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깝고도 먼 존재, 『딸에 대하여』 [문학]

글 입력 2018.03.3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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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사이인 엄마와 딸.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소설이다.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는 딸과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엄마와 딸의 갈등이 시작된다. 동성애자인 딸을 어머니는 이해하지 못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안정된 직장도 아닌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으니 엄마는 답답해한다. 남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기를,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을 갖기를 바랐는데, 엄마의 바람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딸이라는 이유로 딸에게 지고 만다. 딸의 부탁이 싫더라도 엄마이기 때문에 모든 걸 들어준다.
 

지금이라도 우리 딸이 적당한 사람 만나서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내 딸보다 훨씬 못한 애들도 결혼해서 고생 없이 잘 사는데. 아이도 낳고 가정을 꾸리면서 재미나게 사는데. 그 애는 왜 그 덥고 더러운 길바닥에서 헛짓이나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그걸 보는 내 심정이 어떤 줄 알아요? 내 입장이 한번 돼 봐요. 부모라고 한번 생각해 봐요.


딸의 동성 연인과 엄마의 집에서 살게 되면서부터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그 애’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애에게 모진 말을 하려고 해도 월세를 냈다는 이유로 이 집안에서 엄마의 목소리를 힘을 잃어간다. 그리고 엄마의 자리를 안방으로 밀려났다. 딸은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쫓겨난 것에 분노해 같이 시위를 했다. 자기 일도 내 팽개친 채로 아무것도 얻는 것도 없는 시위를 하는 것을 엄마는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살기도 바쁠 텐데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딸을 나무란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에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가족도 아닌 남을 위해서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돕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젊었을 적, 얼굴도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후원했어도 결국 그 아이는 젠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녀는 젠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족도 아닌 남을 돕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도대체 이 여자는 어쩌자고 소중한 젊은 날을 그런 식으로 낭비해 버린 걸까.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세상일에 시간과 열정과 돈을 다 쏟아부어 버린 걸까.”라며 그녀를 책망하기도 했다.
 
엄마가 남을 위해 사는 딸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도 다른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 요양병원을 강제로 옮길 젠을 위해서 원장에게 부탁하고, 임종 직전인 젠을 집으로 데려와 수병을 드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 사람들은 가족도 아닌데 왜 그러냐면서 나무란다. 마치 엄마가 딸에게 했던 말과 포개어진다. 그리고 엄마가 말한 가족의 의미와 그 애가 말한 가족의 의미도 서로 포개어진다.
 
딸 에게는 친구, 동료가 아닌 가족만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딸은 엄마의 말에 반박한다.

“왜 남편이나 자식만 가족이 되는 건데? 엄마, 레인은 내 가족이야. 친구가 아니고. 지난 7년 동안 우리는 정말 가족처럼 지냈어. 가족인 뭔데? 힘이 되고 곁에 있고 그런 거 아냐? 왜 이건 가족이고 저건 가족이 아닌데?”

*

엄마는 법적인 관계가 있는 가족을 중시하지만, 딸은 서로 힘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적인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엄마가 젠을 보고는 가족과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그분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예요. 알잖아요.”라고. 엄마는 딸과 같이 있을 때 힘이 되는 존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동성 연인인 그 애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딸에게 그렇게 말했다. 왜 하필 내 딸이 이성연인이 아니라 동성 연인을 가족이라고 하는 건지 속상하기 때문에 딸과 그 애에게 모진 말을 했다.
 
‘동성애’라는 게 남 일 같이 여긴다면, 그저 모든 사람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만일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인정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동성애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 중, 아니면 내 자식이 동성애자가 있다면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심정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애는 듣고만 있다. 그럼에도 노력해 보겠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그런 헛된 기대를 심어 주고 싶진 않다. 여전히 내 안엔 아무것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내가 있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은 내가 있고, 그걸 멀리서 지켜보는 내가 있고, 또 얼마나 많은 내가 끝이 나지 않는 싸움을 반복하고 있는지. 그런 것을 일일이 다 설명할 자신도, 기운도, 용기도 없다.


스스로 되묻는다.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견뎌 낼 수 있을까.
이 생각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일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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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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