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 연극 '정크, 클라운'

글 입력 2018.03.25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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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없이 오롯이 마임으로만 장면들을 연출한다는 '정크, 클라운' 연극. 우선 대사가 한 마디도 없다는 점에서 굉장히 이색적인 연극이었다. 과연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른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일까. 재활용품이라는 재료로 성장한 어른들의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게 해줄 수 있을까하는 의아함이 있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엔 모든 것들이 신기함 투성이었고 모든 재료들이 장난감으로 탄생하였지만, 이젠 시간이 흘러 시시한 '장난감'으로 대하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에 가득 놓인 재활용품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드럼통, 박스, 바가지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던 익숙한 재료였다. 조명이 딱 켜지자, 커다란 드럼통에서 배우들이 한 명씩 빠져나왔다. 처음엔 배우분들이 미리 드럼통 안에 숨어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관람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드럼통 뒷부분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제작한 듯 했다. 이처럼 공연 시작부터 관객들의 '놀라움'과 '감탄'을 자극하는 신기한 연극이었다.

공연 내내 재활용품 소품들은 그들의 놀이터였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이것저것 융합해보며 재미있는 놀이를 탐색하는 기분이었다.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던 어린 시절의 우리들. 누구에게나 동심은 존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어린 나의 순수한 마음'이 잠재되어 있다. 그저 겉으로 드러날 시간이 없었을 뿐.

관객석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맞아, 맞아. 어릴 때 저러고 놀았었지."하며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분들과 "이젠 저런 놀이는 시시해."라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의 반응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사소한 것'들이 신기해 할 시간들이 한참 지났고, 하루하루 재미있는 IT기기들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 다른 반응을 볼 수도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관객들 중 몇몇은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아마 이번 공연을 통해 하나의 재료로 다양한 놀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 잠재력을 길러주는 참신하면서도 교육적인 연극이 되지 않았을까.

극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장면은 청소기에 달린 먼지통로 소품이다. 우선 청소기 먼지통로의 특징을 파악하자면 흡입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빠지지 않는 모습'과 '청소기 바람에 몸이 날아가는 모습', '잠수하고 있는 모습', '구조대에 실려가는 모습', '뱀', '코끼리' 등 다양한 장면들을 연출했다. 하나의 재료를 가지고, 엉뚱한 상상력들을 많이 발휘하는 모습들이 극찬할만한 연기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가 입에 바람을 가득 넣고, 일그러뜨린 표정으로 잠수하는 것을 표현하시는 부분이었는데 표현력이 굉장히 출중해서 순식간에 몰입될 정도였다. 이 뿐만 아니라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대결', '자동차', '물레방아', '고무장갑으로 닭을 표현한 장면' 등 많은 창의력을 선보였다.

대사 하나 없이 마임으로만 진행되는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재미있게 관람했다. 하루하루 밀려드는 할일들에 갇혀,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간혹 하곤 했었는데. 그 시간이 바로 '정크, 클라운'을 관람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싶다. 마지막에 다 같이 우산을 들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은 어느 새 어른이 된 우리가 어린 날을 회상하는 것 같았다. '정크, 클라운'은 지친 일상 속 오아시스 같은 웃음을 선사해 준 신선한 연극이었다.



작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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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서로 함께 있기를 바라는 광대(Clown)들은 끊임없는 놀이와 장난으로 서로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 버려진 드럼통, 자전거핸들, 깨진 바가지, 찌그러진 냄비와 함께 노는 것은 마치 놀이동산의 미로 탐험처럼 즐겁다. 드넓은 들길의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꿈을 싣고 달리고, 선풍기 날개로 헬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면서 전쟁놀이도 하고, 고장난 청소기와 호스를 이용하여 태풍과 물을 만들고, 페트병과 찌그러진 냄비와 바가지는 어느덧 물고기가 되어 환상 속으로 들어간다. 사막에서는 코끼리도 만나고 목도리도마뱀을 만나고 코브라도 만난다. 배우들은 숙련된 판토마임 기술과 고물을 이용해 한바탕 놀아낸다.

공연설명만 본다면 아이들을 위한 공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크, 클라운>은 어른들의 마음을 더 어루만져주는 공연이다. 공연이 시작하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들리지만, 뒤로 갈수록 어른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물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쭉 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아이와 가사를 돌보면서 스스로 소모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신나게 노는 광대들의 모습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정크, 클라운>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공연이다.



'극단 현장'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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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현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지원협의회(약칭 한지협)에서 주관하는 ‘2017 지역협력형사업 우수사례 워크숍’에서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함양문화예술회관의 상주단체인 ㈔극단현장은 경남을 대표해 워크숍에 참가, 전국 17개 시·도를 대표하는 상주단체들과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벌였고 심사위원 전원 동의로 최우수사례에 선정되었다. 심사기준은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두고 예술단체가 공연장의 프로그래밍으로 양적·질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 관객 개발성과를 적정 수준으로 달성했는지, 공연장은 예술단체에 안정적인 활동기반 제공과 함께 우수 창작과 마케팅에 기여했는지 여부이다. 함양문화예술회관과 함께 창작극 ‘길 위에서 :천년의 숲’을 공동제작했으며, 대한민국연극제 금상 수상의 ‘강목발이’ 앵콜 공연, ‘책책책’과 ‘카툰마임쇼’, 환경가족극 ‘쿵쾅쿵쾅 고물놀이터’ 등의 가족극 레퍼토리 등을 선보이며 함양군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 개발에 기여했다. 2017년부터 수상팀에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장에서 공연기회가 부여되어 <정크, 클라운>을 공연하게 되었다.

44년 역사의 전문예술법인 극단현장은 1974년에 설립된 (사)극단현장은 ‘삶의 원리가 연극의 원리’라는 화두를 가지고 ‘일상의 경험을 무대 위로 가져가고 무대 위의 깨달음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순환’을 통해 우리 삶의 원리를 터득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정극을 포함한 아동극, 마임극, 뮤지컬 등 다양한 창작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극놀이 전문가그룹 ‘놀이하는 이모네’의 문화예술교육활동, 지역문화예술축제 기획 및 주제공연 등을 맡아 제작하고 있다. 전국의 극단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사단법인으로 등록했고, 회원 49명, 상근단원 12명으로 구성된 전문극단이다. 2008년도에는 경상남도로부터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받았으며, 전용소극장 ‘현장아트홀’을 운영하고 있다.
  
□ 연혁
1974년 창단
1981년 문예진흥원 공연단체 등록
2005년 사단법인 등록
2007년 전용소극장 ‘현장아트홀’ 개관
2009년 전문예술법인 지정
2017년 현재 고능석 대표 외 회원 49명, 상근단원 10명 
 
□ 대표작
‘출발(1974)’‘상방(1984)’ ‘불의가면(1997)’ 마임극 ‘광대들’ 카툰마임쇼 ‘광대들’ ‘고물놀이극 쿵쾅쿵쾅 고물놀이터’(2008), 카툰마임쇼, 책책책 , 뮤지컬 ‘유등’(2011-2013) ‘논개’ ‘팔베개의 노래’(2014), ‘시집가는 날’(2015) 움직이는 음악극 ‘한여름 밤의 꿈’(2014~2015), ‘강목발이’(2016) 등 다수.

□ 수상실적
제 1회 대한민국연극제 금상(강목발이)수상 , 제16회 전국연극제 대상(불의 가면) 외 우수상 장려상 총 6회 수상, 경남연극제 대상 8회 수상, 밀양공연예술축제, 피지컬씨어터페스티벌, 한국마임, 거창국제연극제 등 초청공연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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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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