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하는 말이 바로 당신이다', 도서 < 카피 공부 >

글 입력 2018.03.3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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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입체 윌북 카피공부.jpg

도서 < 카피 공부 >는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광고 카피라이터들을 위한 책이다. 광고 업계에서는 카피 쓰기의 바이블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글을 집약적으로, 그러나 함축적으로 쓰면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헬 스테빈스는 1060개의 꼭지를 가지고 이 책에서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있었다.





< 목 차 >

서문-말에 관한 한마디

광고의 기본
광고에 관한 조언
카피에 내용과 의미를 담는 법

전략적으로 카피를 쓰는 법

글을 움직이게 하라
헤드라인을 쓰는 기술

슬로건을 만드는 기술

옥외광고의 기술
똑똑한 광고 캠페인
부정적 접근이 긍정적일 때

비유적 표현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면
돈을 지불하는 사람, 광고 의뢰인에 관해

인간의 위트와 지혜





이 책의 특징은 1060개의 꼭지가 마치 연결되지 않은 듯 연결되어 한 권의 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꼭지들은 언뜻 보면 전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피 공부>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이 책은 카피에 대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책이라 보면 된다. 독립적인 듯 유기적으로 연결된 꼭지들은 카피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광고에 대해 다방면에서 조언하고 있다.

단적으로 저자인 헬 스테빈스가 말하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적절한 생각에 쉬운 언어를 결합하는 광고쟁이가 일류다(18)'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스테빈스는 독자이자 자신의 후배인 카피라이터들에게 '반짝여라, 번득여라, 하지만 그 무엇보다, 착실하고 진실해라(366)'라고 주문한다.

*

그렇다면 스테빈스가 말하는 것처럼 번득이면서도 진실한 카피라이터는 어떤 카피를 추구해야 하는가. '훌륭한 카피는 훌륭한 삶의 한 단면이다.(205)' 대중을 우매하게 취급하지 않고, 그렇다고 식자층만을 노리는 우를 범하지도 않으면서 가장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광고쟁이도 아니면서 좀 솔직해져 보자면,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렇기에 카피라이팅에 왕도는 없는가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친히 말하고 있다. '카피 쓰는 법의 황금률은 아직 아무도 개발하지 못했다.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자 한 자루만 있으면 됐을 것이다(65)' 결국 6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나보다.

그는 카피에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길을, 이렇게 안내하고 있었다 : '인간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광고의 심장을 이해한 것이다(26)'  '인생을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이 곧 상품판매를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이다(27)'

왜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가. 카피는 예술이기도 하고 기술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결국 시장에서의 상품 판매 증대에 있다. '판매가 훌륭하면 훌륭한 글이고, 그렇지 않으면 망작이다(329)'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시장은 사람으로 구성되고, 분위기는 인간의 행동을 만들며 그 시장 분위기를 판매로 연결하는데 드는 돈(57)'이 결국 광고이기에, 카피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냉철하게 파고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스테빈스는 이렇게 말했다. '카피란 사람의 구조를 이해한 다음, 단어를 구성하는 일이다(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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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 종사자라면 정말 매 꼭지가 다 피와 살이 되는 말들일 것이다. 반면에 광고업계와 무관한 분야에 속한 독자들이라면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꼭지들도 분명 있다. 아무래도 헬 스테빈스는 실제 후배 카피라이터들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보니, 업계 유관자들을 위한 꼭지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광고업계 종사자를 넘어서 여러 독자들에게 읽힐 법한 이유는, 이 책이 근본적으로 삶과 글쓰기 그 모두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진짜 목표는 여러분 자신이 "생각 열차:의 배차 담당자가 되는 것이다(102)'
그런 마음으로 스테빈스가 글을 썼기에, '망설여질 때는 빼라(179)'라는 아주 짧은 꼭지가 확 와닿았던 것 같다. 모든 글들을 살펴보면, 사실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명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부연하고 꾸며서 글을 적는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 절차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다만, 부연이 과하면 동어반복이 되고 꾸밈이 과하면 현학적이게 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글에서도 망설임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이 맞다. 새삼 스테빈스의 짧은 펀치라인이 나를 치고 갔다.

스테빈스는 '언어의 뿌리는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뿌리다(104)'라고 했다. 결국 말과 글은 화자와 저자를 반영하기에, 어떻게 살고 있느냐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말한 'To stay youtful, stay useful. To stay rstless, stay restless(307)'는 아주 고무적이었다. 한글 번역은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면 계속해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 녹슬고 싶지 않다면 부단히 노력해라'였는데, 사실 이 대목은 번역으로는 이 문장의 니트함이 와닿지 않는다. 307번 꼭지는 그 의미로도, 문장의 완성도로도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러나 스테빈스가 비단 독자들을 몰아세우고 재촉하듯 강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겁먹은 상태에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믿음을 가져라!(243)'라고 따뜻하게, 매일같이 글을 마주하는 사람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실로 중요한 말이다. 글이 중요한 업이 되면, 글을 쓰면서도 두려움이 든다.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마땅히 좋은 대체 문장이 떠오르지 않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스테빈스도 분명 그것을 수없이 겪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없었을 테니까. '항상 기억하라. 계속해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그러니 계속 불을 지펴라(244)'

*

저자인 스테빈스가 가장 이상적으로 꼽는 글쓰기의 예는 바로 385번 꼭지에 있다.

'Bring me the sunset in a cup(385)'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라는 역자의 해석이 붙은 이 문장. 일몰을 보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고상하고 신선하게, 동시에 인간적인 모션으로 함축해서 표현한 시인의 저력이 스테빈스가 <카피 공부>에서 꾸준히 얘기하는 글쓰기의 정수라 본다. 이런 글쓰기를 위해서, 스테빈스는 이 책의 수많은 꼭지들에서 글쓰기를 위한 제언을 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꼭지 하나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삶이라는 사전에서 가장 큰 두 단어: I WANT(284)'
스테빈스가 말하는 뺄 것은 빼고, 함축적으로 암시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동시에 매출 신장과 같은 목표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글쓰기의 목적이 되는 그 '내가 원하는 바'를 직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개인의 욕망이 아니던가. 원하는 바, 즉 그 욕망을 직시하고 온전히 이해해야 비로소 그 욕망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제대로 강구할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의 목표로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할수록 그것은 글의 완성도에 나타나게 된다.

이를 삶으로 치환하더라도 동일할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스테빈스의 <카피 공부>는 나에게 다시금 나를 성찰해보는 시간을 열어주었다. 스테빈스가 '정신적으로 예리해지고 싶다면 모든 것에 꾸준한 호기심을 키워라(하략, 111)'고 한 것과는 대비되게 너무나 생각을 줄이고 호기심을 없애고 살았던 근래의 시간들이 뼈아프게 느껴졌다. 익숙하게, 일상에 안주하고자 했던 게 나를 점차 둔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였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생각했던 것만큼 새롭지는 않다는 것을, 그러니 꽤 안전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742)'라는 스테빈스의 꼭지는 다시금 나를 일으켜세우는 말이 되었다.

그렇다.
"ANCORA IMPARO.(1028)"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인 것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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