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화벨이 울린다 (연극)

글 입력 2018.04.02 00: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REVIEW]
전화벨이 울린다


bell2018_poster_s.jpg


지난 주 일요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진행된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새빨갛고 강한 터치가 인상적인 포스터만큼 강렬한 연출과 여러 대사들이 인상깊게 남았네요.

스포일러성 리뷰가 있을 수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전화벨이울린다_공연사진(3).jpg


<전화벨이 울린다>는 콜센터 직원인 '수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로, '수진'의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어떻게 나타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른바 "감정 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며 진상 고객들에게 시달리는 텔레마케터 '수진'. 있는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면 안 되는, 드러낼 수 없는 환경이다. 감정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는 않고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묘하게도 표현하지 않는다면 계속 얹히고 쌓이는 것이여서 결국 탈이 나게끔 한다.

극이 시작되었을 때, '수진'은 콜센터에서 유일하게 혼자 '탈이 난' 사람이었다.

*

그런 자신의 문제를 느끼고 '수진'은 배우지망생 이웃 남자에게 연기를 배우기까지 한다. 자신이 기쁘고, 화가 나고, 슬픈 것을 숨겨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웃는 얼굴로 말을 하는 '수진'의 모습이 처음에는 참 어색하고 웃기게 다가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웃는 연기에 능숙해진 '수진'을 보는 것은 왠지 소름이 돋더라. 다른 콜센터 직원들을 보면서 "어떻게 감정을 숨길 수가 있어?"하고 절실하게 묻던 '수진'이 연기라는 가면에 익숙해져버렸다는 점이 오싹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지은'은 최대한 감정의 표현을 죽인 똑부러진 안내로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평을 받지만 동료들에게는 기계적이라며 핀잔을 듣는다. '지은'이 감정이 메마른 사람인 것 처럼 구는 데에 모두는 좋지 않은 뒷 말을 하고, 물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수진'이 '지은'과 같이 변화한 것이다. 당장 '수진'은 인상이 밝아졌다는 칭찬을 듣고 성과가 올라 인센티브를 받게 되지만, 우리는 이 모습을 보고 '수진'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전화벨이울린다_공연사진(4).jpg


'수진'은 극이 내리기 직전까지는, '지은'의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연기를 가르쳐준 이웃 남자에게 먼저 식사를 대접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식당에서도 변화한 '수진'의 모습은 점점 부각이 된다. 전화를 받는 텔레마케터, "을"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알겠다던 '수진은' 식당에서 당당히 "갑"이 되었다.

'지은'은 기계같다며 무딘 감정 표현에 핀잔을 받았지만 사실은 '수진'만큼 "탈이 난" 사람이었다.

나는 쉴 새없이 걸려오는 전화로 바쁜 사무실 풍경 속에서 공중전화를 걸고 웃으며 돌아오는 '지은'을 봤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다. 아, 그랬구나.. 싶을 때 이미 '지은'은 콜센터에 없는 사람이 됐고, 이는 '수진'이 어떤 방향으로든 다시 변화할 수 있을 사건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어쩌면 "탈이 난" 사람 중 하나일까. '지은'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탈이 난" 사람. ​

​조명이 꺼진 후에도 가슴에 먹먹함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극, <전화벨이 울린다> 였다.





2016.아트인사이트_태그.jpg

 
[이지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