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사랑은 무슨 모양인가요? - Shape Of Water [영화]

글 입력 2018.03.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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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밀인데, 나의 영화 취향은 꽤 마이너하다.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만큼 동성애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았고, 이상하게도 그런 영화들이 나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잘생기고 예쁜 주인공들이 만나서 운명적으로 사랑하는 내용보다 사회적 약자들이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으며 사랑하는 이야기가 더 좋았고,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분명하게 나에게 어떤 메세지와 영감을 전해 주곤 한다.

최근 그런 나의 마이너 한 취향을 끌리게 한 또 다른 영화가 있었다. 바로 <셰이프 오브 워터>. 영화 <내 사랑>으로 괴팍한 남편 역할의 에단 호크와 호흡을 맞췄던 샐리 호킨스는 이번엔 무려 인어와 사랑에 빠진다. 당신은, 인어와의 사랑 이야기를 믿는가?



1. 과연 셰이프 오브 워터는 사랑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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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 영화가 서로 다른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고 설득시키는 것만큼 극중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의 주체적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 엘라이자는 태어날 때부터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이다. 또한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당시 고아들에게 붙여졌다는 에스포지토라는 성 역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엘라이자가 다른 여자들과 비슷하게 아침에 일어나 냄비에 물을 올리고, 계란을 삶고, 샤워를 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자로서의 은밀한 자기 쾌락 시간을 갖는 것 역시 그녀의 아주 당연한 일상 중 하나이다.

그녀는 영화에서 인어와 사랑에 빠지고, 심지어 그를 연구소에서 탈출시키기까지 한다. 모두 엘라이자의 적극적인 태도로 이루어진 일들이다. 작은 체구의 청소부일 뿐인 그녀의 인어 탈출기를 보는 일은 관객에게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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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신기한 일은 보다보면 처음엔 괴생명체였던 인어가 점점 사람, 그리고 남자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욕실에서 인어와 사랑을 나누고 난 엘라이자의 고혹적인 눈빛을 본 사람이라면 그들을 결코 괴생명체와 나체의 여자라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남자에게 안겨있는 여자'라고 느껴질 뿐. 이렇게 엘라이자는 인어와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가득 피어오르게 된다. 인어를 사랑함으로써 그녀의 주체적 삶을 꽃피우는 것이다. 이러한 엘라이자의 변화와 삶을 이야기하기라도 하듯, 영화는 철저하게 엘라이자의 시선을 따라 그려진다.



2. 불완전한 나를 감싸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 불완전함을 보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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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티비에서 이런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태어날 때부터, 혹은 어떤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았을 때 그저 몸의 한 부분이 불편한 것일 뿐인데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기능을 상실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리고 그 범주에는 아주 당연하게 성 기능도 포함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성업소도 따로 운영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티비프로그램을 보고 적잖이 나의 편견에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불완전한 존재란걸
모르는 눈빛이에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니까요.


엘라이자에게 미안했다. 내 편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말이었다.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더 양보하고 잘해줘야 해.' 라고 생각했던 내 편협한 마음은 이미 나 자신을 우위에 선점해두고 그들을 바라본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을 사회적 약자라는 틀에 가둬뒀던 건 어쩌면 나였는지도 모른다.



3. Shape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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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양을 과연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랑의 나를 가득 채우는 그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을 내 삶에 받아들이면서부터 동시에 나의 삶이 새롭게 시작되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목에 있었던 엘라이자의 상처가 물속에서 아가미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엘라이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인어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만날 운명이었을지도. 어떠한 물컵에 물을 담아도 '물'이라는 고유한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은 아무런 모양도 없으며 동시에 모든 모양이다.


그대의 모습을 볼 순 없지만 
그대가 내 곁에 있음을 느끼네.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두 눈을 채우고 
내 마음을 겸허하게 하네. 
그대가 모든곳에 존재하기에.

-영화 Shape Of Water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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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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