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전화벨이 울린다]

글 입력 2018.03.29 14: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80328_095734576.jpg



공연장에 들어서며


처음 방문한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은 피아노를 발로 연주할 수 있게 해둔 흥겨운 장소로 기억한다. 어른도 설렐 수 있는, 곧 관람하게 될 공연이 기대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아담하지만 꼭 필요한 구성요소들 사이에 장식품들과 소리 나는 피아노는 이곳에 찾아오는 관객들을 환영하기에 알맞았다. 그렇지만, 계단을 내려가면서 표를 받고 마주한 공연장은 그와 대조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투명한 창이 달린 책상들에 눈길이 갔고, 조용하고 말을 하면 울리는 조심스러운 상황에 얼른 공연이 시작되기를 바랐다.



공연이 시작되고


마치 내가 연기하는 분들 회사의 관리자가 된 듯한 위치에서 그들의 회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회사의 첫인상이자 얼굴인 그들에게는 매일 시험과 하루의 콜 수의 달성률을 넘어야 하는 책임감과 지켜지지 못할 때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극 초반에 퇴사한 직원의 언급이 있었는데, 훌륭한 성과를 냈지만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는 사연인데 회사에서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만 여겨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현재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 직원에 비해 주인공(수진)은 실수도 잦고, 타인의 말에 감정을 쉽게 드러내버리기도 한다. 예절교육이나 팀장님한테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비결을 물어보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연기자를 준비하는 이에게 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웃으면서 얘기하고 웃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연습한 주인공은 결국 팀 1등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사람을 대할 때 의식적으로 대하고, 심지어는 같은 서비스직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막대하기도 한다. 그녀는 사람을 웃으면서 대하게 되었지만, 과연 이게 올바른 방향일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전화벨이울린다_공연사진(3).jpg
 


공연이 종료되고


보이지 않는 얼굴과 대화하고, 매일 기분이 나쁜 소리를 듣는다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 좋은 말만 들어도 짧은 인생이라고 하는데 서비스직의 가장 대표적인 '을' 의 정석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전화를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그때, 고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 툭.. 툭 내뱉는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빨리 끊고 싶어진다. 그런 불만 섞인 목소리를 하루 종일 듣는다고 상상만 해도 두통이 생기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공연을 다 보고 나와서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동안 그들에게 나쁜 말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내 기분 나쁘다고 화를 내지 않았는지 천천히 돌아보게 되었다. 그들도 각 가정 내에서는 사랑받는 사람들일 텐데 혹시라도 내 한마디에 상처받지는 않았는지 신경이 쓰였다.

크게 울림을 주었던 공연이었다. 내게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들은 크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앞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 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이 공연을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한다.




KakaoTalk_20180329_141925817.jpg
 

[최서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