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人] 따사로운 지금 이 순간, 극단 '떼아뜨르 봄날' 이수인 연출가

문화인, 그 첫번째 이야기 봄의 따스함을 닮은 극단 '떼아뜨르 봄날' 이수인 연출가 인터뷰
글 입력 2018.04.1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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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化人]
1章.

따사로운 지금 이 순간, 극단 '떼아뜨르 봄날'
이수인 연출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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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로 만물의 생동을 머금고 있다. 이름에서부터 봄의 기운을 담뿍 머금은 ‘떼아뜨르 봄날’은 지난 2006년 첫 걸음을 내딛은 단체다. 창단한지 십 여 년도 훌쩍 넘은 지금에서 ‘떼아뜨르 봄날’은 그 특유의 느낌과 작품성으로 ‘믿고 보는’ 극단이 되었다. 웃음과 울음의 경계를 자유로이 노니면서 인간의 감정과 감정으로부터 피어나는 극적인 순간을 가장 연극답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매 작품마다 신선함과 동시에 고유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데는 이들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연극적 가치가 있다. 창단 이래로 간결하고 절제된 양식미, 시적-음악적 화법, 통렬한 블랙유머를 동반한 강렬하고 감각적인 페이소스를 매 작품마다 담아내왔다. 그 속에서 피어난 것은 하나의 연극 작품을 넘어 독창적인 연극적 미니멀리즘의 이상향이었다. 이는 공연과 음악, 고전과 대중문화 등 장르간의 융합과 공유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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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을 재해석한
연극 '심청'(2016년 作)
ⓒ떼아뜨르 봄날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처럼, 떼아뜨르 봄날은 그들만의 연극적 표현 방식을 습득해가면서 연극 너머의 다양한 장르와 결합을 통한 ‘떼아뜨르 봄날 식’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 간 것이다. 일관된 가치와 방향을 향해 묵묵히 걸어왔기에 지금 이 순간 이들의 존재 이유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빛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무대를 구현하는 것. 이것은 관객들로부터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이들의 존재 이유이자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을 하는 목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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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비극 속 안티고네를 재해석한
'그리스의 여인들' (2015년 作)
ⓒ떼아뜨르 봄날 


요 근래 이들의 행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작품의 인물이다. ‘왕과 나’를 시작으로 사극 속 여인을 재해석하며 무대 위로 불러들이거나, 안티고네와 같은 비극 속 여인들을 촘촘하게 분석하고 새로이 그려나간다. 매 작품마다 무대 위로 불러들이는 인물이 다르긴 하지만, 큰 범주에서 보자면 모두 이야기 속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때때로 사극 속 여인이거나, 고전 속 여인들로 재해석되곤 한다. 얼핏 보기에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 속의 여성 인물들은 ‘떼아뜨르 봄날’ 특유의 연극성과 세심하게 짜인 플롯을 통해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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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속 '춘향'은
멜랑꼴리 버라이어티쇼 '춘향'을 통해 다시 해석된다.
ⓒ떼아뜨르 봄날


심청과 춘향 같은 한번쯤을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이상하게도 ‘떼아뜨르 봄날’만 만나면 낯섦 속 신선함을 머금게 된다. 연기면 연기, 음악이면 음악, 몸짓이면 몸짓, 연극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극적인 나타냄의 다채로움을 마음껏 표현하는 ‘떼아뜨르 봄날’이다. 이러한 다채로움이란 오색빛깔 속에는 창단 이래로 극단의 상임연출을 맡고 있는 이수인 연출가의 탁월한 연출력이 있다. 이 연출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떼아뜨르 봄날’의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과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 이들의 원동력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

Q. 따사로운 봄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떼아뜨르 봄날’은 어떤 봄의 나날을 보내고 계신가요?

"역시 봄날의 매력은 따뜻한 듯 쌀쌀한 듯 변덕스러운 설렘이 아닐까요. 막 공연을 끝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짧은 봄의 기운을 만끽 중입니다."


Q. 얼마 전 성황리에 ‘춘향’을 마쳤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새롭게 선보인 ‘춘향’은 어떤 작품인가요?

익히 알고 있는 춘향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각과 상상력으로 재창작한 작품입니다. 중요 인물들의 캐릭터와 사연을 확 뒤집어놓은 내러티브에 음악과 춤, 간결한 움직임 등이 더해져 일종의 가무극으로 보아도 무방한 작품입니다.

