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바흐의 건반을 적셔,금호아트홀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콘스탄틴 리프시츠 Piano

글 입력 2018.03.2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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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바흐의 건반을 적셔,
금호아트홀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콘스탄틴 리프시츠 Piano


 필자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직접 맞는 것도 좋아하지만,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과 소리를 더 좋아한다. 계단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은 정말 그 순간 순간이 작품같다. 물이 똑 똑 떨어지는 것을 보면, 소리가 나지 않아도 음이 들리는 것 같다. 층계를 흘러내리는 빗방울은 때로는 거세고, 때로는 머뭇거리는 초기 연인의 손가락처럼 가볍게 떨어진다. 빗방울이 떨어진 땅에서는 상품에서 나지 않는 냄새가 난다. 산업화된 세상에 익숙해진 필자는 아직까지 그 냄새를 달리 비교해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말이 길어졌는데, 필자가 피아노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이렇다. 떨어지는 음표의 방울방울은 인간의 시야에 닿지 않는 저 거대한 세계로부터 떨어진 것이고, 땅에 닿는 순간 이후에는 이 세계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물론 아직 필자는 음악에 대해서는 필자의 어머니가 치던 피아노를 가끔 듣는 수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좋은 느낌을 별달리 표현할 방법은, 음악을 음학이라기보다 순간의 미학으로서만 받아들이는 필자의 특성도 한 몫했을 것 같다.

 뭐가 되었건 필자는 피아노가 주는 그 느낌을 사랑한다. 흰 건반을 빠르게 오가는 손가락은 계단과 땅을 굴러다니는 물방울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그 물방울은 거대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

 필자는 많은 곡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대표적인 곡으로 그 작곡가의 이미지를 정해놓곤 한다. 바흐의 경우에는 G선상의 아리아로 기억한다. 마태 수난곡도 많이 들었지만, 어머니가 학생들에게 G선상의 아리아를 주구장창 들려줬기 때문에 바로 나오는 곡이 G선상의 아리아가 되었다. 사실 G선상의 아리아건, 마태 수난곡이건 어떤 초월을 상상하게 한다. 필자는 종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기도하고 싶어진다. 좋은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바이올린의 빠르지만 진중한 소리가 좋아요? 잔잔하게 깔리는 낮은 첼로 소리와 그 위에 스며드는 더 아름다운 인간 남녀의 목소리가 좋아요?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세계를 만드는 것이 좋아요? 이럴때 음학을 공부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냥 필자는 누구든지 어릴 때부터 바흐의 음악을 직접 들을 기회가 많았다면 그는 분명히 독실한 신자가 되었을 것이라고만 이야기한다. 아참, 필자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바흐의 칸타타를 듣고 있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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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먼듯 가까운 바흐의 음악인데, 막상 실제 현장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피아노만 연주되는 곡은 더더욱. 그러던 턱에 <금호아트홀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콘스탄틴 리프시츠 Piano > 연주회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깜짝 선물이었다. 더군다나 그냥 바흐 연주자가 아니라, 뉴욕 타임즈로부터 “글렌 굴드 이후 가장 강력한 피아노적인 해석”이라는 평과 함께 놀라우리만치 진실되고 설득력 있는 연주로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널리 사랑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콘스탄틴 리프시츠다.

 그는 1998년 첫 내한 이후 20년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오는 4월 독주회에서 리프시츠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2번, 영국 모음곡 2번을 1부 그리고 프랑스 모음곡 4번, 영국 모음곡 5번을 2부에 각각 번갈아 연주하며, 조근조근 속삭이는 듯한 경쾌함과 함께 크고 장대한 규모의 주제가 지닌 명료함까지 표현하며 피아노가 가진 가능성과 깨끗한 음색을 최대한 이루어낸다.

*

 지금까지 리프시츠에게 쏟아진 찬사는 수도 셀 수 없다.“리프시츠의 연주가 쉽게 보였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지극히 시적인 연주는 이 연주가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게 했다.” (뉴욕 타임즈) “리프시츠는 악기가 가진 음색의 가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부드러우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그의 무대매너와 강렬한 호소력은 이 작품이 박제된 것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것이라는걸 깨닫게 했다.” (더 가디안) 리프시츠는 한 강의를 통해 그에게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란 일상과도 같으며, 마치 숨을 쉬는 듯 익숙하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렇듯 관객들은 그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정돈된 연주를 들으며 ‘바흐는 어렵다’라는 고정적인 관념을 깨어버린다. 오는 4월 5일,<인터네셔널 마스터즈 시리즈>는 바흐 피아노 연주자로 유명한 리프시츠의 연주를 들을 좋은 기회다. 바흐의 건반을 적시는 거장의 음악을 들어러 가자.


Program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건반악기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제2번 c단조, BWV813(BC L20)
French Suite for Keyboard No.2 in c minor, BWV813(BC L20)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Air
Menuet
Gigue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2번 a단조, BWV807(BC L14)
English Suite for Keyboard No.2 in a minor, BWV807(BC L14)
Prelude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Bourrée 1
Bourrée 2
Gigue


I N T E R M I S S I ON


건반악기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제4번 E-flat장조, BWV815(BC L22)
French Suite for Keyboard No.4 in E-flat Major, BWV815(BC L22)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Gavotte
Air
Menuet(only in second version)
Gigue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5번 e단조, BWV810(BC L17)
English Suite for Keyboard No.5 in e minor, BWV810(BC L17)
Prelude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Passepied 1 en rondeau
Passepied 2
Gigue

※ 연주자의 요청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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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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