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을 담아내는 예술가, 알베르토 자코메티展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4.0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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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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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하여 걸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 같아 보이지만 사람이라기엔 너무나 앙상하고 길쭉하다. 보면 볼수록 오묘한 기분을 갖게 만드는 이 조각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예술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 ‘걸어가는 사람’ 이다. 세기의 걸작이라 불리우는 이 작품과 더불어 알베르토 자코메티라는 예술가와 마주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조각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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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자코메티는 1901년 10월 10일 스위스 스탐파에서 태어났다. 그가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의 밑거름은 그의 가정환경에 있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아버지인 지오반니 자코메티는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화실에서 생활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그는 자연스럽게 예술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처음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회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그는 어린나이서부터 재능과 작품성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회화로 인정받던 그가 어째서 조각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일까? 그는 조각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했는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장 이해하지 못한 영역이 조각이었기에 그것을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고. 그의 답에서 그의 예술적 가치관이 느껴진다.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뇌했던 그는 그의 작업을 실패를 시작으로 한, 끝없는 탐색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치관을 갖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조각을 해온 그는 예술사에 길이 남을 20세기 최고의 예술가이자 조각가가 되었다.




영감의 원천-자코메티의 뮤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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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예술가였던 아버지의 영향, 선천적인 재능 그리고 끊임없이 예술관을 발전시켜온 그의 노고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뮤즈들이 있었기에 그의 예술성은 더욱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기억을 남겨주고 떠난, 남자를 삼켜버리는 여자 이사벨과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 아네트, 그를 마지막까지 열정에 불타오르게 한 캐롤린. 그리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형의 예술 활동을 지지해주었던 그의 동생 디에고 자코메티까지.
 
그가 있기 전 이 모든 이들이 그의 영감이 되어주었기에 예술가로서의 그가 존재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가 인상 깊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작품 옆에 수많은 스토리보드를 통해 자코메티와 그의 사람들에 관련된 일화들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코메티의 이야기 뿐만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자코메티의 세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마지막 숨이 다할 때 까지
    
실제로 죽음을 목격한 이후, 삶이 흔들리게 된 그는 인간존재의 덧없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후 영원성에 대한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고 이에 대한 고뇌는 그의 예술세계를 무한하게 확장시켜주었다. 그는 조각가는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사람의 생명력은 바로 눈빛에 담겨 있다는 발상에 매료되어 모델의 시선에 집중하게 되었다. 살아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그는 자신의 조각을 영원히 살아있게 하기 위해 시선과 눈빛을 담고 있는 두상작업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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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눈빛에 담긴 생명력을 탐구해왔던 그는 죽음을 앞두고 로타르 좌상을 만들어냈다. 마치 죽음에 대해 해탈한 듯한 눈빛을 머금고 있는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자 최고의 걸작이 되었다. 자코메티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실제로 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허공을 응시하는 시선 속에서 인생의 회환, 비통함, 그리고 그 것을 초탈해내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의 원본 작품을 본다는 것은 굉장히 귀한 경험이다. 이번 알베르토 자코메티展에서는 그의 작품을 생생히 마주할 수 있을뿐더러 그의 예술관을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던 묵념의 방에서는 그의 또 다른 걸작인 ‘걸어가는 사람’의 원본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 교과서 한 구석에서만 보던 그의 작품을 실제로 마주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단 하나의 바리케이드도 없이 어두운 방안에서 가까이 마주한 그의 작품은 ‘전율’ 그 자체였다.

사람의 형상이라기엔 너무나도 앙상한 모습을 한 조각이었지만 그 조각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딘가를 응시하는 그 시선에서 자코메티가 그토록 표현하고 싶어 하던 ‘살아있음’을 느꼈고 그 조각상을 만들어내며 자코메티 그가 품고 있었을 상념 하나하나가 느껴지는 듯했다. 예술의 극치, 한 동안은 자코메티의 세계에 푹 빠져 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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