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해야하죠? [영화]

연애 지침서가 아닌 썸 지침서
글 입력 2018.03.27 03: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3.jpg
3.jpg
 


내가 고백을 하면


 지난번 기고에서 봄을 맞이해서 커플들이 읽어야 할 연애지침서라는 글을 썼다. 썸을 타고 있는 사람이거나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게 좋나요?’라는 질문을 할 것 같아서 그 질문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답을 이 영화로 드리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 글은, 연애 시작 전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주말마다 바람 쐬러 놀러 오는 인성과 강릉에서 서울로 주말마다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가는 유정, 그 둘이 서로의 비어있는 집을 빌려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2.jpg
진영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인성
  


자신의 연애 우선순위 파악하기
 
 인성은 진영의 입을 빌려 말한다. 자신은 외모, 조건보다는 취향이다. 자고로 taste가 비슷해야 오래갈 수 있다고. 물론 사람마다 연애 방식이 다르고, 우선순위에 올려두는 것도 다르다. 사람들이 직업을 찾을 때 급여냐, 사람이냐, 개인 시간이냐, 좋아하는 일이냐 등을 두고 고민하여 찾는 것과 같이 연애도 똑같을 것이다. 조건이냐, 성격이냐, 취향이냐,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냐 등. 이런 것들을 두고 비교하며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를 설정한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연봉도 좋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고, 내 시간도 많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제일 좋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세상에 그런 일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직업을 찾을 때 그중 어떤 것을 포기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포기할 수 없는지를 찾는다. 그것은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신은 어떤 부분을 포기할 수 있는가? 또, 어떤 부분을 포기할 수 없는가?



취향, 사랑에 쉽게 빠지게 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취향이 비슷해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 같이 출사를 나간다거나, 독립영화를 좋아해 독립영화관에 가는 것이나 음악 취향이 비슷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함께 보러 간다거나.

 인성과 유정은 서로가 비는 주말에 각각 강릉과 서울의 집을 빌려주게 된다. 자신의 취향이 가장 많이 녹아있는 각자의 집을 공유하게 되며 그들은 말을 많이 섞어보지도 않았고 직접 만나지도 않았지만,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비슷한 취향의 음악과 영화, 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통해 서로를 파악하기 시작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싶은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인성이 유정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유정이 노래방에서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선곡하였을 때이다. 인성은 그 노래를 선곡하는 ‘취향을 가진’ 유정에게 자신의 연애 우선순위인 취향이 맞는 사람으로 그녀를 설정한다.

 모두가 인성처럼 취향만이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연애 우선순위에 따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다를 것이다. 어떤 것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누구에게나 그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사랑은 시작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사랑이 시작된 이후에는 내 감정을 제어할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을 깨닫고 난 뒤일 것이다.


 
우선순위보다 중요한 것
 
 누군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느냐, 나와 취향이나 성격이 맞는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취향이 성격이 다른 사람을 만나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듣고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1.jpg
  카푸치노를 마시는 인성과 유정


"그럼 저도 카푸치노요."

 
 이 영화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난다. 위의 질문에 누군가는 이렇게 답했다. 취향과 성격이 맞고 다르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서로에게 맞춰 줄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모든 부분에서 취향이 같을 순 없다. 어느 부분에서 나와 취향이 다를 수 있다. 그럴 때 맞춰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대사를 통해 감독은 둘이 가지고 있는 비슷한 취향을 넘어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그럼 다시 서두에 썼던 질문으로 넘어가자.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게 좋나요?’ 이제 답을 해본다. 당신에게 맞춰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당신이 맞춰줄 수 있는 사람. "저도 카푸치노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추가하려 한다. 이 영화에서 그들은 강릉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영화가 좋았다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 그들이 카푸치노를 시켰던 카페, 그들이 갔던 식당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인성과 유정의 썸 이야기인 이 영화가 당신의 취향이라면, 그들이 즐겼던 강릉의 부분들도 당신의 취향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 일 테니까.


[신승욱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