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 궁궐 탐방기(2) - 창경궁 [여행]

글 입력 2018.03.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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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많이 풀렸다. 오늘(28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섭씨 20도로, 어느새 봄이 완연했다. 다음 주면 벚꽃을 비롯해 봄꽃들이 개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기를 가득 메운 미세먼지와 황사 탓에 선뜻 외출하기가 꺼려진다. 다행히도 현재 예보된 바로는 이번 주말 정도면 일시적으로 미세먼지와 황사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 글은 오랜만에 찾아올 주말 나들이만을 고대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해 써보고자 한다.

 서울엔 갈 곳이 참 많다. 대학로는 그 중에서도 나들이, 데이트 장소로 언제나 손에 꼽히는 곳이다. 창경궁은 조선시대에 건설된 궁궐로, 대학로와 인근에 자리 잡고 있으며, 또 다른 궁궐인 창덕궁과는 담장을 맞대고 있어 함양문을 통해 두 궁궐이 연결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성인(만 24세 초과)은 입장료를 내야하고(1000원), 한복을 입을 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동, 서양의 슬펐던 공존 – 창경궁

 창경궁은 혜화동 로터리를 지나 종로 4가, 광장시장 방면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가장 큰 궁궐인 경복궁이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에 비해선 인지도나 규모가 모자라지만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를 간직한 현장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창경궁은 실제로 왕이 거주하며 정사를 본 ‘법궁’은 아니었다. 왕은 주로 창덕궁에 머물고, 상왕이나 대비 등을 모시는 용도의 ‘별궁’으로 창경궁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선시대 몇 차례 큰 화재로 소실되고, 재건되기를 반복했으나 역사적 존재감이 큰 장소는 아니었다. 그러던 1907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즉위하자, 일제는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 하에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들이고, 일제의 국화인 벚꽃을 심었으며 경술국치 이후인 1911년엔 이름마저 ‘창경원’으로 바꿔버린다.

 창경궁은 1970년대까지 서울 시내의 유원지 정도로 여겨졌으나 1980년대 들어 시작된 복원 작업으로 현재는 한양 5대 궁궐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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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전에서 홍화문 쪽을 바라본 광경 


 서울대학교 병원과 마주보고 있는 창경궁의 정문 ‘홍화문’으로 들어가면 여느 궁궐처럼 금천이 흐르고, 옥천교라 불리는 다리를 넘어 가면 창경궁의 법전인 명정전이 있다. 단층 건물이라 웅장함 보다는 소박하고 단아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을 수 있었다. 명정전에서 홍화문 방향을 보면 높이 솟은 서울대 병원 건물이 있는데,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상황과 달리 창경궁 내부는 너무나도 평화로워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 정도다.

 명정전에서 왼쪽(북쪽)으로 가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고, 숲길의 끝에 춘당지라는 큰 연못이 있다. 춘당지 곁엔 백송 등 귀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수면 위엔 청둥오리들이 유유히 떠다닌다. 그리고 춘당지의 북쪽 끝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창경궁의 대온실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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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경궁 대온실엔 희귀 재래종 꽃나무들이 가득하다


 창경궁 대온실은 1909년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일제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식물원 시설 중 하나로 건설한 것인데, 1년여가 넘는 복원공사 끝에 작년 말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앞서 창경궁을 동서양의 ‘슬펐던’ 공존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대온실은 열강 침략의 증거물로서 슬픈 역사를 집약해 간직하고 있는 건물이다.

 다만, ‘슬펐던’이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한 것은 창경궁 대온실이 이제 더 이상 그저 슬픈 역사의 현장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후 재개방한 대온실은 각종 천연기념물과 희귀 재래종 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현재를 미래에 전해주는 희망적인 장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또, 대온실은 햇볕이 잘 들어오는 날 굉장히 아름다워 사진이 잘 나오는 ‘인생샷 명소’로도 주목할 만하다. 배경을 잘 이용하면 마치 ‘유리 궁전’에서 찍은 것 같은 묘한 느낌의 프사를 건질 수 있다!

 창경궁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조용하다’는 것이다. 정적이 아니라, 새 소리, 바람소리 등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풍긴다. 창경궁 안과 밖이 다른 세상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일까? 너무나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창경궁을 관람하는 한 시간 내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바쁜 일상생활에 지쳐가는 혹자라면 홍화문은 당신이 원했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차원의 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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