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각하는 사람 - 행복한 사전 [영화, 문학]

생각의 보따리를 풀어보자.
글 입력 2018.04.0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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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요즘 일본 드라마와 일본 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다. 일본 영화를 평소 좋아하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행복한 사전>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일본 영화가 잔잔하고 감정이 과하게 들어가 있다고 싫어하지만 그게 일본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 아닐까 싶다. <행복한 사전>은 대단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성공하는 이야기도 아닌 작은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너무 크나큰 목표를 잡다 보면 때론 길을 잃는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이 영화는 그런 상황에서의 작은 행복에 대해 말을 하고 있다. 일본영화는 교훈적인 내용이 많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끔 던져주는 이야기에 생각하는 시간은 즐겁다. 이 영화에서는 마지메(마츠다 류헤이)라는 주인공과 사전, 단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마지메 미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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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영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친화력이 생명인 영업에서 그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해 보이고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 같았다. 그러다 사전 편집부에 사전을 편찬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를 영입해 사전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사람들이 무시하는 하찮은 일을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곧 사전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잠을 잘 때도 단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며 악몽을 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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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던 그는 사전을 편찬하면서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이 보였다. 웃음이 많아졌고 사람들과 친해지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나의 사전을 만들어가면서 그도 같이 성장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농담도 할 줄 모르는 그의 진지함이 좋았고 하찮은 일을 하찮지 않게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의 그런 순수함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들은 주인공의 찌질함을 싫어했지만 나는 그 모습이 누구보다 순수하다는 다른 의미로 다가와 그 찌질함이 좋았다. 나도 서툴지만, 누구보다 진지한 사람이 되고 싶다.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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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부라는 출판사에 남들은 알지 못하는 허름한 건물의 사전 편집부가 존재한다. 옛날에는 이름을 알리던 사전 편집부는 스마트 기기가 등장함에 따라 자연스레 소외되었다.

단어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없어지거나 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전 편집부에서는 새로 나온 단어를 사전에 새로 정의하고 추가한다. 사전 편집부는 누구보다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리타분하다는 생각과 반대로 새로 나온 신조어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그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사전 한 권을 만드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람들이 사전을 넘길 때 손을 베이거나 두 장이 넘겨지는 일이 없도록 종이의 두께와 질감을 고려해야 하고 단어의 분류와 순서까지 생각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어떤 단어를 이 사전에 넣느냐 마느냐를 결정해 사전의 성격을 결정하기도 한다.

예전에 사전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책이었다. 공부하거나 글을 쓸 때 두꺼운 사전을 옆에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어느샌가 우리 손에는 두꺼운 사전 대신 한 손에 들어오는 전자사전이 자리 잡았고 이제는 핸드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렇게 사전은 책장에 항상 꽂혀만 있는 존재가 되었다. 사실 우리 집에는 아직까지 책장에 영어사전과 국어사전과 한자 사전이 나란히 꽂혀있지만, 책장에서 꺼낸 기억은 없다. 아직도 인터넷상에서 사전을 만들고 단어를 편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지만, 사람들은 사전 편집부를 하찮게 보고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전을 편집하는 일은 중요하다. 단어를 새로 등록하고 지우고 하는 행동은 글쓰기의 기초가 되고 언어의 중요한 기본 바탕이다.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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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메는 주인 할머니의 손녀를 좋아하는데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줄 말을 찾는다. 그렇게 단어를 찾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편지를 쓰지 못한다. 그(마지메)에게는 글을 쓴다는 의미가 매우 컸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대변해 줄 단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쓰고 읽는 것에 익숙한 요즘 사람에게 이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단어의 의미를 알고 싶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싶다는 거야."라는 대사가 있다. 그만큼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전 편집부에 ‘단어 수집 카드’가 존재하는데 단어 수집 카드란 처음 들었거나 모르는 단어를 기록해 놓은 종이다. 나도 단어를 좋아해서 단어를 적어놓는 공책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 중에 좋아하는 단어에 형광펜으로 색칠을 하는 게 그렇게 재밌다. 책 외에도 웹툰이나 대화 내용에서 좋은 단어를 찾으면 그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별, 비, 카메라, 사진, 사유, 벨벳 등 좋아하는 단어는 수십 개가 넘는다.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제일 먼저 공부하는 것은 단어다. 같은 의미를 가지는 단어 중에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글이나 말이 담긴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글이나 말을 할 때도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 단어는 올바른 뜻으로 올바르게 사용되었을 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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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단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나만의 단어로 공책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사전과 함께 성장해가는 주인공과 함께 생각의 보따리를 풀어보자.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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