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사랑한 것들 - I :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들 [기타]

내가 사랑한 것들 - 1
글 입력 2018.04.0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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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광고 ‘내가 사랑한 유럽’ 시리즈를 찾아보다가, 사람들은 유럽의 맛, 유럽의 건물, 유럽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사랑하지만, 사실 유럽의 분위기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했다. 두 눈 위에 책을 얹어둔 채, 공원에 햇볕을 받으며 누워있어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물 옆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한다. 배에 힘을 주어가며 내 몸을, 내 옷태를 꾸며대지 않아도 흘기는 이가 없다. 유럽 한가운데에 서있으면 여행이 주는 흥을 제외하고도, 많은 이들이 ‘빠르게’ 대신 ‘여유’를 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정작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세어가며, 한국에서의 일상 못지않은 스피드로, 여행 스케줄을 하나라도 더 소화할지 모른다. 어디에 있느냐가 핵심이 아닌 것이다.

굳이 유럽까지 가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는 분위기를 찾을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첫 번째 분위기는 편안함이다. 제주 여행 마무리를 몇 시간 앞둔 지금, 어제의 나만큼이나 편안하게,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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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햇빛, 달빛보다는 그 빛에 따라오는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거울, 물에 비치는 모습과는 달리 눈, 코, 입 없이 형체만 알아볼 수 있다는 특징도 매력적이다. 둘 다 유치원생 혹은 키다리 아저씨 같다며 옆 사람과 키를 재보기도 하고 손으로 동물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편안한 기분은 사람이 아니라 빛과 건물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바라볼 때 나온다.



네모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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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쳐다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늘을 네모난 사진으로 남기는 일을 사랑한다. 개인적으로 티 없이 맑기만 한 하늘색은 재미없다. 구름을 곁들인 하늘, 혹은 가로등이 걸린 하늘을 담아야 ‘아, 이 하늘 멋지다.’ 하는 생각이 든다. 어둠을 더 좋아하지만 달 사진은 잘 담기지 않아 항상 아쉬워 주로 해가 함께하는 시간에 사진을 담는다. 찍은 하늘을 넘겨보는 재미 이전에, 찍는 그 순간에 한없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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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식은 밥, 얼음물을 찾지만 차는 꼭 따뜻하게 우려내어 마셔야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할 일 끝내고 차와 함께 영화 한 편 보는 휴식만큼 나른한 호사가 또 없다. 어쩌면 향을 돈으로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맛 이전에 향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요즘은 디저트와 곁들이는 애프터 눈 티세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티룸을 먼저 찾을 만큼!



나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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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낀다. 어쩌면 대화보다는 교류, 교류보다는 교감에 가까운 그 어떤 ‘이어짐’의 상태랄까? 그리고 꽤 자주, 말로 나에게 상처 주는 법이 없는 동물들과 보내는 시간이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추억보다도 나를 치유한다는 것 또한 느낀다. 내 침대 위 고양이와 눈을 맞출 때에 비로소 내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줄 용기를 내기도 한다. 온전한 편안함은 이 순간에 나온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가 가장 편안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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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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