하며 뿌려주었던 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라는 커다란 화분에 자라고 있는 나는, 그런 비를 즐기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시간이 되자 공연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공연장이 조금 북적였지만 기분 좋은 웅성거림이었다. 처음 가보는 금호아트홀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소박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지만 그래서 공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은 저녁 8시, 정시에 시작했다.
 


다른 색소폰


공연을 보기 전 흔히 들었던 재즈풍의 색소폰 소리와 다른 클래식 색소폰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대된다고 프리뷰를 작성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다른 색소폰을 만났다. ‘재즈 색소폰’ 소리가 정확히 무엇이라 정확히 규정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새로운 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작년 크리스마스 친구와 갔던 재즈 공연에서 들었던 색소폰 소리, 혹은 카페에 있을 때 나오는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색소폰 소리가 내게 익숙한 음색이었다.
 
하지만 아샤 파테예바가 연주하는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내게 익숙했던 음색은 색소폰이 가진 음색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치 색소폰이 낼 수 있는 모든 범위의 소리를 최대한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클라리넷이나 플룻 같기도, 오보에 같기도 한 다양한 색깔의 소리가 색소폰에서 나왔고 이따금 거칠게 숨을쉬듯 몰아치는 소리도 인상깊었다.

특히 그녀의 작은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코야나기 미나코의 피아노 연주도 아샤 파테예바의 색소폰과 다른 소리를 주고받으며 공연장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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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와 열심의 차이


관람자로서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점은 프로그램에 나온 곡을 미리 숙지하고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여기서 고급예술로써 클래식과 대중예술로써 재즈의 경계가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만약 카페에서 아샤 파테예바가 연주한 곡이 흘러나온다면 어떨까? 고급-대중예술의 분기점은 학자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나는 이 둘의 차이가 바로 이 문화향유의 기회에서 생기는 게 아닐까 짐작했다. 평소에 듣기 힘든 곡이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열심을 발휘하여 듣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향유자로서 더 관심을 갖고 소통할 책임감이 생기기도 했다. 다음번 클래식 공연에는 꼭 프로그램곡을 미리 듣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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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과 피아노, 그 날 내리던 비


색소폰, 피아노 두 가지 악기의 단출한 구성이었지만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공연만으로도 아름다웠지만 그날 내리던 비에 대한 기억이 공연으로 연장되어 더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그날의 공연을 생각하면,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카페에 들러 급한대로 음료와 빵을 시켰더니 행사 기간이라고 쿠폰을 받고 20분 정도였지만 창가에 앉아 밤비를 즐겼던 그 때의 내 모습까지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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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그때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가지게 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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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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