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쭐대던 글쓰기는 이제 뒤로 하고 말에 '힘'을 싣자.

글 입력 2018.04.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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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공부 4.jpg
 


첫 인상


그것은 노크가 아니었다. 마치 망치로 문을 때려 부수는 격이었다. '안녕?'이라는 격조높은 인사말이 아니라 '이제 그만 깨어나!'라는 식의 고함소리였다. <카피공부>라는 책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왜일까? 언제부터 글을 쓰는 것을 즐겼던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니 나 스스로에게 반문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언제부터 글을 썼니? 어떤 글을 썼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었니? 글은 너의 무엇이니? 너는 글로 세상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니? 그렇다. 어느순간 부터인가 나는 글을 쓸 때 스스로 게을러지기를 자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머릿속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글로 옮길 때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집어든 곳은 바로 지하철 안이었다. 그것 또한 게으름의 시작이었다. '집에서 시간 내서 읽기엔 너무 귀찮잖아.'가 나의 답변이었다. 사람이 북적했던 1호선에서 이 책의 초장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얼굴이 붉어짐을 참지 못했다. '아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서 더운가?'싶은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의 그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머리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가슴이 외치고 있었다.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은 나를 향한 비방이자 마음 따뜻한 충고라고!

그렇게 이 책은 내 마음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


19_광고쟁이를 비즈니스맨으로 만들어주는, 더 없이 귀중한 요소는 '상식'이다.


문제를 찾은 느낌이었다. 글을 쓴다는 사람이 책을 이렇게 읽지 않아서야 나 원 참! 이렇게 무식해서 될 일인가 싶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능통해야 한다고. 그래야 글감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글감과 글감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이다. '글감'이라. 나는 지금까지 너무 내가 좋아하는 것에만 편중되 있지는 않았던가? 옆 사이드에 가림막이 쳐진 안경을 쓴 채로 '모든 세상이 보인다!!'라며 큰소리 떵떵 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비단 광고에서 뿐만 아니라, 편지, 레포트, 독후감 등등, 그리고 연설, 설득, 강연 등등 말하기에서도 상식이라는 요소는 상당히 중요하다.


139_발전적인 사람에게 졸업이란 없다. 시야가 계속해서 넓어지는데,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다.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다.


무척이나 공감됐다. 입에서는 절로 '당연하지'라는 외마디 혼잣말이 나왔고, 고개는 나도 모르게 끄덕여지고 있었다. 발전적인 사람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진취적이다, 추진력이 좋다-라는 단어들과 함께 묶어서 표현한다. 사람은 언제나 움직이고 또 생각한다. 그렇기에 발전하는 것이다. 시대가 흐름에 다라 사람이 발전하고, 그 흐름에 따라 말의 조합이나 요소 또한 달라진다. 항상 생각하고 파악하고 배우고 또 겸손해야 한다.


302_취미나 관심사가 다양할수록 더 좋은 광고쟁이가 될 것이다. 학자이자 작가, 라디오 진행자이기도 했던 윌리엄 라이언 펠프스는 이렇게 말했다. "다양한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치고 불행한 사람은 없다."


이것이 내가 불행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를 뒷받침해주는 말이었다. 이 대목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남들은 크고 넓은 단 몇개의 땅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봤을 때 내 땅굴은 제각각 파다만 땅굴처럼 몇십개의 땅굴이 좁게 파여져 있다. 그러나 내 땅굴은 끝없이 내려가는 깊음을 갖고 있다. 아무도 나의 땅굴에 들어오면 그냥 나갈 수 없다. 나의 재미있고 즐거운 세계관에 빠져 허우적댈테니까.


406_3주간 생각해서 30분 안에 써라.


괜히 말이 길어지고, 쓸데없는 미사여구만 늘어놓는 나에게 좋은 조언이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확실히 글을 쓰기 전, 주제에 대해서 차분히 생각하고, 개요를 짜고, 애정을 쏟은 글이 나중에 읽었을 때 더 매끄럽고 아름다우며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에는 재간이 없다. 글에는 속임수가 없다. 글에는 지름길이 없다.


435_'소(cow)'는 신성할지 몰라도 '헛소리(bull)'는 절대 신성하지 않다!



534_내가 가장 좋아하는 네 문장 : 퉁명하지 않으면서 짧게 말해라. 기발하되 교활하지 말라. 할 말을 해라. 언제 멈출지 알아라.


마치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영양가 가득한 수제 쿠키 같은 문장이었다. 글에 관련된 치트키이자 바이블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간결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색다르지만 묘하게 배낀 느낌이 없게,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말을 할 것. 이보다 더 한 조언이 또 어디있을까.


787_시대의 흔적: "주피터가 깨끗이 청소해 드립니다." - 일리노이주 에반스턴 외곽(이 책이 쓰일 즈음 미국에서 주피터라는 이름의 탄도 미사일이 개발되었다. by 옮긴이)


미국 땅을 밟아본적도, 그들의 조크를 이해한적이 5할 밖에 되지 않는 나조차도 피식-하고 웃게만든 문구이다. 무례하지 않은 적당한 위트함이란 이런 것일까?



끝 마디


사실, 영어 원서로 쓰여진 책이라 그런가, 번역투의 문장은 이따금씩 집중을 깰 수 밖에 없었고, 몇몇개의 미국 조크는 썩소만 유발할 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말들은 거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국가와 언어를 초월한 말과 글의 위대함이란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이 분명할테다.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100% 공감을 자아내는 글이란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어떻게하면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내 글을 마음 깊숙이 도달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은 어떻게하면 그런 나의 고민의 해결책을 더욱 원활히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일말의 힌트를 줬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글 중에서 이런 뉘앙스의 글이 있었다. [나는 청중들로부터 '아 좋은 설교였어~'라는 말 보다는 '그래 이제 무언가를 해봐야겠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 문구를 마지막 퍼즐조각 삼아, 나는 이제 이 글을 끝맺어 보려고 한다. 글을 읽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 보다 느낀바를 하나하나 실천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 그것이 내가 <카피공부>라는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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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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