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믿고 보는 고전의 재해석,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춘향', 사랑이 뭘까?

글 입력 2018.04.07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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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믿고 보는 고전의 재해석,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춘향', 사랑이 뭘까?


"믿고 보는 고전의 재해석"


이번 아트인사이트의 문화 초대는
연극 '춘향'입니다.

익숙하지 못해
이미 뻔해져 버린 이야기를 신선하게!
연극 '춘향' 리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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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 그 익숙한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이라고 하면 춘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누가 춘향, 몽룡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을까요? 그만큼 우리에게 가까이 또 많은 리메이크작들을 마주했던 고전 중에 고전 작품입니다. 이미 이야기의 변주가 있을 대로 있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뻔한, 그래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고전을 새로 채 구현한다는 것은 어떤 창작 연극보다도 더 많은 고민들이 쌓이고 쌓여야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새롭겠으나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러한 점에게 제게 극단 '떼아뜨르 봄날'은 믿고 보는 고전의 재해석을 선보여줬던 극단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작품은 이번 작품을 포함에 두 작품뿐이지만 이미 신뢰가 쌓였습니다. 처음으로 마주했던 연극은 작년 작품이었던 '트로이의 여인들' 이었습니다. 그 작품 역시 '트로이의 목마'라는 소재로 전 세계에서 하나의 숙어가 되고, 바이러스의 이름이 되기도 했던 고전을 신선하게 새로운 시각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미 정말 매력적인 극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 '춘향'도 그렇습니다. 4월 1일, 연극은 내렸지만 계속 연극의 내용이 머릿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한 '임팩트!'라고 할까요. 적절한 웃음 포인트와 다소 고전 속평면적인 인물들이 입체적인 변모를 보일 때의 카타르시스가 존재하지 않나 싶습니다. 춘향전의 '춘향'과 연극 속의 '춘향'라는 같은 인물이나 묘사를 하는 흐름이 참 다릅니다. 극적인 변화를 위해서라기 보다 그 '춘향'이라는 인물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고전 속 '춘향', 지조와 절개라는 모습으로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 같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랑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던 시기에 나온 작품이기에 더욱 교과서 속 춘향의 평가가 그럴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자 춘향의 모습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춘향'의 '욕망'에 대해서도 다가선 관점이 있었습니다. 기생의 딸이 그 당시 신분상승을 위한 욕망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그래서 몽룡을 기다릴 수 있었다는, 어쩌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충분히 '춘향'에게 있을 수 있는 욕망이었겠지요. 이번 연극 역시 '춘향'을 보는, 그리고 '춘향'이하는 사랑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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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완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언제 TV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님께서 하신 말씀이 인상 깊어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원래 사랑은 불완전하잖아요. 불안정하니까 안정돼 보이는 곳에 새기는 거죠. 안정되면 그걸 왜 새기겠어요. 바위처럼 단단하면.", 놀이공원과 같은 관광명소를 보면 이름과 이름을 새기고 '영원히ㅡ!'라는 문구를 하트와 함께 새겨둔 것을 종종 볼 수 있죠. 남산 위 수많은 자물쇠처럼요. 연극 '춘향'의 사랑은 뜨겁게 불타오르다가도 떠나간 사람을 계속 기다리다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흔들리고, 고통받고, 다시 처음의 사랑을 만났으나 결국 지나가던 어느 이를 마음에 품게 됩니다. 한 사람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것이 완전하다고 정의한다면 전혀 완전하지 않은 사랑의 모습입니다.

본 연극에서는 그런 사랑의 모습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춘향, 몽룡, 변학도, 향단, 방자, 주위 사람들의 대사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특히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과 함께하는 시적인 대사들은 알 듯 말 듯합니다. 모든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할 수 있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완전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람의 감정이, 어떠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뜨겁다가도 주위 환경 때문에 포기하게 되기도 하고(몽룡) 싫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좋아지기도 하고(춘향) 좋아하던 사람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변학도) 한치 앞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불완전해 보입니다.

본 연극에서는 그래서 사랑의 정답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랑이 행복하게 되었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보는 관객들의 감정을 다 흔들어두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학, 공연, 그림, 음악, 예술들은 그것을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정답을 준다기보다 수많은 감정들, 감춰져있던 감정을 깨어나게 하고 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시간을 가지면서 채워지지 않았던 빈틈들을 채워나가 결국에 같은 예술을 즐겼다고 해도 개개인이 다른 감상을 가지게 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본 연극도 그렇습니다. 불완전한 사랑들을 보여주고 정답은 없으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뭘까?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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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기타, 완성되는.

극단 '떼아뜨르 봄날'에서 봤던 공연들은 모두 배우들이 배경이 되고 공간을 만들고, 음악이 이야기를 열고 시대를 만들고 하는 이러한 과정들의 연극이었습니다. 어떤 많은 소품들보다 배우분들 모두가 공간을 만들어내고 음악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연극과 뮤지컬의 어딘가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번 공연 역시 배우분들의 노래와 라이브 세션 분들의 연주가 연극을 완성시켰습니다. 공연에서는 음악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음악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도 정신을 분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극 '춘향'에서는 뮤지컬처럼 배우분들이 만들어내는 화음과 동작들이 하나의 음악의 구성이 됩니다. 눈과 귀가 즐거운, 저 수많은 동선들과 노래와 대사가 뒤섞인, 화자의 변화가 노래로 변하고, 사건을 보는 관점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소 복잡하게 여겨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빠른 템포로 화자가 변해가며 풀어내는 장면들은 제게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

오랜만에 연극이었습니다.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최근 어느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 책 내용 중에서 '대학로 소 연극장의
서늘함을 알게 되었다.'라는 문장이 등장했는데,
참 기억에 남았습니다.

(정확한 문장은 아닙니다.
아마 김애란 작가님의 단편집 비행운의
첫 번째 단편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로 연극들이 가진,
무언가를 바라보는 묘하게 서늘한 관점과
철제 의자의 차가움이 주는 분위기는
어느 좋은 극장을 가도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더욱 새로운 시도가 가득한 공간으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따뜻한 봄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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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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