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두 사람의 만남 : 연극 < 하이젠버그 >

글 입력 2018.04.0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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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내일이 기대되는 삶"
하이젠버그

극 사이먼 스티븐스 / 연출 김민정





하이젠버그_정동환&방진의 3.jpg
 

< Synopsis >

붐비는 런던 기차역.
혼잡한 사람들 속에서
거칠고 충동적인 성격의 '죠지'는
역 벤치에 앉아있는 '알렉스'에게
충동적으로 다가가며,
예측 불가능했던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우연하고 특별한 이 만남은
낯선 두 사람에게
예기치 못한 삶으로 안내하며,
그들의 인생을 새로운 삶으로 일순간 바뀌게 된다.

*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말이에요.
그것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빨리 그쪽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내는 건
불가능해요."

- George Burns 대사 중



< Preview >

   
  ‘대상을 정확하게 관측하여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쉽게 설명할 수 없다, 정도의 의미로만 받아들인다면 낯설지 않은 문장이다. 그러나 이 내용을 다름 아닌 과학자가 주장했다고 한다면? 아마 의아해 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사물과 우주를 치밀하게 관측하여 최소한의 오차로 세계를 설명해 왔던 ‘과학의 언어’를 과학자가 포기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의 원리’로 과학계뿐만 아니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인물이다. 원리라기보다는 대전제에 가까워서 중대한 선언처럼 다가온다. 시(詩)적인 과학. 그래서 도발적인 과학. 물체의 운동량이나 에너지, 힘과 같은 것들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고전역학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 거시세계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미시세계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사물의 본질적 실체에 관해서는 달리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과학이 인정해야만 하는 숙제였다. ‘불가능’을 전제하고 다가서는 것. 오직 ‘확률’로서만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양자물리학의 세계를 관측하는 방법론을 광대하게 확장시켰다.
   
  물론 현대물리학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과학의 지평에 새롭게 발생한 ‘불가능’이라는 대륙은 전방위에 대지진을 일으킨다. 철학, 예술,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했고, 이 원리는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인간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깊게 관여하기 시작했다.
   
  연극 <하이젠버그> 역시 바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감정과 사건들을 ‘불가능’의 시선으로 그려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사랑’ 혹은 ‘사랑의 아군이라 부를 수 있는 감정’에게 인간들이 기대하는 것은 영원함 혹은 일체감이었다. ‘언제나’, ‘항상’, ‘꼭’, ‘반드시’의 장(場) 안에 욕망하는 대상을 가둬두려 하는 심리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과는 모든 것을 나눌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게 되는 것일까. 우리의 상태가, 그리고 삶의 방향이 언제나, 항상, 꼭, 반드시 그렇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연극 <하이젠버그>는 바로 그 점에 집중한다.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와서 너무나도 다른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앞에서 불안정하기 그지없는 현재를 살더라도 버티며 사는 모습, 그런 두 사람의 만남. 내가 과연 주인공들의 감정에 얼마나 깊게 이입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쩌면 위안을 얻어갈 수 있을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걸어본다. 알 수 없는 사람과 알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의 부정성은 도리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어떤 유대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 줄 수 있다. 오히려 믿음직하지 않나. ‘쉽게 안다고 말하지 않기’, ‘쉽게 영원을 말하지 않기’를 지키는 끈끈한 ‘함께’라니.
   
  ‘예측 불가능한 내일이 기대되는 삶’

  당찬 슬로건을 내건 이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근거가 전혀 없는 삶이라도 얼마든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두 사람의 만남을 얼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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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스티븐스 Simon Stephens

현대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들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이먼 스티븐스는 로얄 코트 극장(Royal Court Theatre)에서 신진 작가 육성프로그램(Young Writers Programme)을 지도하였으며, 영국 왕립 국립극장(Royal National Theatre)에서 최초의 상주 작가로 활약하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삶의 희망, 진실성, 그리고 또한 폭력성과 절망 등을 다루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2001년도 작[Port]부터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2013년도 각색 작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까지 수 많은 작품들이 영국 올리비에 어워드, 미국 토니 어워드 등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는 등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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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젠버그
- HEISENBERG -

일자 : 2018.04.24(화) ~ 05.20(일)

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3시, 6시
일요일 오후 4시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5,000원

주최/제작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0분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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