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쾌하다 못해 과격한 할하버지의 한 세기,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도서]

글 입력 2018.03.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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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유쾌하다 못해 경악스러운 할아버지가 있다. 바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알란칼손이다. 일전에 영화화되어 이슈를 모은 바 있는 이 소설은 유쾌함으로 중무장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출간된지 좀 되었지만 일상 속 유쾌함이 필요했던지라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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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좀 경악스러웠다. 유쾌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기에, 성격 좋은 할아버지가 100세에 떠나는 여행기인가? 싶은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리 만만한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올해 100세가 된 할아버지 알란 칼손은 사실 다이너마이트에 굉장한 실력가였고, 이로 인해 죽은 사람도 여럿이다. 뿐만 아니라, 스탈린, 마오쩌둥, 해리 트루먼, 심지어 김일성과 어린 김정일까지, 당시 굵직했던 대표 인사들을 만났고 심지어는 냉전시대의 주요 인물로서 세계정세를 쥐락펴락했던 인물이다(물론 본인은 잘 모른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도 비슷하면서 또 다른 느낌이 든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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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정체를 안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가 순진무구하면서도 엉뚱한 매력, 그리고 전체적으로 따뜻한 감성, 감동을 가지고 있었다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좀 더 과격하다. 사람을 죽여도 “뭐, 어쩔 수 없지!” 정도로 생각을 하는 이 엄청난 할아버지에게는 공감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초에 무언가를 폭발 시키는 것 이외에 크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고, 또한 한 세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호흡이 길어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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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뭐였을까? 그것은 아마 ‘통쾌함’이었을 것이다. 시끄러운 것을 날려버리고, 복잡한 것을 날려버리고, 또 부당한 것을 날려버리는 통쾌함이 보는 이에게, 이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묘한 통쾌함을 남겨주었던 것 같다. 호흡이 좀 길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은 아마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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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를 색감의 마술사 ‘웨스 앤더슨’이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색감도 색감이지만, 웨스 앤더슨의 B급 감성이 이 책의 스토리와 잘 맞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웨스 앤더슨의 대표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도 느꼈던 것이 바로 그 B급 감성이었는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도 언뜻 보였던 그것이, 웨스 앤더슨의 감성으로 재탄생 했다면 눈이 더 즐거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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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많이) 과격하지만 통쾌함을 주는 할아버지, 알란칼손의 인생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지루하고 평범하고 또 잔잔한 일상을 잠시 잊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통통 튀는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알란 할아버지의 조금 색다른 일생을 통해 신선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조금 잔인할지도 모른다는 것! 읽다보면 이런 부분마저 유쾌하게 포장하는 이 요나스 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질 것이다.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영화는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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