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글 입력 2018.04.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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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츠베탕 토도로프 / 아모르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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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를 좋아해본 적은 없다. 어렸을 적 미술관에 대한 책을 읽다가 우연히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보고 너무 놀라서, 그 후로는 그 책을 볼 때마다 그 그림을 다시 보지 않으려고 그 부분의 페이지를 뭉텅이로 잡고 넘기곤 했었다. 그 외에도 고야의 그림은 좋아한 적이 없었다. 하나같이 못생기고 어둡고 끔찍하기만 했다. 사실 지금도 찾아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야의 그림에는 알수 없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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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꿈>


고야의 그림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고야의 생각과 관점이 드러나있다. 그저 그린 그림은 하나도 없고, 알 수는 없지만 의도가 꼭 들어가있다. 궁정화가로서 그린 <카를로스 4세의 가족>만 보더라도, 왕실 가족을 멋있고 우아하게 그릴 수 있었지만, 그는 꼭 초라하고 어딘가 어둡게 그렸어야만 했다.

그리고 두번째로, 고야의 그림은 보는 사람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당시 스캔들을 일으킨 <옷 벗은 마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시선을 반성하게 하고, 자신들의 숨기고 싶었던 치부와 욕망을 들추어 간접적으로 고발한다. 소위 어둡고 칙칙한 고야의 그림들은 비현실적으로 끔찍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하고 혐오감을 자아내지만, 들여다 보면 그것은 사실 현실보다 현실을 닮은 삶의 한 장면이고, 명분으로 포장된 전쟁의 참상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내면의 모습이다.

이러한 면에서 고야의 그림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하고, 이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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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참화36)


이 책은 고야의 사상에 중점을 두고 그의 계몽주의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드러난, 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판화집 <변덕들>과 <전쟁의 참화들>에 수록된 판화 작품 등을 소개하고 분석한다. 그의 그림들만큼 매력적이고 깊이 있는 사상들을 풀어낸 책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을 읽기가 기대된다.





책 정보

▶ 지은이 츠베탕 토도로프(Tzvetan Todorov)

불가리아 태생의 프랑스 역사학자, 철학자, 사회학자, 문학 평론가이다. 소피아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프랑스로 건너가 롤랑 바르트의 영향으로 구조주의 문학 평론을 시작했다. 이후 문학과 언어학뿐 아니라 철학, 역사학, 사상사 등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저술 활동을 왕성히 펼치며 세계적 지성으로 평가받았다.

휴머니즘에 뿌리를 두고 식민주의와 나치의 홀로코스트 문제를 연구하며 서구의 제국주의적 역사 인식을 비판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장으로 재직했고,『환상문학 입문』(1970),『개인 예찬. 르네상스 플랑드르 회화론』(1970),『계몽주의 정신』(2000) 등 30여 권의 책을 썼다. 2017년 2월 타계했다.


고야는 왜 『전쟁의 참화들』을 제작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한 듯싶다.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185쪽


그는 인간 정신 속에 살고 있는 환상들을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내기를 원했으며, “이성의 빛의 부족으로 어둡고 혼탁해지거나 과도한 정념으로 손상된 인간 정신 속에서만 존재해 왔던 형태와 태도들을 눈에 보이게” 가시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동시에 고야는 미신과 환상, 정념이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며 계몽주의의 진척이 인간을 모든 정념에서 해방시켰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상상적인 것은 실제적인 것의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실제에 다가가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이었다.
- 책 소개





『고야, 계몽주의의 그늘에서』


지은이∥ 츠베탕 토도로프

옮긴이∥ 류재화

펴낸곳∥ 아모르문디

발행일∥ 2017년 8월 30일

판  형∥ 신국판 변형

면  수∥ 328면

정  가∥ 16,000원

ISBN ∥ 978-89-92448-63-5 03600


[위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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