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건반 위 독특한 바흐 '콘스탄틴 리프시츠'

글 입력 2018.04.1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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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콘스탄틴 리프시츠 Piano



Program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건반악기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제2번 c단조, BWV813(BC L20)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2번 a단조, BWV807(BC L14)
 
I N T E R M I S S I ON
 
건반악기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제4번 E-flat장조, BWV815(BC L22)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5번 e단조, BWV810(BC L17)







첫 연주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연주자에 대한 소개 글을 몇 번 씩이나 읽어본다고 하더라도, 그의 연주를 실제로 듣는 것 보다 더 자세히 그의 스타일을 파악 할 수는 없다. 이것이 나의 첫 느낌이었다.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어느 노래 가사와는 달리, 그의 시작은 굉장히 힘차고 강렬했다. 분명히 이 공연을 보기 전에, 같은 프로그램 곡을 유튜브에서 찾아 듣고 갔을 텐데, 그가 연주하는 바흐는 내가 미리 들었던 다른 연주자들의 그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왜 그가 '바흐 지니어스'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바로크 시대의 종말을 함께 맞이한 당대 최고의 음악가 바흐. 그는 독일 태생으로 독일 전통 음악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물이지만, 주변국인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음악 양식도 차용하여 곡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그 중에서도 프랑스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전 음악가는 바흐이고, 난 그의 바로크 양식 음악을 사랑하지만, 그의 음악은 듣다보면 사실 사람을 졸게 만드는 무언가의 고요하고 잔잔한 안정적인 고동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그의 음악을 들을 때는 심신을 평화로이 다스릴 때, 작업할 때, 잠자기 전이다. 주로 마을을 비우거나, 그 반대로 아예 생각을 정리할 때 듣곤한다. 그러나 첫 곡 프랑스 모음곡이 그런 바흐의 곡과 비슷하게 다가와서 조금 당황했다. '첫 곡부터 이런 졸린 곡을?'이라는 생각이 들며 괜히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

그러나 바흐의 곡은 참 신기하다. 곡을 듣고 있다 보면 '음음-'하며 내적 허밍으로 선율을 탄다기 보다는, 마치 머릿속 극장에서 재연상황이나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머리 속에서 시간 여행을 떠나는데, 그 배경음악으로 삽입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연주자에 집중해보려고 한 나의 다짐은, 이 곡이 중반에 다다를 무렵에 깨지고 말았다. 나는 연주자를 멍하게 응시하며, 잠시 나만의 세계로 떠났다. 내가 자주 써먹곤 하는 바흐 음악의 장점을 다시금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그 상상의 여행도 잠시. 다음 곡이 시작되자 마자, 나와 내 친구는 연주자의 손과 시선과 몸짓 행동 하나하나를 주목하게 되었다. 이전 곡과는 달리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곡이기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주목한 이유는 바로 작가의 독특한 버릇과 특징 때문이었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쿵쾅쿵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게 피아노를 친다. 마치 어떤 괴짜 과학자가 자신의 어두컴컴한 지하 실험실에서 은밀하게 자신의 필살 연구를 준비하는 것 처럼. 그는 무언가 비장한 느낌으로 연주를 했다. 그리고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 하나하나에 굉장한 정성과 힘을 다해 연주했다. 이따금씩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 (아마 아래의 패드 악보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허공을 보다가, 옆을 보다가, 몸을 비틀고, 쭉 펴고, 다시 구부리고를 반복하면서 무언가를 발산해내는 듯 했다. 그의 몸 주변에서 어떠한 오오라가 나오는 것 같았고, 바흐의 영혼과 접선하는 것 같았다. 그는 마치 어떤 달콤한 영혼의 속삭임에 취해, 자신의 목숨과 천재적인 실력을 바꾼 사람처럼, 괴짜스럽지만 열정적인 땀방울을 흘려가며 최선을 다한 연주를 하고 있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그는 의자에 앉자마자 숨 돌릴 틈도 안주고 바로 이 곡을 이어나갔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듯 했다. 그는 굉장히 작은 낭비를 싫어하는 것 처럼 보였고, 불필요한 틈을 혐오하는 완벽주의자 같기도 했다. 모든 천재가 그렇듯,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고 또 강렬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 같았다. 피아노를 벗어나서 걸을 때에는 등이 굽은 평범한 아저씨 같은데, 피아노에 앉자마자 그는 그의 굽은 등 조차 천재적인 면모가 되도록 만들었다.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지막 곡은 사실 조금 지루하게 흘러갔다. 주변에 있는 관객들도 한 사람의 피아노 독주를 (그것도 바흐의 곡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 보니슬슬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다들 시선은 불안정하게 움직였고, 1부 때 쭉 펴져 있었던 허리는 이미 반쯤 구부려져 푹신한 객석 의자에 묻혀있었다. 그러나 곡의 분위기가 시작과는 다르게 흘러가자 다들 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콘스탄틴 리프시츠는 강렬한 연주자이다. 연주와 연주사이에 틈을 두지 않고, 일말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다. 그저 손가락이 뚱땅뚱땅 거릴 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아는 우리로서는 그의 그런 모습이 정말로 대단해 보였다. 한 음 한 음에 모든 정성과 기를 쏟는 것 처럼 보였고, 마지막 클라이막스로 치달을 수록 그의 몸의 모든 땀구멍에서 땀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땀이 홍수처럼 흐르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땀을 흘린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지 않았었는데, 이번년도에 바이올린을 새로 배우게 되면서 왜그렇게 연주자들이 땀을 흘리는지 새롭게 깨달았다. 악보를 보면서도 다 틀려가면서 고작 바이올린 1시간 연습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거의 외우다시피 몇백번 이고 연습하고 또 연습한 곡을 관객들 앞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감성을 듬뿍 담아 2시간동안 연주하고 있는 그. 그런 그의 모습에 온몸에 전율이 끼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이것이 진정한 프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두번이나 앵콜곡을 연주했다. 이전 프로그램들이 다 어떠한 형식에 둘러싸여 예측가능하게 흐르는 곡들이었다면, 그가 앵콜로 선보인 곡들은 그의 괴짜스러움이 잘 묻어다는 곡이었다. 정말 뚱땅뚱땅이 아닌 쿵쾅쿵쾅하는 번개가 치는 듯한 곡들이었고,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 하루 끝에 지쳐 힘든 관객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 곡들이었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공연이 모두 끝나고 친구랑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그 앵콜 곡들에 대한 해석의 의견은 서로 분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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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떤 수식어를 갖고, 사람들에게 이미지화 되기 까지는 (소위 말해 전문가가 되기 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길고 긴 시간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 분야의 '전문'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부하고, 연구하고, 배우고, 탐구하고- 스스로도 큰 노력을 했을 터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도 분명 '바흐'라는 작곡가가 좋아서 걷게 된 길일 테고,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지금의 '바흐 지니어스'자리에 올라 선 것일 테다. 그렇기에 아주 먼나라 대한민국 까지 와서 자신의 연주회도 열 수 있었던 것일 테다.

나는 모든 음악가들을 존경하고 또 사랑한다. 특히나 자신만의 어떠한 색채가 있는 예술가를 아주 좋아한다. 그런 의미로 그는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연주가가 된 것 같다. '틀에 갇힌 바흐'가 아닌 '자신만의 바흐'를 연주하며 건반 위를 독특하게 유영하는 바흐, 아니 콘스탄틴 리프시츠. 그의 연주는 훌륭했고, 또 모든이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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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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