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피 공부’, 어쩌면 ‘인생 공부’ [도서]

글 입력 2018.04.03 02: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f7d86be81da27d8096e674f3a8289150_UXk2c9Fr8N1SFxHKxbspz7xt.jpg
 
 
 이 책 ‘카피 공부’는 한마디로 ‘시집의 형식에 언뜻 자기 계발서 같은 성격을 띠는 카피 라이팅의 지침서’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다. 사실 이 책의 초반부, 그러니까 약 두 챕터 즈음을 읽어내려 갈 때까지 나는 짐짓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예상했던 형식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보통 이런 특정 직업군에 대한 지침서 류의 책은 대부분, 각 챕터 별로 저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챕터의 소제목으로 먼저 나타낸 후에, 그 핵심적인 내용의 중요성을 세부적인 내용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책 ‘카피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잠언집 혹은 시집과 매우 흡사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저자인 헬 스테빈스의 1060 개 조언이 나열식으로 되어 있고, 게다가 그 1060 개의 조언들이 모두 다 완전히 다른 내용들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적인 가치는 다른 표현, 다른 비유로 계속해서 책 곳곳에서 변주된다.

 하지만 이 책의 초반부가 주는 이러한 어색함과 잠시 마주하고 나면, 비로소 저자가 의도한 바를 깨닫게 된다. 글쓴이가 왜 하필 이런 구성을 지침서의 형식으로 택한 것일까,에 대한 답 말이다. 이것은 저자인 스테 반스가 이 책의 표지부터 '카피 공부'라는 제목이 '코카콜라'의 느낌과 비슷한 알파벳 구성으로 되어있다는 것에서 착안, 코카 콜라의 로고를 활용한 참신한 책 표지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이미 알 수 있다. 즉 이 책이 광고 다운 책으로 읽히기를 추구했다는 것이고, 광고 카피가 독창성과 새로움의 상징이듯이 이에 관한 지침서 역시 기존의 것들과는 달리 독창적이고, 새로워야 한다는 생각에 의한 구성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카피 공부’는 같은 부류의 대부분의 서적들(지침서, 계발서 류) 과는 달리, 당연히 시집처럼 오래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꺼내어 찬찬히 읽는 독서법이 어울리는 책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 덕에 독자들은 계속 반복해서 저자의 조언을 마음속에 되새길 수 있게 된다.

 한편, 이 책이 지침서로써 가지는 특별한 것은 형식과 구성뿐만이 아니다. 그 내용 또한 사실 단순히 ‘광고 카피’에 대한 조언으로 국한되어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해서도 분명 역설하지만, 좋은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하여 지녀야 할 자세, 생각, 마음가짐 등을 계속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곧 더 넓은 의미로 나아가 카피라이터를 꿈꾸지 않는 일반 독자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치환되어 읽힌다. 꼭 해당 직업군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의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비유 표현이나 관용구를 매우 많이 쓰고 있는데, 이 표현들이 우리말로 옮겨지면서 의역이 아닌 직역의 방식으로 번역되다 보니 우리의 문화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원어였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표현이었을 부분들이 이 책 속에서는 제 의미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번역의 아쉬움들을 제외한다면 ‘카피 공부’는 분명 좋은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책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이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두 가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좋은 카피라이터의 전제는 바로 독창적이면서도 바른 사고와 시각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좋은 카피라이터에 어울리는 사고와 시각을 가진다면 꼭 카피가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에서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결국 이 책은, 어쩌면 ‘카피 공부’라는 이름의 ‘인생 공부’라고도 읽혀질 수 있을 것이다.


[김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