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미정의 기차역에서 우리는 : 연극 < 하이젠버그 >

글 입력 2018.04.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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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기차역

 

吾隱去內如辭叱都 毛如云遣去內尼叱古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는가.
 

월명사는 먼저 간 누이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이를 노래로 만들었다. 제망매가. 익히들 아실 거다. 교과서에 밑줄 쳐 가며 지은이가 스님이네, 불교적 세계관이네 하는 것들을 달달 외우지 않았던가. 먼 신라 시대의 향가를 전공자가 아닌 이상 다시 볼 일이 뭐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다시 만나니 새롭더라. 누군가를 잃어본 적 없던 열일곱의 나와 누군가를 잃어본 지금의 내가 다르기 때문인지, 짧은 향가도 다르게 다가온다.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는가. 이 행이 왜 그리도 절절히 느껴지는 건지. 1000년도 더 된 슬픔에 공명할 수 있는 건 월명사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테다. 떠날 때 “나는 간다”라고 말해주면, “미안했다”, “고마웠다”, “사랑한다”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인간사는 그마저도 허락해주지 않는 건지 참 원망스러웠더랬다. 원망 다음은 불안이다. 또다시 “잘 가시오”라는 인사마저 건네지 못할까 봐. 그렇게 누군가를 떠나보낼까 봐. 가끔 그런 불안감이 풍랑처럼 새벽을 덮쳐오면, 미정(未定)의 연속인 인생이 위태롭게 느껴진다.

 
[HSB]POSTER-fin.jpg
 

시놉시스

  
붐비는 런던 기차역.
   
혼잡한 사람들 속에서
거칠고 충동적인 성격의 '죠지'는
역 벤치에 앉아있는
'알렉스'에게 충동적으로 다가가며,
예측 불가능했던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우연하고 특별한 이 만남은
낯선 두 사람에게
예기치 못한 삶으로 안내하며,
그들의 인생을 새로운 삶으로 일순간 바뀌게 된다.

*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말이에요.
그것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빨리 그쪽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내는 건 불가능해요."
 
George Burns 대사 중

    
 

미정의 기차역에서 우리는

 
이성의 제자라 불리는 과학에서도 실체를 완벽하게 측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니, 어쩌면 세계는 예측 불가능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달리 말하면, 초망원렌즈가 저 멀리에 있는 피사체를 잡아내고 웨어러블(Wearable) 콘텐츠가 몸의 이것저것을 감지할 수 있는 시대에도 예측 불가능한 건 있다는 거다. 그렇담 확정적인 것, 예측 가능한 것,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확정적인 것, 예측 불가능한 것,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것. 이게 오히려 인간의 삶과 가깝지 않을까. 1000여 년 전 월명사에게도 지금의 우리에게도.
 

하이젠버그_정동환&방진의 3.jpg
  

연극 <하이젠버그>는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우연히 만나고, 이 예기치 못한 만남 속에서 이들의 삶은 예기치 못하게 변한다. 그러나 이 예측 불가능한 삶을 ‘기대할 수 있는 내일’이라고 말한다. 미정의 기차역에서 만난 두 남녀가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더 나은 삶을 꿈꾸게 된다니. 그렇담 그곳엔 원망과 불안을 덮을 만큼의 아름다움과 희망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극작가 사이먼 스티븐스(Simon Stephens)의 작품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더욱 기대된다. 수학과 크리스토퍼의 성장 서사를 환상적으로 엮어냈듯, 과학 원리와 두 인물의 서사를 아름답게 엮어내지 않았을까.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는 서글픈 인간사를 도리어 아름답고 희망차게 느낄 수 있다면야, 미타찰로 향하겠노라는 월명사처럼 도(道)라도 닦을 수 있다. 그러니 원망과 불안을 안고 한번 기다려보자. 예측 불가능함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 줄지, 그 미정에 아름다울 미(美)자를 붙일 수 있을지.



공연정보





INTRODUCTION

공연명
연극 <하이젠버그>

공연 기간 
2018년 4월 24일(화) - 5월 20일(일)

티켓 가격 R석 50,000원, S석 35,000원

공연 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3시, 6시/ 일요일 오후 4시

공연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관람 등급 중학생 이상 관람가

주최/ 제작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홍보/ 마케팅 리앤홍 인터내셔날 070-8795-6767


CREATIVE STAFFS
 
작가 사이먼 스티븐스 

연출 김민정
 
프로듀서 박용호, 석재원

출연
알렉스 프리스트역(Alex Priest)- 정동환
죠지 번스역(George Burns)- 방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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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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