 
Q. ‘왕과 나’, ‘심청’에 이은 ‘떼아뜨르 봄날’의 세 번째 사극 시리즈인 ‘춘향’입니다. 널리 알려진 판소리의 주인공인 ‘춘향’을 무대 위로 불러들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춘향의 어떤 매력에 사로잡히셨나요?

사실 춘향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기보다는 전작 ‘심청’을 보셨거나 안 보신 많은 분들이 심청을 자꾸 ‘춘향’으로 잘못 부르는 경우를 많이 겪다보니 즐거운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냥 ‘춘향’도 해야 할 팔자인가 보다 하고 시작했습니다.
 

Q. 비단 사극뿐만 아니라 ‘트로이의 여인들’과 ‘그리스의 여인들’ 시리즈를 통해서 고전 속 인물들에도 재조명을 다채롭게 하고 있는 ‘떼아뜨르 봄날’입니다. 친숙한 사극의 인물들과 달리 고전 속 인물을 재탄생시키는 데 있어서는 어떤 점에 집중하고 계신가요?

장황하고 장식적인 말들에 감싸여 있어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하지만, 고전 속의 인물들은 대체로 욕망과 감정에 매우 충실한 편입니다. 섬세하기도 하지만 선이 굵지요. 그 인물들의 욕망과 감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부활시키는데 주력하는 편입니다.
 

Q. 봄날의 작품 속 주축이 되는 인물들은 주로 ‘여성’입니다. 계속해서 이야기 속 여성 인물들을 강조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재현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습니다. 남성 캐릭터는 대체로 지배적이거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때문인지 어딘가 단순하고 매력이 없어 보입니다. 여성캐릭터는 어딘가 복잡하고 우울하고 쉽게 규정할 수 없어서 탐구하고 싶은 모종의 매력을 가진 듯 보입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그런 이유 아닐까요.
 

Q. 계속해서 여성 인물을 찾고 무대화하고 계신다면 ‘춘향’ 다음으로도 선보일 캐릭터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요즘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여성 인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현실에서 탐구하고 싶은 대상은 우리 시대의 여배우들입니다만... 아직 특별히 다가오는 인물은 없습니다. 추천 좀 해주시면 좋겠네요.


Q. 늘 신선한 도전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떼아뜨르 봄날’입니다. 연극을 앞에 두고 다짐하는 봄날의 모토와 극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간결하지만 단순하지 않고, 강렬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지만 경박하지 않게."
 

Q. 간결하지만 강렬한 러닝타임과, 배우들의 연기와 조화를 이루는 음악. 떼아뜨르 봄날의 작품하면 자연히 연상되는 모습입니다. 연출가님이 생각하시는 극을 더욱 극답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모든 극적 요소의 활용과 어울림. 특히 움직임과 소리의 적극적이고 섬세한 역할입니다.
 

Q. ‘떼아뜨르 봄날’의 단원들은 단순히 연기를 잘 한다고 해서 맡은 배역을 온전하게 소화해 낼 수 는 없을 것 같아요. 연출가님이 강조하시는 연기 이외의 배우로서의 자질이 있나요?

유연하고 순발력 있는 움직임이 가능하고 깔끔하고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배우를 좋아합니다. 분석적이거나 논리적이기 보다는 감각적이고 충동적으로 작품에 접근하는 배우가 좋더군요.


Q. 마지막으로 ‘떼아뜨르 봄날’과 따스한 인연을 계속해서 맺고 있는 아트인사이트의 구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열렬히 달릴 겁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이 보약입니다.
   
*

인터뷰가 남긴 것은 ‘떼아뜨르 봄날’에 대한 짙은 여운이었다. 무대라는 공간 위에서 극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아낌없이 분출하는 극단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떼아뜨르 봄날’은 그 상태에서 멈추지 않는다. 늘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덧붙이고 또 재탄생시킨다. 문득 ‘儉而不褸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고 문장이 떠오른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이것이 바로 ‘떼아뜨르 봄날’을 기억하고 눈 여겨 보아야 할 이유다.




아트인사이트는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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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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