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색깔이 영화에서 가지는 힘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3.29 19: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리는 언제부터 물건에 색깔을 넣어 사용했을까. 지금처럼 다양한 색들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정, 빨강, 파랑 등 기초적인 색은 예전부터 사용되어왔다. 색에는 특정 의미가 부여되는데 이 의미도 시대가 지나면서 다양한 뜻으로 해석되어왔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색이 더욱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옷이나 책, 영화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색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특히 미술이나 영화에서 역할이 두드러지는데 자기가 가진 생각이나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소품과 같이 잘 이용한다. 색이 가져오는 이미지가 있다. 우리는 살아온 환경에서 배운 지식을 머릿속 어딘가에 깊숙이 있다가 특정한 색을 발견하면 머릿속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그러한 이미지의 연상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배운 기억은 없지만 우리는 빨간색과 노란색 등의 색깔이 뜻하는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린다. 그렇다면 우리가 제일 쉽고 자주 접할 수 있는 영화에서 색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자.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색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중에 자주 볼 수 있는 색깔을 꼽아보자면 빨강, 흰색이 있고 그다음으로 특이하게 녹색이나 검정이 있다.



Red


구두.jpg

movie_image (3).jpg
 
 
빨간색은 ‘피의 색깔’로 위험을 알리거나 경고하는 색인 동시에 유혹적이고 강렬한 색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복수나 경고 이외에도 성숙함을 나타내거나 매력적인 여성을 나타낼 때 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스토커>에서 주인공이 성인이 되면서 삼촌이 선물해준 밑창이 빨간 구두를 신는 장면이나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이영애)이 빨간 섀도우를 바른 장면이 나온다. 이 두 개의 영화에서 빨간색은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전자는 소녀가 여자가 되었다는 성숙한 의미의 빨간색으로 쓰였고 후자는 복수를 암시한다. 이처럼 같은 색이라도 그 색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많으므로 다양한 뜻으로 사용 가능하다.



White


제목 없음-1.jpg
 

흰색도 다양한 의미가 있다. 흰색을 보면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깨끗하고 신성하고 순수한 이미지다. 그러나 오히려 순수한 이미지의 흰색을 사용하여 그 반대의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욕망과 반대되는 하얀색에 오히려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오래된 영화 <원초적 본능>을 보면 샤론스톤의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모습은 아직도 사람들 기억 속에서 관능적이고 멋있는 여자로 남아있다. 오히려 하얀 원피스가 샤론스톤의 섹시한 모습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어 준 것이다. 마릴린 먼로를 생각하더라도 어깨가 파여 있는 하얀색 원피스와 빨간 립스틱이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색깔은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로의 역할도 한다.

이처럼 영화에서 색깔이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영화 전체에서 색이 가지는 의미가 큰 예도 있다. 요즘 영화를 예로 들자면,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아주 잘 보여준다. 영화의 화면 색깔 자체가 녹색으로, 영화 곳곳에 녹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다른 색이 등장했을 때 눈에 잘 띄고 주인공의 변화나 영화의 흐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영화 제목이 물인 것처럼 ‘green' 색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의 직장과 유니폼 색깔 역시 녹색이다. 이 영화에서 녹색은 미래를 이끌어가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Green


movie_image.jpg
 
크기변환_5.JPG
 

녹색 외에도 빨간색이 나오는데 사랑에 빠진 여자를 상징해서 주인공이 빨간색의 머리띠와 옷을 입고 나온다. 영화를 대표하는 포스터에도 물(녹색)속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주인공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처럼 색은 말하지 않아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의 심리나 상황을 나타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색은 계층을 나누는 용도로도 사용되는데 하층민과 약자들을 녹색으로 고위 관직의 사람들은 하얀색이나 검정으로 표현해 계급사회를 보여준다. 예부터 색은 구분하고 분류하고 결합하고 대립시키고 계층화하는 기능이 있다.

영화에서 미래를 상징하는 의미로 쓰인 녹색은 옛날에는 저주의 색이나 죽음의 색으로 안 좋은 인식이 있었다. 이를 거슬러 올라가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온 일화가 있는데 흥미롭다. 옛날에는 옷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있는 식물로 염색했는데 식물성 염료는 아무래도 잘 지워지고 색깔이 탁하게 나와서 예쁘지 않았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그림에서 쓰는 초록색이 선명하고 너무 예뻐서 녹청으로 만든 물감을 사용한다. 그러나 녹청은 독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 물감으로 염색한 옷을 입고 연극을 한 사람들이 독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은 독이 원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초록색을 저주의 색이라고 부르며 멀리하게 된다. 그러나 염색하는 방법이 쉬워지고 차차 발전해가면서 이러한 오해는 없어졌다. 그리고 친환경적인 기업에서 대표적으로 초록색을 사용한 후로 초록색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건강하고 자연적이고 나무를 떠올리며 예전의 부정적인 생각과는 멀어졌다.

*

이처럼 똑같은 색이라도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 기억 속에 다르게 각인되고 해석된다. 시대에 따라 색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색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재미난 일화가 많이 존재하는데 지금이랑은 다른 느낌의 색도 많다.

이처럼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기 마련인데 내가 좋아하는 색이나 평소 우리가 당연하게 보던 색깔이 어떤 의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재미난 시간이 될 것이다.




KakaoTalk_20180319_154350969.jpg
 

[백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