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채색 멜랑꼴리 버라이어티, 춘향

글 입력 2018.04.06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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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동화책이나 교과서의 삽화들, 또한 많은 매체를 통해 춘향의 이미지는 단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인 대회 중 하나로 미스 춘향이 있듯, 춘향은 어느 순간부터 단아한 여성, 아름다운 여성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전은 춘향과 몽룡이 사랑에 빠지고, 흔한 집안의 반대 혹은 3자의 개입으로 인한 이별과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해 옥살이를 하게 되는 위기 그리고 출세한 몽룡이 멋지게 춘향을 구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까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전형적인 로맨스 이야기이다.

그러나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멜랑꼴리 로맨스 연극 ‘춘향’은 이러한 우리의 고전적인 생각을 완전히 파괴한다.

고급진 비단 한복을 입고 나올 것 같은 원작과는 달리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은 한복에 동서양을 아우르는 트렌치코트, 낡은 재킷을 걸치고 등장한 춘향과 4명의 배우들 구슬픈 기타 전주에 음산하게 등장하고는 텅 빈 공간을 날카롭게 혹은 멍하니 응시한다. 그런 배우들의 눈빛에 객석도 덩달아 숨죽인다. 내가 숨을 쉬는 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의 정적이 있고는 음악에 맞추어 살랑살랑 움직이던 배우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날카롭게 이동하더니 춘향의 대사와 함께 극은 시작되었다.

연극 '춘향'은 원작에서 가져온 것은 등장인물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 전반적인 스토리 일뿐이다. 지금껏 우리가 생각해왔던 춘향과 몽룡, 그리고 변 사또 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한, 조금은 불량하고 시크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춘향의 모습과, 원작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지한듯한 모습, 끝에 달았을 땐 심히 아이 같은 모습을 띄던 몽룡까지 모든 것이 색달랐던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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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연극 소식을 듣고 본 홍보물에 적힌 '연애와 욕망의 성취와 좌절'이라는 문장이 날 연극으로 이끌었다. 춘향전으로 연애와 욕망의 성취와 좌절을 어떻게 풀어갔을까 하는 의문과 호기심, 또한 나는 잘 알지 못하는 그 감정을 연극을 통해 알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본 연극은 멜랑꼴리 로맨스라는 장르를 띤 만큼 이야기의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은 춘향의 사랑(몽룡, 변 사또에 관한)-로맨스가 주된 이야 기었다. 하지만 결코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로맨스지만, 멜랑꼴리했다. 그게 연극 '춘향'이다.

나는 사실 보면서 스토리보단 연극배우 개개인이 맡은 인물에 집중했던 것 같다. 연극 관람 경험이 적은 나였고, 특히 소극장 공연은 처음으로 배우들을 직접 가까이 봤던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생생한 연기를 가까이서 보니 개개인의 역할과 연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내 또래 비슷해 보이시는 배우분들과 경력이 오래돼 보이시는 배우분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분들이 계셨는데 그분들의 연기에 빨려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중시키는 연기었다. 특히 여성 연기자분들의 눈빛은 보는 나마저 숨죽이고 긴장시키게 하는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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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춘향'의 다양한 역할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 춘향이었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그 역할. 

춘향의 역할은 주가 되는 역할이며 멜랑꼴리 로맨스, 그래도 로맨스의 주축이 되는 역할인데 다른 역할들에 비해 들쑥날쑥한 감정 변화가 보이거나 과장된 행동과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시크하고 공허한 느낌이 가득한 춘향이었다.  비유하자면 춘향의 감정은 저 흑백사진과도 같았다. 무표정이거나 슬픈, 다른 역할들과 비교했을 때 컬러필름과 흑백 필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룡과의 첫 만남과 달콤했던 그 순간, 사랑한다 믿었던 그 사람과의 이별, 후에 만나 사랑한 다른 이를 겨우 사랑한 마음마저 연애와 욕망의 성취와 좌절로 이어진, 사랑을 알게 된 매 순간 자신을 떠나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춘향은 어딘가 공허해 보였다.  그 공허함이 흑백필름 속 춘향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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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극 자체보단 개개인의 역할과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 더 돋보였던 연극이었던 것 같지만, 그 연기와 그 눈빛으로 인해 몇몇 장면들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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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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