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을 담아 당신에게 -편지 [영화, 책]

글 입력 2018.04.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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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먹을 갈아 붓을 충분히 적신 후 하얀 화선지에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 줄 시의 구절을 적어 보냅니다. 화선지는 시대가 변하면서 종이가 되었고 그 종이에 마음을 담아 예쁜 봉투에 넣어 스티커로 봉한 후 우편함에 넣습니다. 그러다 편지는 삐삐의 형태로 변해 암호 같은 번호로 마음을 나누고 지금은 삐삐 대신 각자의 휴대폰으로 더욱더 자신의 마음을 직접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달라져 감에 따라 감정의 지속시간과 교류의 시간은 짧아져만 갑니다.

10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알콩달콩 사랑을 쌓아온 인연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1초마다 받는 메시지는 감정의 깊이를 제대로 헤아리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 되었고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시간조차 짧아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급하게 쏟아낸 말과 감정을 주워 담기에 바쁜 하루가 됩니다.

편지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사용하고 다양한 역할을 갖고 나타납니다.
편지라는 공통 주제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츠바키 문구점> 책과 <레터스 투 줄리엣>의 영화를 살펴봅시다.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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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라는 매개체는 인터넷의 메일이 나타나기 전에 사용되어왔다. 전자기기가 익숙해지면서 편지를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요즘은 편지지를 꺼내면 무슨 말을 적어야 할지 몰라 편지 쓰는 게 꺼려진다. 내 감정을 다 담기에는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시답잖은 감정을 담기엔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말을 쉽게 쓸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진정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나타내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사람이 바로 <츠바키 문구점>의 주인공 포포다.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하는 주인공(포포)은 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대필편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글로 마음을 전달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대신 글을 써준다.

대필의뢰를 부탁하는 사람의 사연은 다양하다. 돌아가신 아빠를 대신해 엄마에게 줄 연애편지,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며 거절하는 편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등 편지의 형식도 각각 다르다. 그에 따라 주인공은 펜의 종류와 글씨를 쓰는 배열, 종이, 편지봉투 심지어 우표의 그림까지 생각하며 의뢰한 사람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낸다. 남에게 글로 마음을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편지는 억양과 말의 높낮이를 알 수 없어 마음을 표현하기가 더욱더 어렵지만 포포는 그 일을 아주 잘 해낸다.

나도 가끔 ‘나의 마음을 제대로 된 언어와 문법으로 대신 적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은 아직도 너무 어렵고 중요한 글은 몇 번을 지우며 생각하고 고심해서 쓰게 된다. 그렇다고 적절한 단어를 찾아 적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내가 적을 수 있는 한에서 나의 의도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만큼 글을 써서 남을 설득하거나 감동받게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관계의 시작, 사랑이 시작되는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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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스 투 줄리엣>의 주인공 소피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게 되는데 이탈리아에는 사랑의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보내준다는 줄리엣의 발코니가 있다. 그 장소에는 줄리엣의 비서들이 편지의 답장을 대신 써서 보내준다. 주인공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벽틈에 깊숙이 들어있던 편지를 발견하고 50년도 지난 편지에 답장을 한다. 답장을 받은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소피를 만나게 된다. 50년의 감정이 담겨있는 편지는 할머니에게 또 다른 설렘으로 다가오고 끝맺지 못한 50년 전의 사랑을 찾아 떠난다. 어쩌면 그냥 지나쳤을 인연이 편지 한 통으로 인해 마음을 나누고 사랑의 여정을 함께 떠나는 관계가 된다. 편지가 소피와 클레어를 이어준 것이다.

나중에 이 둘의 관계는 클레어의 첫사랑을 찾아 끝맺게 되었고 소피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작점이 된다. 그들의 50년 사랑은 부부의 사랑으로 끝맺음 된다. 잘 익은 과일처럼 그들의 사랑은 상하지 않고 맛있는 과일주로 완성이 되었다. 과일주는 숙성이 오래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 그들이 쌓아온 50년은 상큼하고 맛있는 사랑일 것이다.

편지는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존재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한껏 모아 넘치기 전에 볼펜으로 감정을 쏟아낸다. 그때의 감정이 종이에 남아있게 된다. 예전의 편지를 다시 펼쳐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놓은 파일집이 있는데 그때의 감정이나 사람이 그리울 때 다시 꺼내 읽어보곤 한다. 그러면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 때 내가 좋아했던 친구, 만났던 사람, 나의 감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마치 남의 편지를 보는 듯 그 시간은 항상 새롭다. 편지는 예전의 나를 되돌아보고 그때의 감정에서 더 나아가 또 다른 감정과 생각을 하게 된다.

*

내가 중학생일 때 펜팔이 유행해서 매일 우편함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언제쯤 편지가 도착할까? 이번에는 무슨 내용이 있을까? 그리고 가끔 스티커나 먹을거리도 들어 있어 편지가 더 기다려졌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편함 안에는 각종 고지서와 홍보성 편지들만 가득 차게 되었고 이제는 우편함을 열심히 기웃거리며 기다리던 편지는 일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별한 날이나 친구들의 생일에는 조그마한 카드나 편지를 써서 직접 보낸다. 설레는 마음으로 온종일 편지를 붙잡고 쓰던 어린 날을 기억하며 그동안 마음을 전하지 못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마음을 전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을까.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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