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볍게 묵직한 단어, 카피공부
글 입력 2018.04.04 19:53
-
[Review]가볍게 묵직한 단어카피공부책을 읽으면서 포츈쿠키와 트위터가 생각났다. 그것들은 대부분 책의 독특한 구성과 관련되어 있다. 책을 읽는 것은 포츈쿠키를 까는 것과 같다. 궁금증을 가지고 과자를 까다보면, 흥미로운 문구가 적힌 슬립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슬립들이 별 생각없이 와닿지만, 간혹 발견하는 슬립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카피공부>는 짧은 글들을 이리저리 흩어 놓았다. 필자는 책을 피기 전까지 긴 줄글로 이어진 페이지를 마주할줄 알았다. 다독가라면 다독가인 필자로서도 처음보는 구성이었다. 이런 구성 때문에 <카피공부>는 책을 본다기보다, 핼 스테빈스의 트위터를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60년 전에 쓰인 이 책이 좀 더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책의 이러한 특성도 한 몫 했으리라. 반신욕할 때 슬쩍 들춰보거나, 통학 시간에 틈틈이 읽기 좋은 책이었다.<카피공부>는 주머니에 넣어둔 스낵처럼 꺼내먹기 좋은 글이다. 하지만 이 비유는 '빠르고' '편하다'라는 것이지, '정크푸드'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417:카피에서 재치와 팩트 중에하나만 골라야 한다면팩트를 골라라.이처럼 가벼워 보이는 문구들로 채워져 있지만, <카피공부>에는 나름대로 '글쓰기 책'의 구색갖춘 문장들이 많이 있다. 문단, 전개방식,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형식을 차용하는 대신 위트 섞인 동네 형(물론 필자는 여성이지만, 독자는 부디 그 이미지에 주목해주길 바란다)의 조언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책에 마냥 흘려넘어갈만한 내용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흘리듯이 해준 주변인의 조언이 문제를 해결하는 키 포인트가 되는 것과 같다.그런 조언 뿐만 아니라 좋은 카피와 나쁜 카피의 사례가 수두룩하게 실려 있으니, 충분히 '공부'라고 할 수 있는 지점이 여러군데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581:카피에 대해 쓰는 것보다카피를 쓰는 게 더 빠르다.가볍게 읽을만한 문구들이 쭉 나열되어 있지만, <카피공부>의 진미는 '가벼움'보다는 '위트'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581번 문장이 가장 좋았다. 카피를 공부하기 위해 책을 들춘 사람들에게 던지는 저 문장은 웃음이 터져나오게 한다. 맞는 말이다. 카피는 수많은 흥미의 산 꼭대기 위에서 핀 꽃의 찰나와 같다.<카피공부>에는 이런 위트가 넘친다. 다양한 관심과 흥미 속에서 훌륭한 카피가 탄생한다는 저자의 사상처럼, 책에는 조금 산만하지만 광범위한 단어들이 정리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카피공부>는 카피와 참 많이 닮아있다. 책을 읽고나면, 카피라이터가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는 모두 위트와 호기심이 넘치니 주저할 필요는 없다. 펜을 들고 장난 스럽게 휘갈겨 보자.카피 공부매일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원 제: COPY CAPSULES지은이: 핼 스테빈스(Hal Stebbins)|옮긴이: 이지연분 야: 자기계발, 광고, 글쓰기발행일: 2018년 3월 1일펴낸곳: 윌북면 수: 304면|가격: 14,800원
[손진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