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학과 미디어의 만남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3.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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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X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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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 하는 프로그램 중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고등 래퍼 2가 아닐까 싶다. 시즌 1 고등 래퍼가 흥행을 거두고 다시 돌아온 고등 래퍼2는 시즌 1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그중에 교과서로 랩 대결을 하는 무대는 흥미로웠다. 과격한 단어와 힘센 목소리로 내뱉는 랩에 교과서라니 어떻게 무대를 꾸밀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들이 꾸민 무대를 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자기들의 생각을 소설과 시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때까지 듣던 랩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문학과 힙합이 찰떡궁합이었다. 그중에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의 시로 꾸민 조원근 X 김근수 학생의 무대를 보자.


Started from the street 
듣보잡 내가 니 존심 밟았지
그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5천원짜리 맨투맨과 청색 반바지
내 Fashion 감각 욕 했지만
난 채워놨지 속내
진짜들 사이 껍데기는 가고
You can never 막지 못해 Ya

껍데기는 가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 알맹이만 남고
난 거짓에서 순수함을 얻었네
난 거짓에서 순수함을 얻었어

- ‘껍데기는 가’ 노래 중 일부 -

 


역사 X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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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래퍼뿐만 아니라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편에서도 역사와 힙합이 만나 사람들에게 새로운 전율을 줬다. 이는 시청자들이 역사를 다시 되새기는 시간을 주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꾸민 무대 중 개코와 황광희가 부른 ‘당신의 밤’이라는 노래가 애절한 멜로디로 그때의 시대상황을 더 잘 보여줬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오혁의 목소리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자.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별이 바람에 스치는 밤
내가 길을 잃은 밤
기억할게요 하늘의 별을 헤던 당신의 밤

- ‘당신의 밤’ 노래 중 일부 -





과거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무한하다. 그 과거에서 무엇을 꺼내는지는 각자가 고르면 된다. 하나의 작품을 보고 무엇을 끌어올 것인지에 따라서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어쩌면 고전문학이 사랑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일깨워 주면서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뻗어 나가는 길을 마련해준다. 고전문학과 역사 속에서도 무언가를 발견하고 노래,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로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창작 분야가 있지만, 그중에서 노래로 표현된 작품은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다가가고 흥미를 가지게 만든다. 멜로디가 가지는 힘은 대단한데, 들을 수 없는 목소리에 감정을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윤동주 시인이 쓴 <별 헤는 밤>이라는 시를 보면, 이 시를 읽는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기에 읽는 사람에 따라 감정을 다르게 넣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시는 오혁의 목소리로 나오는 순간 하나의 감정이 되어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다. 숨소리와 음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감정들이 멜로디가 되어서 우리의 가슴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시와 노래의 만남은 그때의 상황을 더욱더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제2의 창작으로 이어지는 문학은 어떤 힘과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문학은 책을 읽고 그 책의 교훈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책의 의미를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재창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학은 항상 그 시대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기에 고전문학에 지금의 상황을 반영하여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고전적인 것과 신문물의 만남은 항상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창작물을 가지고 또 다른 창작물을 만든다. 이러한 2차 창작은 시대가 바뀌면서 응용되는 범위가 더 넓어진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소설을 영화로, 영화를 노래로, 노래를 예술작품으로 표현한다. 일방적인 문화예술이 아니라 서로 간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영역이다.

어떻게 보면 서로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흔히들 아는 작품을 다른 형태로 만들어 낸다는 것. 아는 것을 뻔하지 않게 새롭게 각색하는 것. 이것이 문화예술이 가지는 무한한 힘이 아닐까. 앞으로도 문학과 미디어의 만남으로 색다른 창작물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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