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는 감각을 동원해 무언가를 이해한다 [공연]

글 입력 2018.03.3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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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극이라는 장르를 매우 좋아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이다. ‘처의 감각’은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고 있는 한 잡지 계정에서 초대권 이벤트를 한다는 게시물을 통해 알게 된 공연이다. 짧은 공연 티저 영상을 보고 단번에 직접 보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요새 단순히 ‘연기’를 하는 공연보다는 거의 무용에 가까운 몸의 움직임, 발성, 노래 등 현장에서 가장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잘 표현해내는 공연에 감명을 받게 된다.

티저 속에는 열심히 몸짓하는 한 여성이 등장했고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고 있었다. 연극에서도 이런 ‘몸짓’이 굉장히 커다란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되어주는 것 같다. 얼굴과 목소리 뿐만 아니라 몸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전달하게 해 주는 매개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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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녀 신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신화는 스토리텔링에 있어 매우 흥미로운 소재감이다. ‘약자로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하여’ 라는 문장을 본 순간 뭔가 가슴 속이 일렁거렸다. 처의 감각은 본인이 약자임을 인지하고 약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순간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약자의 감각을 깨닫는다는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는 극이라고 한다. ‘잃어버린 근원의 감각을 되찾는 것. 그것은 비극이며 동시에 회복의 희망이다.' 나는 어떤 감각을 잃어버린채 살아왔을까. 그 잃어버린, 혹은 부재하는 감각으로 인하여 내가 저지른 실수는 얼마나 많았던가.

감각은 외부의 자극을 느껴서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느낀다’는 행위에 자신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보다 잘 느끼고, 감각이 예민한 편이다. 감각이 곤두서 있다는 것은 특정한 상황을 더 세심하고 자발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또한 우리는 감각을 통해 타인을 비롯한 무언가를 이해한다. 이해는 논리와 이성을 바탕으로 하는 일이지만 감각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 스스로의 감각’을 인식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공연을 통해 나의 감각을 일깨우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감각은 말과 행동, 삶의 방향성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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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트>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와 성찰을 이끌어내는 극작가 고연옥과, 텍스트를 집요하게 분석해 강렬한 연극성을 펼쳐내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 김정이 <처의 감각> 원작을 무대화한다. 전작 <손님들>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고연옥 작가와 김정 연출은 희곡의 무게감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2017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희곡상, 공연 베스트 7,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다.

김정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연극성을 여지없이 발휘할 예정이다. 텍스트에 함축된 의미와 상징을 대사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우스꽝스러워 보일 정도로 과감한 캐릭터와 움직임으로 과장됨 속에 가늘고 날카로운 비수를 숨겨 놓음으로써, 관객 스스로 인물들이 당면한 삶을 감각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한다.

타인에 의해 부서져 가는 세계 속에서 끝까지 자신의 것을 지키려 몸부림치지만 끝내 모든 것을 빼앗긴 후에야 자신의 감각과 마주하게 되는 여자(곰아내)역에는 현대무용가 윤가연이, 타인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감각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남자(남편)역에는 배우 백석광이 함께 한다.


"당신에게서 전해져 온 감각으로,
당신에게 가는 길을 찾고 있어요."
"도망 칠거야, 끝까지!"


2015년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남산예술센터 2016년 시즌 프로그램 <곰의 아내> (각색・연출 고선웅) 각색본으로 공연되었고 같은 해 원작은 희곡집으로 발간되었다. 2017년 낭독공연을 통해 원작의 무대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8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삼국유사 웅녀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인간의 반은 곰이라는 무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곰이 사라지고만 인간은 약자를 짓밟고 착취한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곰이 새끼를 죽인 것처럼, 내가 약자라는 것을 고통스럽게 증명해야 하는 순간 앞에 섰을 때야 비로소 인간은 잃어버린 곰의 감각을 되찾는 것이 아닐까.

그 근원의 감각을 되찾는 것, 그것은 비극이며 동시에 회복의 희망이다.





처의 감각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일자 : 2018.04.05(목) ~ 04.15(일)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재)서울문화재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제작
남산예술센터
프로젝트 내친김에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프로젝트 내친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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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은 모든 작업자들과 함께 하며 연극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강렬한 체험의 순간을 찾아내고자 한다.





<상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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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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