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의 현재와 미래, 출판저널

글 입력 2018.03.2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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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책 좀 읽어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왔다. 괜한 반항심 때문이었을까, 오히려 책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나는 그 과거를 뼈저리게 후회하는 중이다.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책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집 안에는 수많은 책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이 당연한 풍경이라 생각했지만, 친구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우리 집이 꽤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어느 샌가부터 집안을 메운 책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새로운 책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책과 가까워질 수 없었던 나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스마트폰과 인터넷, 미디어 속의 정보만 좇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종이 책이 갖는 아날로그적 감성에 우연히 빠져들었다. 책 속의 다양한 메시지와 감성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그 사실을 안타깝게도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서론이 꽤 길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책에 관심을 갖게 된 나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출판업계를 다루고 있는 <출판 저널>에 관심이 갔다. 1987년에 창간되어 대한민국 대표 출판 매거진으로 자리 잡은 <출판저널>에서는 출판업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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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저널은 에세이, 칼럼뿐만이 아니라 책 문화와 관련한 이슈와 다양한 정보를 담아내고 있다. 503호에서는 문체부의 2018년 정책, 공공도서관 정책, 제 1회 PRN 책문화 학술상 등에 대해 다뤘고, ‘지역 출판’과 관련한 특집 좌담을 통해 책 문화 생태계를 위한 대안을 내놓았다.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 있어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폭넓은 컨텐츠를 토대로 출판업계의 현 입지와 전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선택'의 장,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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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에는 네덜란드의 플레보미어(Flevemeer)주의 렐리스타트(Lelystad) 공공도서관이 등장한다. 이 공공도서관에서는 기존의 도서관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도서관의 입구에는 ‘바구니에 지식을 담으세요.’라는 안내문과 함께 장바구니가 놓여있고,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가 도서관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각종 책들이 그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선택’받기를 기다리며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이곳에는 분야별로 진열된 책들뿐만 아니라 간단하게 차와 쿠키를 먹을 수 있는 미니 카페, 영화나 음악을 볼 수 있는 영상실, 다양하고 수많은 음악 CD와 비디오들도 마련되어있다. 소비자들은 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원하는 책이나 자료를 찾아 담으면 된다. 이러한 모습의 도서관은 ‘지식백화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곳에서 지식을 쇼핑할 수 있게 된다.

 물건을 살 때,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구매를 하기 위해 다양한 가치판단이 이루어진다.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은 이러한 소비활동의 기본적인 패턴을 도서관에 효과적으로 적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곳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무엇인가를 산다는 것은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고귀한 결정이다. 선택에는 수많은 가치관이 내재되어있다. 그중에서 하나를 선별하여 고르는 행동들이 쌓이면 그것이 한 겹 한 겹 쌓이는 나만의 인생이 된다.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를 산다는 것이다. 그 가치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어떤 것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에 대한 책임이자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인격이 되어가는 것이다. 결국 우리 인생을 사는 것이고 우리 인생을 책임지며 디자인해가는 거룩한 행위다."
 
 우리는 책을 통해 지식을 소유하고 지혜를 쌓아가며 인생을 꾸며나가게 된다. 그렇기에 책을 선택하는 것은 꽤나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양질의 책을 진열하고 진정한 책의 가치를 팔고자 하는 렐리스타트 공공도서관은 ‘지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우리가 갖추어야할 태도를 알려주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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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하루 중 꽤나 많은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낸다. 지하철 속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가끔 놀랍게 느껴질 때가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눈과 귀와 손을 집중시키고 있으니, 그 사이에서 종이책을 읽는 것이 이따금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했던 것이 전자책이었다. 전자책을 통해 더욱 손쉽고 편리한 독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종이책만이 갖는 그 감성과 느낌이 사라지니 오히려 글자들이 읽히지가 않았다. 손에 닿는 종이의 감촉과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 때의 느낌, 종이의 냄새, 손끝에 느껴지는 책의 무게, 따위가 사라지니 ‘독서’라는 행위가 갖는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고나 할까.

 세상이 디지털 시프트(digital shift)로 변하는 만큼 현재 출판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곧 전자책이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종이책과 전자책은 현재 ‘상생’하고 있다. 종이책이 사라지는 매체 혁명이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아마 나와 같은 수많은 독자들이 ‘종이책’만의 감성과 그가 주는 독서의 매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계속해서 디지털 매체가 변화하고 발달하는 중에도 종이책과 전자책은 계속해서 상생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자책은 분야별로, 국가별로 그 점유율이 다르게 나타난다. 출판저널에서는 그 점유율에 대한 분석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걱정되는 일이 있다면,
읽기 매체의 변화가 아니라
읽지 않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이다.’


 이 문장과 함께 전자책을 다루고 있는 칼럼이 끝난다.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문장이었다. 출판업계라는 분야에 대해 알아봄과 동시에 현재 우리의 모습, 그 문제점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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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의 후반부에는 ‘<출판 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신간을 소개해주는 컨텐츠가 있었다. 단순히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편집자 기획 노트’를 통해 책 기획 의도와 제작 후일담을 전해주어 더욱 흥미로웠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해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

 
 예술을 전공하며 여러 예술 분야에 대해 배워왔지만, 출판업계에 대해 깊이 알아볼 수 있는 기회는 딱히 없었다. <출판저널>에서는 출판업계의 생태계와 문제점, 이슈, 우리의 독서활동 방식 등 ‘책’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폭넓은 시각의 접근은 평소에 생각할 수 없었던 ‘출판’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갈 수 있게 했으며, 그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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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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