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피 공부, 이 리뷰의 제목을 뭐라고 지어야 할까? [도서]
글 입력 2018.04.07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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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의 제목을 뭐라고 지어야 할까?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당장 이 리뷰의 제목을 쓰는 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밖에도 SNS에 짧은 글을 올린다거나, 프레젠테이션이나 레포트의 제목을 정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나는 문장에 생각을 압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했다. 이러한 이유로, <카피 공부>를 읽기 시작했다.이 책에는 광고 카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핼 스테빈스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광고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광고 카피 잘 쓰는 팁‘은 생각보다 여러 방면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403 “짧게 써!” 말은 쉽다. 하지만 한입거리인 단어 속에 산더미 같은 내용을 넣고, 핵심을 알려주고, 몇 안 되는 문단으로 감명을 주고, 소비자의 인간적인 측면을 움직이고, 호감을 일으켜 물건을 사게 하려면 이만저만한 재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짧은 문장 한 줄만으로 다수의 소비자를 유혹한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요소들을 문장에 압축시켜 전달해야 한다.이러한 점에서, 카피를 쓴다는 것은 시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시 창작에 대한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이 수업을 통해 나는 길게 늘여 쓰는 것보다 짧게 줄여 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시를 쓴다면, 분량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쉽고 부담 없이 시 한 편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시를 쓰는 데 얼마나 많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지, 얼마나 체계적으로 내용을 구성해야 하는지를 알고 난 뒤에 시를 쓰려고 한다면, 시를 쓰는 것은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카피도 마찬가지다. 우선 수많은 삶, 수많은 경우를 연구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떠올린 아이디어를 아주 간결하고 매력적인 문장으로 다듬어야 한다. 카피 한 줄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장면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를 읽을 때처럼 말이다.18 적절한 생각에 쉬운 언어를 결합하는 광고쟁이가 일류다.617 “그는 6센트를 돌려주려고 6마일을 걸어갔다.” 누구 얘기일까?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위대한 인물에 걸맞은 훌륭한 헌사다. 그리고 내 눈에는 훌륭한 헤드라인이다.에이브러햄 링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이 문장을 보면 링컨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어려운 단어를 써가며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멋있지 않은가!621 “한 대 가진 사람에게 물어보세요”라고 하면 패커드(Packard) 자동차를 가리키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패커드를 가진 사람에게 물어보세요”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모두가’ 정확히 알 것이다.622 요약 : 최고의 광고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듯이, 최고의 슬로건은 ‘제품 이름을 자신의 일부’로 만든다. 라임이나 리듬에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다.우리나라 광고에서도 패커드의 카피와 비슷한 카피를 찾을 수 있다. '그랜저' 자동차 광고에 이런 카피가 사용된 적이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이 카피는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그랜저 판매에 큰 기여를 했음은 분명하다. 위의 본문처럼, '제품 이름을 자신의 일부'로 만든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목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으니 최고의 슬로건으로 꼽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 훌륭한 카피를 쓰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마음뿐만 아니라 사회의 가치관 등 여러 요소를 꼼꼼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다. (역시 카피를 쓰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카피 공부>에는 좋은 카피를 쓰는 법, 더 나아가 좋은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조언이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핼 스테빈스의 멋진 조언들을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번역이 조금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글을 쓰는 모두가 읽어보면 좋을, 핼 스테빈스의 짧은 글을 끝으로 리뷰를 마친다.1050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면 할수록 이 점을 깨닫게 된다. “인류는 언제나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은 언제나 똑같다.” 오슬러는 예일대학교의 유명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사랑과 희망, 두려움, 신념, 그리고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는 열정들은 바뀌지 않는다.”[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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