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시대에서 새롭게 만난 바흐 [공연]

글 입력 2018.04.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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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금호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콘스탄틴 리프시츠의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바흐의 음악만으로 짜여졌는데, 개인적으로 이번과 같이 한 작곡가의 음악만을 연주하는 공연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그만큼 바흐의 음악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던 시간이었다.


건반악기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제2번 c단조, BWV813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1번 A장조, BWV807

Intermission

건반악기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제4번 E-flat장조, BWV815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5번 e단조, BWV810


바흐의 이름은 들어 보았어도 그의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는 거의 몰랐던 터라, 공연 전에 프로그램 상의 곡들을 미리 찾아들었다. 처음 받은 느낌은 '큰 인상을 남기는 노래'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잘 알려진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이 아니라 '모음곡'이라는 형식의 곡들이라 낯설기도 했고, 음악 자체가 쇼팽처럼 격정적인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흐의 음악은 그보다는, '별 생각없이' 편안하게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적 음악이라기보다 고상하고 잘 짜여진, 단정한 음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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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콘스탄틴 리프시츠가 표현해낸 바흐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음원으로만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귀로 직접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음악 자체의 감정이 더욱 극대화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과하지 않게, 원곡의 느낌을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정하면서도 다채로운 연주는 때로는 감미로우면서도 명랑하고, 또 때로는 어두운 분위기로 마음을 조이기도 하는 등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 순간에 이리저리 바꾸어 놓았다. 원곡의 하프시코드와는 다른, 피아노의 깊은 음이 주는 매력을 잘 느낄 수 있었다.

감동을 더한 것은 음향뿐만이 아니었다. 열정적인 연주자의 모습은 곡을 더욱 깊이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피아니스트의 시선, 움직임, 떨림 하나하나가 피아노에 녹아들어가면서, 나 역시도 그 속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눈으로는 그의 모습을, 귀로는 선율을 따라가다보니 숨마저도 음악에 맞춰 쉬게 되었다. 이렇게 공연을 감상한 이후 다시 음원을 접하자,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게 바로 공연, 그리고 피아니스트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누구든 클래식이 멀게 느껴진다면, 우선 공연부터 감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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