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첫사랑은 어땠나요?, 'Call me by your name' [영화]

글 입력 2018.04.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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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3년, 이탈리아의 청량한 여름 하늘 아래 엘리오라는 17살의 소년은 아버지의 연구 보조로 오게된 올리버를 만나게 된다. 푸른 하늘 아래 심심하면 수영을 하고, 시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가든 파티를 여는 그들의 휴일. 엘리오의 매번 똑같았던 휴일은 열일곱 번째 휴일에서 올리버를 만남으로써 완전히 다른 휴일을 보내게 된다. 그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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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처음부터 두 사람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거의 올리버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해보지만 어딘가 냉한 구석이 있는 올리버의 행동에 쉽게 다가가질 못한 채 그에게 엄한 심술만 부리게 된다.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고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는 장면까지 눈 앞에서 본 엘리오는 불타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일부러 그의 앞에서 본래 친구였던 여자친구 마르치아에게 일부러 더 진한 스킨쉽을 나누며 그를 잊어보려 한다. 하지만 계속 눈에 밟히는 그에 엘리오는 자꾸만 헛헛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마르치아에게서 풀려고만 한다.

 하지만 올리버 또한 엘리오를 좋아하고 있었다. 나중에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올리버는 그렇게 말한다. 자신은 나름 신체접촉을 통해 마음을 전했는데 엘리오의 표정이 마치 성추행이라도 당한 사람의 표정이길래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이다. 그들은 처음에 화해를 하기로 한다. 정확히는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심술을 그만 부리기로 약속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처음엔 화해를, 그러다 갑작스럽게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고백을 하게 되고 서로 입까지 맞춘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올리버는 엘리오를 피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정말 보고있는 관객의 입장으로서 영화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게 된다. 24살인 그가, 17살인 엘리오를 사랑한다는 것, 그 시절의 유태인들 심지어 동성 간의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아주 많은 생각을 안겨줬을 것이다.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그렇게 말한다. "내가 너를 망치는 것만 같아."라고. 순수하고 어린 사랑이 갑작스러웠던 올리버는 사랑을 확인하고나서도 깊은 고민에 잠긴다. 물론 엘리오의 곁에 있을 땐, 그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돌아가고 나서부터,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뒤늦게 알린다.


"Elio, Elio, Elio, Elio, Elio, Elio, Elio, Elio, Elio, Elio, Elio, Elio…"


 올리버는 그렇게 말한다. 내 이름으로 널 부르고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부르겠다고. 일종의 그들의 언어이기도 했다. 그들이 서로 사랑을 말하는 방식이기도 했고. 엘리오는 올리버의 사랑을 지고지순하게 믿고 그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지만 올리버의 선택은 다른 여자와의 결혼이었다. 그는 하염없이 올리버를 향해 자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에게 계속 사랑을 말해오지만 올리버의 대답은 그 여름의 사랑은 진실이었다라는 말 뿐이었다. 올리버는 사랑하기에 엘리오를 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1983년, 그 시절의 배경을 떠올린다면 올리버의 선택을 우리는 함부로 나쁘게 말할 수 없다. 우리가 함부로 그들의 사랑을 판단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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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영화의 원작은 소설이었다. 안드레 애치먼의 [그 해, 여름손님]. 이 영화의 마지막은 새드 엔딩이었지만 원작으로 따지자면 영화는 딱 절반까지 원작을 보여준 것이다. 두 번째 편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이 영화가 시사하는 점은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당연하게 인정을 받아왔어야 할 동성애에 대해 한창 싸우고 있는 때에 이 영화는 앞으로의 영화들이 점점 바뀌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전에도 퀴어 영화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번 영화만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리고 무려 아카데미의 후보작으로 4번이나 올라갔으니 그만큼 이 영화는 퀴어 영화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뛰어난 색감, 그리고 이탈리아의 매력들을 아낌없이 보여준 영화이기도 했다. 마치 영화에서 관객을 이탈리아로 부르는 듯 했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여름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 배경, 많은 이들이 꿈꾸는 진정한 휴일의 모습, 청량한 하늘 아래 짧지만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 그들의 모습이 아마 이 영화의 매력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은 조심스레 해보는 바이다.

 물론 이 영화는 좋았던 만큼 크게 아쉬워했던 부분 또한 존재했다. 영화 속 엘리오는 마르치아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올리버에 대한 관심, 그리고 서운함을 마르치아와의 육체적인 관계로 풀려고 한다. 마르치아는 엘리오가 자신과 똑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후에 급속도로 식어버린 엘리오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지만 이내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시 친구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영화 속에서 충분히 그들의 사랑을 잘 풀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중 여성을 사랑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사실 좀 아쉬웠다. 이 중 사랑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은 여자들 중 가장 비중을  차지했던 사람은 엘리오의 엄마 뿐이었다는 것에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물론 엘리오의 엄마 역시 마지막에서는 그녀 또한 누군가의 수단이었다는 걸 알고는 더 허망한 마음이 들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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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보고 나의 첫사랑은 어땠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과연 내 생애 이 둘의 사랑만큼 먹먹하고 설레는 사랑을 해본 적이 있을까 아니면 후에 그런 사랑이 나타나기는 할까, 그런 사소한 생각들을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 내가 과연 이들만큼 깊게 누군가를 사랑해볼 수 있을까? 뜨거운 여름 하늘 아래, 사랑을 꿈꿔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를 본다면 누군가는 꼭 이번 여름휴가를 이탈리아로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감미로운 음악 속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Call me by your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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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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