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잡아먹거나 먹히거나, 연극 < 처의 감각 >

거짓을 벗는 용기
글 입력 2018.03.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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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연극 <처의 감각>
작 고연옥
연출 김정
공동제작 프로젝트 내친김에



처의 감각_포스터.jpg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유독 회의가 드는 요즘이다. ‘세상 사람 중 그렇게 나쁜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라는 안일한 믿음이었을까. 나와 말을 나누고 있는 이 사람은, 어련히 마음이 맞고 적당한 인간미를 가진 채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꼬아서 보려는 태도 자체를 멀리하려 한 것도 같다. 그래 봤자 피곤해지는 것은 나뿐이라고. 내가 이 사람을 섣불리 오인하여 오해를 샀을 때 돌아올 미움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낯을 가리거나, 상대가 다가와야만 마음을 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꽤나 친근한 태도로 첫인사를 나누곤 했다. 그랬기에 의심과 경계가 난무하는 이 현실을 직격으로 대면하자, 과거 나의 태도며 사고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또 하나의 얼굴과도 같은 가면을 자유자재로 썼다 벗는다.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신기할 정도이다. 가면 뒤로는 쉼 없이 계산하고 상대방을 뜯어 본다. 자신보다 못하다는 생각, 이용가치가 낮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순식간에 그 사람을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 안에서 늘 그 사람보다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허울뿐인 관계는 그렇게 유지된다. 서로가 서로를 약자, 애송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야 자신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풀리니 말이다. 상대방을 내 밑에 깔아야 내가 그만큼 올라설 수 있다는 그 잔인하고 자만에 찬 사고는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 현실 세계는 참으로 치밀하다. 이처럼 끝없이 상대방을 탐색하고 은근한 힘으로 누르다가, 기회가 생기면 일순 밟아버린다. 그러나 그 기회라는 것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우호적으로 다가 올지 모르는 것이기에, 예의 긴장감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처의감각_연습사진 (1).jpg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인 연극 <처의 감각>은 앞서 밝힌 인간의 잔인함을 웅녀 신화 모티브를 이용하여 풀어낸다. 인간의 반은 본래 곰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하는 작품은, 현실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야생의 본능을 그린다. 주인공 여자(곰아내)는 본래의 감각과 새로운 형태의 감각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녀가 혼란을 겪는 과정은 무대 위에서 가장 절제된 형태로 표현된다. 철저한 분석과 최소화한 무대를 통해 희곡의 본질을 살린다는 김정 연출 특유의 해석이 돋보이는 무대가 될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여자역의 캐스팅으로 현대 무용가 윤가연이 등장한다는 점인데,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서 보는 그녀는 가장 정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곰아내를 연기할 것이다. 함께 하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사뭇 대비되는 그녀의 색깔이 담긴 움직임을 통해, 감각적 표현이 중요시되는 해당 역할을 주체적으로 소화할 것이 기대된다.

과연 우리의 현실 저변에 퍼진 이 잔인함은 언제부터 계속된 것일까?

타인을 약자로 모는 것이 곧 자신이 약자임을 반증한다는 것을 모르는 우리는 오늘도 주위를 살피고 가면을 쓴다. 그 거짓됨을 벗고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강인해질 수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처의 감각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04.05(목) ~ 04.15(일)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재)서울문화재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제작
남산예술센터
프로젝트 내친김에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처의 감각_웹전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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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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