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침묵으로 일관했던 7시간 [문화 전반]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기억
글 입력 2018.03.3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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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세월호 4주기이다. 시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흘러 여기까지 왔고, 4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는 듯하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매년 4월이면 느끼게 된다. 계절이 바뀌고 수많은 촛불이 광장을 가득 메우며, 깊은 물속에서 세월호가 인양되었던 세월이었다. 그 긴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이었음에도 진실은 어둠 속에 묻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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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검찰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진실이 밝혀지지 못했기에 수많은 추측이 존재해왔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 그 순간에도 그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철저하게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리고 화장과 올림머리를 한 뒤에야 중대본에 모습을 보인다.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어떠한 의지도 노력도, 최소한의 예의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두운 배 안에서 어른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아이들을 누가 보살펴 준단 말인가. 결국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참사가 일어나게 되었고 그 후에도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쥐어짜던 그 모습이, 보고 시간과 기억을 조작했던 그들의 모습이 증오스럽기만 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그들의 모습과 달리 나의 7시간은 생생하기만 하다. 2014년 4월 16일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평소와 같이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수다를 떨고, 수학여행이 코앞이라 약간의 설렘도 안고 있었다. 항상 컴퓨터 앞자리를 지키던 친구는 ‘배가 침몰하고 있대, 근데 다 구조됐대!’ 라고 우리에게 소리쳤다. 나는 전원 구조라는 말을 듣고 안심을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쉬는 시간 10분마다 친구들과 뉴스를 검색해서 보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배 안에 갇혔고, 그 안에는 우리와 동갑인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길이라고 했다. 너무나도 속상했다. 그날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티비를 키고 뉴스를 봤다.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었고 야속하게도 밤은 찾아왔다. 내가 거인이 되어서 바다로 들어가 작은 배를 건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뉴스에서는 배 안에 공간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버리지 말자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그날은 하루 종일 울었다.
 
슬픔은 분노로 변했다. 그 시간 동안 어른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먼저 빠져나오기 급급했던 선장과 방 안에서 꼼짝없이 최순실을 기다리던 박근혜의 모습에 화나가 눈물이 흘렀다. 결국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것이 아닌가.
  
*

대통령이 바뀌자마자 인양되는 세월호를 보면서, 4년이 지난 지금 7시간의 의혹이 밝혀지면서도 금방 할 수 있던 일들을 왜 이렇게 오래 끌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려 4년이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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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시위에 갔을 때 시민들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외치고 있었다. 아이들 사진을 모아 놓은 곳에 들어가 추모를 하고 싶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한 발짝 내딛자마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서명을 했고 또 촛불을 들었다. 촛불 하나가 모여 탄핵을 이끌어 냈듯이 우리는 앞으로 이런 가슴 아픈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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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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