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국 블루스의 어머니, Ma Rainey [음악]

글 입력 2018.03.2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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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Riney- See See Rider
*노래를 들으시면서 글을 읽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01. 블루스


 블루스는 19세기 말에 미국의 남부, 특히 미시시피 주 강 하류의 델타 지역에서 흑인 노동자들에 의해 발원된 음악의 형식이다. 처음에는 목화밭에서 일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filed holler로 시작해서 후에는 노예들이 상호간에 주고받으며 노래를 부르는 call and response로 발전했고, 19세기 말에는 혼자서 기타나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방식을 갖추었다.

 짧게 요약한 블루스의 발전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블루스는 흑인 노예들의 노동요에서 시작되었고 이후에 백인들의 음악적인 요소가 결합되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블루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02. 블루스의 특징


 사실 처음에는 블루스라고 하면 미국 사교계의 음악, 혹은 느린 박자의 멜로디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블루스에 알고 있는 지금은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블루스의 대표적 특징은 과거 call and response의 노래 형태가 확장되어 가수가 선창을 하면 후에 군중이 따라 부르는 노래의 형식이 많았다는 점이다.

 노래의 주요가사들은 블루스(Blues)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흑인들의 비참한 생활환경, 인간적 슬픔, 고뇌, 절망감과 같은 감정을 담고 있었으며(blue라는 단어가 서양에서 슬픔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에는 흑인들의 슬픔과 소망, 기쁨, 자신들의 생각들까지 모두 노래 가사로 표현되었다. 때문에 생활 속의 사소한 부분들, 날카로운 정치적 입장이나 남녀관계의 예리한 통찰도 가사가 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가사에는 성적인 내용도 많이 포함되었다.

 슬프지만 여기서도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드러나는데 노래의 가사에 성적인 내용인 허락되었던 이유는 가수가 백인이 아닌 흑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흑인들은 자신들보다 낮은 계급이고 문란하다는 주요 백인계층의 인식 때문에 성적인 가사가 용인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블루스의 발전과정에서부터 노래의 가사에 이르기까지 블루스는 흑인차별의 역사를 노래의 전 과정에서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03. 흑인 여성 블루스 가수 Ma Rainey


 Ma Rainey는 미국인으로 최초의 흑인 블루스 여가수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거친 무대매너로 매우 유명했으며 뛰어난 음악성으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은 받았다. 블루스의 어머니라는 그녀의 엄청난 별칭만 봐도 우리는 그녀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전반적인 삶은 너무나도 우울했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녀는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했고 길거리에서 노래를 하며 생활을 연명했으며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가수였지만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는 아무도 그녀의 곁에 없었다. 실제로 죽음의 순간에 그녀의 모습은 매우 처참했으며 그녀를 블루스의 어머니로 기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MaRainey.jpg
 


04. See See Rider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녀의 노래에 더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그녀는 생전에 매우 호탕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흑인 “전통”블루스를 매우 사랑하던 사람이었는데 대표 곡인 See See Rider에서 그러한 그녀의 이미지가 잘 드러난다.
 
 Ma Rainey의 See See Rider는 바람둥이 남자에 대한 Ma Rainey의 서슬 퍼런 태도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See See Rider의 가사를 살펴보면 한 남자가 자신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폈고 나는 그를 피스톨 권총으로 쏴서 죽여 버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그 남자가 자신을 여성으로써 가지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여성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나온다.

 나는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내가 Ma Rainey와 사귀었던 남자라면 그녀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그녀에게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하거나 엉엉 울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의 구조적인 측면을 잠깐 살펴보자면, 이 노래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같은 가사형식으로 위의 02에서 언급했던 노래 가사에서 생활의 사소한 부분, 남녀관계에 대한 통찰을 주요내용으로 다루는 블루스의 특징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See See Rider - Ma Rainey

I'm so unhappy,
I feel so blue.
I always feel so sad.
I made a mistake
Right from the start.
Oh, it seems so hard to part.
Oh, but this letter
That I will write,
I hope he will remember,
When he receive' it.

Seee see, rider.
See what you done done.
Lawd, lawd, lawd.

Made me love you,
Now your girl done come.
You made me love you,
Now your girl done come.

I'm go'n away, baby,
Won't be back till fall.
Lawd, lawd, lawd.
Go'n away, baby,
Won't be back till fall.
If I find me a good man,
I won't be back at all.

I'm gonna buy me a pistol,
Just as long as I am tall.
Lawd, lawd, lawd.
Gonna kill my man and,
Catch the Cammomball.
If he don't have me,
He won't have no girl at all.




05. Ma Rainey’s Black Bottom


 Ma Rainey’s Black Bottom는 August Wilson의 첫 브로드웨이 공연작으로 블루스에 대한 Ma Rainey의 태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Ma Rainey’s Black Bottom를 보면 중반부에서부터 마 레이니의 검은 엉덩이라는 노래를 어떠한 형식으로 부를지 갈등하는 리비와 Ma Rainey가 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들의 싸움이 단순히 블루스를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블루스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수용의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백인들은 블루스를 몰라. 그들은 블루스가 흘러나오니 그저 듣고 있는 거지 블루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몰라. 블루스가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란 걸 모르는 것이지.

기분 좋으라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야. 삶을 이해하는 방법이기에 하는 것이지.


 이 말은 Ma Rainey’s Black Bottom에서 흑인들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블루스를 단순히 듣고 즐기기 위해 소비하는 백인들이 어떻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냐는 Ma Rainey가 말을 가져온 것이다.

 앞에서 블루스의 역사에 대해 설명할 때도 언급했듯이 실제로도 블루스는 유린된 남부 흑인들의 역사이며 삶 그 자체였다. 그녀가 부르는 전통 블루스는 거칠고 투박하며 외설적인 가사를 담고 있었으나 그 모든 것들은 남부 흑인들이 겪은 차별과 고통에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녀에게 블루스는 단순한 인기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미국 흑인들이 꿈과 희망을 찾고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탈출구와 같았다.
 
 또 백인들이 블루스를 노래하는 유명 흑인 가수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나오는데,
 

저 인간들 나에겐 아무 관심도 없어. 저들이 원하는 건 그저 내 목소리를 녹음기에 담는거야 ... 그런 다음 난 창녀나 다름없는 존재야. 저 인간들은 등돌리고 바지 주워입지.


 위의 말을 통해서 백인들이 흑인 블루스 가수들과 접촉한 이유가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높이 사서라기보다는 이용가치가 되는 흑인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흑인 노예 시절부터 인종차별이 철폐되고 흑인의 음악인 블루스가 인기를 얻는 순간까지 그들은 이용가치, 효용가치로써 백인들에게 여겨진 것이다.
 
*

 이 노래는 아니 더 큰 범주에서 Ma Rainey는 우리가 진정한 흑인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그녀는 너무나 비참하고 끔찍했던 현실을 이겨냈고 그것을 이야기하듯 노래로 담아냈다. 단순히 그들의 삶을 흑인들에 대한 글을 읽고 노래를 듣는다고 해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Ma Rainey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거친 목소리로 흑인의 삶을 노래하던 Ma Rainey.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흑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혹은,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 Ma Rainey에게 감사를 표현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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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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