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즘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영화]

글 입력 2018.03.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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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페미니즘'이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페미니즘'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지 꽤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페미니즘'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나 또한, 이전보다 '페미니즘'과 관련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전에 봤던 한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바로 2016년에 개봉 했던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라는 영화다. 2년 전에도 충분히 흥미롭게 봤던 영화였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 지금은 이 영화가 더 '의미 있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엔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큰 관점에서 이 영화를 다시 소개해 보려 한다.



영화_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영화 'Hidden Figures'는 흑인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뚫고 나아가, 오늘날의 흑인 인권과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한 ‘숨겨진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Hidden Figures들에는 Katherine Johnson, Mary Jackson, 그리고 Dorothy Vaughan 세 흑인 여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 항공 우주국인 NASA에서 일하며 그들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결국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과정은 전혀 순탄치 못했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차별과 억압들이 존재했다.
 
 이 세 여성은 ‘여성’으로서의 억압에 더해, ‘흑인’으로서의 억압까지 받는다. 이들은 모두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처럼, 흑인 여성들은 Racial Oppression과 Gender Oppression이 합쳐진 ‘이중 억압 및 차별’을 받게 된다. Katherine Johnson은 백인 남성들만 있는 연구 공간에서 일하면서, 많은 ‘성차별’을 겪게 된다. 이 연구 공간에서 사람들은 늘 자연스럽게 ‘자식들과 아내에게 연락해.’ 라던가 ‘우주비행사의 아내’라는 말을 한다. 이는 그들의 사고 속에, 이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남성’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Public Sphere’에서의 ‘생산’은 남성의 영역이고, 여성이 있어야 할 자리는 'home sweet home'이라는 것이다. 즉, ‘경제적인 힘’은 남성만이 누릴 수 있다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차별에 더해 흑인 여성은 ‘인종차별’까지 겪는다. 이들은 같은 여성인 ‘백인 여성’한테서도 차별을 받게 된다. Katherine은 백인 여성 직원에게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데, 이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I don’t know your bathroom.’이었다. 같은 여성마저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you'로 표현함으로써 본인과 다른 '타자(other)'로 구분해버린다.

 이러한 이중 억압을 받는 흑인 여성들이 이를 넘어 본인들의 능력을 발휘해가는 과정에는 아주 흥미로운 점이 드러난다. 그건 바로 그녀들의  ‘Sisterhood’였다. Sisterhood는 '여성들의' 또는 '여성이기에' 그들이 느끼고 겪는 경험들로부터 나오는 ‘여성들의 정신적 결속력’이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여러 차별과 억압을 극복해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된다. 이는 영화 속에서도 잘 나타난다. 영화 속 Katherine Johnson, Mary Jackson, 그리고 Dorothy Vaughan은 친한 친구들이면서 모두 사회 속에 존재하는 차별과 억압을 직접 경험하고 또 이에 저항하는 인물들이다. 이런 그들은 ‘흑인 여성’이기에 겪는 고통과 경험들을 기반으로 끈끈한 서로간의 결속력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이 중에서도 Dorothy Vaughan은 NASA라는 조직 내에서 흑인 여성들의 리더로서 그들의 결속력과 Sisterhood를 고조시켜 흑인 여성들의 힘을 한 데 모으고 그들이 원했던 결과를 얻는 데에 큰 일조를 한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 Katherine Johnson, Mary Jackson, 그리고 Dorothy Vaughan은 모두 실존인물이다. 즉, 이들이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겪은 차별과 억압은 모두 ‘실제’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실재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속에는 이러한 차별과 억압 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선 인물들인 Katherine, Mary, 그리고 Dorothy와 같은 인물들도 실재한다. 이러한 인물들과 이들의 삶이 모여, 과거에는 당연시 되지 않았던 여러 권리들을 오늘날의 우리들이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경제력을 가지고 밖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드문 일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여성들이 일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여전히 여성들을 향한 많은 제약과 차별이 있지만, Katherine, Mary, 그리고 Dorothy와 같은 ‘Hidden Figures’들이 존재하는 한 그 차별의 벽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Hidden Figures’들은 이 차별과 억압의 벽이 낮아지고 완전히 사라지는 그 날까지 계속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차별과 억압이 존재하는 한, 그들은 계속해서 그것에 저항할 것이다.

*

 2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그 어떤 것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 또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점점 더 많이 가지게 되고, 자연스레 이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선 앞으로도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확실히 2년 전의 내가 본 영화 '히든 피겨스'와 요즘 내가 본 영화 '히든 피겨스'가 나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크게 달랐다. 2년 전에는 그저 모호하게 느껴졌던 히든 피겨스의 메시지가 이제는 조금 더 뚜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에는 '페미니즘'과 관련해 논의해 볼 만한 메시지가 충분히 들어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오늘날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나처럼 이미 이 영화를 봤던 사람이더라도, 분명 2년 전과는 다른 감상을 갖게 될 것이다. 

 
[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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