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줄리&줄리아 2009 [영화]

Bon Appetit!
글 입력 2018.03.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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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푼다는 건 행복하다. 필자는 받는 사람보다 베푸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베푸는 대상은 어떤 이유에서든 자기가 아끼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아끼는 사람을 위해서 베푸는 행위는 자체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유독 요리는 애틋함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무슨 요리를 할까,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새로운 재료와 방법을 고민하며, 요리 재료를 한 아름 들고 귀가할 때의 마음은 풍족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싱크대 바닥을 두들기는 물소리와 도마와 칼이 부딪히는 소리는 경쾌하다. 괜히 난타라는 퓨전장르가 생길 정도일까?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지긋이 퍼지는 음식 냄새는 고대하던 영화의 티저 영상 같다.
     
 요리는 즐겁다. 하는 것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필자는 설거지가 귀찮아, 직접 요리를 해 먹기보단 유튜브로 요리 영상을 즐겨보는 편이다. 잔잔한 배경음악과 착착 진행되는 일련의 행위들을 평화의 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뒹굴뒹굴하며 요리 영상을 구경하다가 유입 영상에 뜬 ‘줄리&줄리아’에 필자가 빠져버린 건 당연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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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줄리&줄리아’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교차해서 흘러간다. 한 명은 작가를 꿈꿨던 말단 공무원 줄리, 다른 한 명은 미국 대사의 아내 줄리아. 줄리아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프랑스로 오게 된다. 그녀는 뭔가 몰두할 것을 찾다가 요리를 배우게 되고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책을 만들게 된다. 줄리는 평소 줄리아를 동경하며 요리를 즐겨 한다. 남편과 대화를 하다가 줄리아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고 그녀의 요리에 도전하는 블로그를 개설하기로 한다. 둘은 만난 적은 없다. 장소도 나이도, 세대도 다르지만 요리는 그 둘을 묶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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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랐던 건, 요리 영화라고 생각했던 ‘줄리&줄리아’의 줄거리는 요리 자체가 아니었다. 요리 영화에서 주인공의 요리 실력 성장과 정점 도달은 필수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요리 실력의 성장을 단편적으로만 제시했다. 요리는 단지 서사 연결의 매개체였고, 그 외의 것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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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생각으로 귀결됐다.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 행복해진다면 요리의 맛과 외견 모두 그다지 상관없지 않을까? 영화 ‘라따뚜이’에서는 쥐가 식당에서 요리한다. 사람과 함께, 주인공 쥐는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손님들은 요리의 맛에 반하고 식당은 나날이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루는 식당 인기에 의문을 품은 미식가에게 겨우 라따뚜이를 대접했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그저 채소 스튜. 온갖 맛을 본 미식가에게 겨우 채소 스튜를 대접했다는 게 웃기지만 미식가는 맛보고 놀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따뜻한 라따뚜이를 연상했기 때문.

 돌아와서 줄리&줄리아에서도 그렇다. 두 명이 나름의 목표를 갖게 된 계기도, 목표를 계속 도전할 수 있게 된 것도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의 조언과 지지 덕분이다. whatever 요리사와 대접받는 사람만 만족한다면야 그 누가 뭐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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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극적으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건, ‘요리에 정답이 없다.’라는 당연한 얘기. 무얼 할까 고민하고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식재료를 넣거나 좀 더 맛있게 레시피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레시피를 발견하거나. 요리는 결국 음식은 아무리 맛과 외견에 상관없이 결국 먹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한다.
     
 요리는 기본적으로 온기를 동반한다. 그것은 수치 따위로 정의되는 물리적인 따뜻함 일수도, 준비하는 사람 내면의 훈훈함 일수도 있다. 어쨌거나 요리의 열기는 아늑함을 선사한다.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요리의 열기는 급격하게 식어버린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아늑함은 요리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참에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요리를 곁들면서 ‘줄리&줄리아’를 한번 보는 게 어떨까? 식기 전에 드세요~ 많이 드세요~! Bon Appetit~!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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