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흐 지니어스 콘스탄틴 리프시츠 피아노 리사이틀 -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클래식]

글 입력 2018.04.1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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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콘스탄틴 리프시츠 Piano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4月-

2018.04.05.THU

금호아트홀


"바흐 지니어스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리프시츠의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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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당일 비가 많이 왔다. 일찍이 도착해 금호아트홀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무척 기대했던 공연이기 때문이었을 거다. 하늘이 짙은 녹색으로 보일 만큼 우중충했다. 곧 들을 피아노 연주회와 오늘 날씨가 과연 잘 맞는지, 이런 허무맹랑한 고민을 꽤 오래 했던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압도되는 날씨였다.

 가장 가까운 카페에 있었음에도 격한 비바람 탓에 잔뜩 무릎 부근이 젖어서야 실내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고작 몇 걸음이었는데. 찝찝해진 옷과 짐처럼 느껴지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 질척이는 것들에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티켓을 받고나서 뒤돌아 느꼈던 건 어느새 흥미가 뚝 떨어졌다는 것.

 그러나 결과적으로 날씨는 연주회와 잘 맞았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축축한 기분으로 의자에서 젖은 다리를 한껏 떨어뜨려 앉아 듣게 된 리프시츠의 연주. 두 번째 곡이 시작할 때 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자릴 고쳐 앉았다. 거의 다 마른 바지 끝을 쓸어내리며 유쾌해지던 그 순간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미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크지 않은 홀, 그를 바라보며 숨을 죽여 앉은 관객들, 그 묵직한 고요 속에서는 의자를 고쳐앉는 작은 소음마저 잘 어울렸다.

*

 호남형의 그는 연주 전 살짜기 웃어보였다. 크고 선한 눈매는 그의 연주가 꽤나 부드러울 것 같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는데, 그건 완전히 엇나간 예측이었다. 연주를 시작하며 그는 턱을 한껏 당기고 피아노를 마치 노려보듯 바라보며 집중했다. 그의 짙은 눈썹이 저돌적으로 피아노를 향한 건 비교적 뒷자리에 앉았던 나에게도 잘 보였다. 두툼한 그의 손날이 꽤 유연하게 건반 위를 움직일 때마다 내 고개도 재미나게 흔들렸다. 내적댄스였는지, 옆 사람도 나의 고갯짓을 보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장 좋았던 곡은 첫 번째 곡이었던 프랑스 모음곡 제 2번 C단조, 그리고 마지막 곡이었던 영국 모음곡 제 5번 E단조. 전자는 언젠가 한번 들어봐 귀에 익었던 곡이었다. 겅중겅중 건반을 건너다니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곡이다. 후자는 이번 연주에서 처음 들어봤는데, 지금 다시 떠올리려니 흐릿하지만 당시 네 곡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다고 생각했다.

 원래 바흐의 곡을 좋아하기도 했다. 밝고 활기찬 모차르트나 울적하고 거친 베토벤처럼(물론 이런 단적인 형용사들로 그들의 음악을 말할 수 없다.) 어떠한 특징이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지만, 들어왔던(혹은 알고 있는) 그의 음악들에 나는 호감을 가져왔다. 물론 전문가도 아니고 많은 음악을 알지 못해 확언하기 부끄럽긴하지만 말이다. 이번 연주회에서 들었던 네 곡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들어보자면 과하게 밝거나 과하게 음울하지 않고도 듣는 이를 이끌어가는 건반에서의 오르내림이 대단하게 느껴졌달까. '대단하다'는 엄청난(?) 수식어는 그저 꾸밈이 아니라, 비로소 연주가 끝나고 나서 떠오른 느낌이다. 끝나고나니 큰 감정소모가 없었음에도 긴 시간 꾸준히 곡과 연주에 집중해왔더라. 아마 바흐와 바흐 지니어스라 불리는 리프시츠의 조합 덕분이었겠지. '바흐 천재', '바흐의 DNA를 이어 받은 자'라는 수식어에 감히 동의의 표를 던질 만큼의 역량이 나에게는 없지만, 그의 연주는 실로 대단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

*

 금호아트홀에서 주최하는 <아름다운 목요일-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는 처음이었는데,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이처럼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혹시 클래식에 문외한이라든가, 관심이 없다든가, 하는 걱정에 쉽사리 향유하지 못하고 있거나, 금전 대비 만족하지 못할까 고민이 된다면 그 편견을 버릴 용기를 한번쯤 내보기 바란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채 보지 않아도 한아름 가지고 돌아올 것들이 많다. 나는 도리어 버리고 오기도 한다. 찌꺼기 같은 잡생각들이나 일상의 집중을 방해했던 고민들. 연주 동안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향유라면 무엇인들! 이상, 평범한 클래식 애호자의 리뷰였다.

  

< PROGRAM >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건반악기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제2번 c단조, BWV813(BC L20)
French Suite for Keyboard
No.2 in c minor, BWV813(BC L20)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2번 a장조, BWV807(BC L14)
English Suite for Keyboard
No.2 in a minor, BWV807(BC L14)


INTERMISSION


건반악기를 위한 프랑스 모음곡
제4번 E-flat장조, BWV815(BC L22)
French Suite for Keyboard
No.4 in E-flat Major, BWV815(BC L22)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5번 e단조, BWV810(BC L17)
English Suite for Keyboard
No.5 in e minor, BWV810(BC L17)


연주자의 요청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변경)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2번 a장조, BWV807
건반악기를 위한 영국 모음곡
제1번 A장조, BWV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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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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