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 오로지 워킹맨! [시각예술]

자코메티 특별전, 걸어가는사람에 집중하다.
글 입력 2018.04.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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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MAN, ALBERTO GIACOMETTI


 1월에 보고 왔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전시. 보는 내내 전율이 돋았던 나는 이 전시가 끝나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보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4월 15일 일요일. 이 전시의 마지막 주간이었기에 부랴부랴 보고 왔다. 그리고 꼭 이 전시가 끝나기 전에 보러 가기를 바란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작품은 하나도 보지 않고 바로 마지막 방으로 직행했다. 내가 다시 보고 싶었던 단 하나의 작품은 바로 이것, WALKING MAN,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이 작품 앞에서 나는 한 시간 넘게 앉아있었다. 1월에 보고 왔을 때는 `실존과 시선`에 대한 이야기로 이 전시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이번에는 워킹맨에 대한 이야기만 해보려고 한다.



워킹맨, 시선부터? 발끝부터?

 방 앞에는 관람Tip으로 워킹맨의 눈을 먼저 보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그의 발끝부터 천천히 시선을 올리면서 관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무 지팡이 같은 다리와 형체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손, 앙상하게 마른 몸은 조각으로서 완벽하다거나 미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올라간 나의 시선의 끝에서 워킹맨과 눈을 맞추는 순간 그의 시선을 통해 전율이 일기 시작한다. 자코메티가 말했던 영생.

 이윽고 천천히 다시 발끝까지 시선을 내려보면 야위어 가느다랗게만 느껴졌던 철사 같은 몸, 나약하고 당장에라도 부스러질 것만 같던 조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역동적인 힘으로 한 발짝 내디디고 있는 조각이 눈앞에 있는 걸 보게 된다. 이것이 자코메티가 중요하게 여긴 시선의 힘일 것이다.



때론 뒷모습이 더 많은 이야길 해준다.
 
 앞의 시선을 보고 난 다음에 뒤로 돌아가 워킹맨의 등을 보기를 바란다. 등은 보지 못했던 걸 이야기해준다. 처연함, 슬픔, 우울한 감정들은 앞에서는 연기할 수 있어도 뒷모습에서는 속일 수 없다. 클림트의 포옹이 그러하듯이. 그의 등을 보고 있으면 또 다른 전율이 돋는다. 빳빳한 백지장처럼 꿋꿋이 서 있는 허리와 목으로 이어지는 뒷모습에서 굽히지 않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가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코바나컨텐츠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

 SNS에 올리기 좋은 전시들, 가볍게 즐기는 전시들이 많아지는 트렌드 속에서 굳건히 자신들이 갈 길을 '걸어가는 코바나컨텐츠'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마크 로스코전과 르 코르뷔지에전에 이어 자코메티전까지. 이런 대형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한 코바나컨텐츠에게 실로 감사하며. 그들의 다음 전시는 무엇일지 벌써 기대된다.


[신승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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