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들의 빛나는 날들, 청춘시대 [문화 전반]

청춘들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글 입력 2018.04.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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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되었는데 여름 냄새가 난다. 날씨가 작년보다 따뜻해 덥기까지 했다. 마트에서 잘 익은 토마토를 싸게 팔고 있길래 냉큼 집어왔다.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 샤워 후에 토마토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여름 느낌이 확 와닿았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나의 여름에 방영되던 드라마 <청춘시대>다. 꽤 오래전에 종영했지만 그 드라마의 분위기와 티비를 보던 여름밤의 내가 그리워 봤던 것을 또 찾아보곤 했다. 원래 한번 본 작품은 절대 보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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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는 대학생들이 한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아가는 일상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청춘을 살아간다. 평범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공감이 가는 장면들이 많아 꾸준히 챙겨보게 된 것이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아픔과 행복, 사랑을 담아낸다. 그런 것들이 나와 비슷하고, 또 공감이 됐기 때문에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모든 청춘들도 제각기의 고민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내가 인상 깊게 느꼈던 장면들을 좀 소개해볼까 한다. 대학생들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기도 하다.



1. 특별한 것을 동경하던 때


 내가 드라마 속 가장 애정 하는 캐릭터는 윤진명이다. 그녀의 삶은 비틀거려 곧 쓰러질 듯 아슬아슬해 보인다. 낮에는 취업 준비를 하고 밤에는 편의점 알바를, 또 주말에는 레스토랑 일을 하던 그녀는 항상 피곤하다. 남들이 즐기는 그 어떤 것도 진명에겐 사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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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식물인간이 된 남동생을 보러 병원에 가는 길에 독백이 흘러나온다. 진명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한다.
 

‘특별한 것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나는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남다른 삶을 살 거라고 믿었다. 죽어도 평범해지진 않을 거라 다짐했었다. 평범하다는 것은 흔한 것, 지루하다는 의미였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평범한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지금 평범 이하다’


 남들의 눈에는 진명의 삶이 평범하게 보였겠지만 그가 생각하기엔 아니었다. 그래서 남들과 똑같아지기 위해 그토록 자신을 혹사시켰던 것이다. 특별한 것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찾고 싶고, 또 평범해지는 것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특별한 것에 집착을 하고, 성공에 대한 압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본질은 잊어간다.

 나는 내가 크면 무슨 대단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세상은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간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를 가두며 혹사시킬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이나는 진명에게 ‘그렇게까지 노력해서 되고 싶은 게 직장인이야?’ 라고 묻는다. 진명에게는 그 ‘직장인’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이 얼마나 간절했을지 이나는 모를 것이다.



2. 나의 스무살


 신입생 시절을 회상하는 예은의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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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였다. 우연이었다. 다만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것뿐이었다. 생각이 비슷한 것도 아니었고, 취미가 같았던 것도 아니었고, 성장 배경이 비슷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같은 줄에 앉았다는 것, 이유는 그뿐이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이 대사가 얼마나 슬프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들은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고 친구가 되었다. 신입생 때가 생각나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들이 우연하게 친구가 된다. 그렇게 대학시절을 그들과 함께 채워나간다. 4학년이 되어서 이유 모를 시기와 질투, 각자 삶을 사느라 바쁜 그들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그냥 신입생 때에 그 풋풋함과 우연히 친구가 된 그들이 시간이 지나 그렇게 된 것이 슬펐다. 옆자리에 앉았다는 것으로 충분했던 그들이었는데 어쩌다 서로에게 상처가 돼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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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들 말고도 의미를 가지는 장면들은 많다. 그래서 나에게 각별한 드라마이다. 그저 서로 부딪히며 성장하는 성장물은 아닌 것 같다. 이 시대 많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기에 그만큼 많은 공감을 얻어낸 것이 아닐까. 청춘은 무조건 빛날 줄만 알았던 나에게 이 드라마는 청춘의 그림자를 보여주고, 민낯을 보여줬다. 더 이상 낭만적인 캠퍼스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 이 현실을 담아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 것이다. 또한 다른 환경에서 자란 그들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서툴지만 응원해주려 노력한다. 그런 모습에서 치유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시즌3이 더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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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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