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Project. Rewind : 아름다운 노랫말과, 아이돌

글 입력 2018.04.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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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이돌을 좋아한다. 스물 셋이 된 나의 취향을 주변 지인들에게 알리고 나면 하나 같이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왜?’, ‘너 아직 어린 애 아니잖아?’

 ‘아이돌 음악’이라고 하면 유치하면서도, 알 수 없는 영어 단어들이 뒤섞인 가사를 노래할 것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만연하다. 도대체 왜 아이돌의 음악이 낮게 평가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은 사실 우리의 마음속에 깊게 파고들 시적인 표현과, 잔잔하고도 담백한, 가끔은 귀엽고도 뭉클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덕행>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지나간 음악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Rewind'(되감다)이다. ㅡ 본래 프로젝트 명을 ‘역주행’으로 지으려 했으나, 최근 음원차트와 관련한 이슈 때문에 바꾸게 되었다. 숨겨진 명곡들이 대중의 입소문을 타 차트를 역주행하는 현상은 굉장히 좋게 보고 있지만, 그 ‘역주행’효과를 위해 음원차트를 조작하거나 부당한 마케팅을 벌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노하우’라는 이름 뒤에 숨어 차트를 조작하는 경우는 더더욱.ㅡ Project. Rewind의 첫 번째 테마는 아름다운 가사를 노래하는 아이돌 음악이다.



1. 샤이니(SHINee) - 재연 (An Encore)


▲SHINee 샤이니_'재연 (An Encore)'_KBS MUSIC BANK_2015.06.19
[영상 출처-Youtube 채널 'SMTOWN']


익숙함이 준 당연함 속에
우리 사랑은 야윈 달처럼 희미해져
진심이 아닌 모진 독설로 그리 서로를 아프게 했던 시절


 샤이니의 ‘재연(An Encore)'은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이 아닌, 이별 후의 슬픈 상황에 대해 노래하고 있기에 아름답다는 표현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별이 아름답게 느껴질 만큼 노래의 가사는 서사와 은유가 교차된, 우리의  마음속에 잔잔하고도 깊게 다가올 섬세한 감성을 담고 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구절을 수십 번, 수백 번이고 들어왔을 것이다. 이 구절이 이별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을 만큼 짧은 이 문장에 담긴 메시지는 작지가 않다.  익숙함이 준 당연함 속에, 우리의 사랑은 시든 꽃처럼 초라해져 버렸다. 그러나 이 곡에서는 앞서 말한 이유로 이별을 맞이했음에도, ‘우리 더는 정답이 아닌 길로 가지 말자. 다시 막이 오르는 무대처럼, 눈물 났던 영화의 속편처럼, 결국 이뤄지는 두 주인공처럼’ 결국 사랑이 재연될 것이라 노래한다. 이러한 섬세한 노랫말에 이별마저 아름답게 다가온다.



2. 오마이걸(Oh My Girl) - 한 발짝 두 발짝

▲오마이걸_한발짝 두발짝/OH MY GIRL_Step by Step/교차편집_Stage Mix 1080p 60f
[영상 출처 - Youtube 채널 'woniee']


네가 한 발짝 두 발짝 멀어지면
난 세 발짝 다가갈게
우리의 거리가 더 이상 멀어지지 않게
네가 한 발짝 두 발짝 다가오면
난 그대로 서있을게
우리의 사랑이 빠르게 느껴지지 않게

 
 오마이걸의 ‘한 발짝 두 발짝’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녀의 바람이 담겨있다. 날씨가 너무 좋아 그대와 손을 잡고 눈을 마주하는 상상을 한다. 이는 어릴 적 한 번쯤은 겪어본 짝사랑의 감성이다.

 솔직하면서도 꽤나 감성적인 가사는 당돌하면서도 귀여운 소녀의 사랑을 잘 보여주고 있다. 노래 말에 더해,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노래의 선율은 이 노래의 매력을 한 층 더해준다. (이 곡은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벚꽃이 지면’, ‘같은 곳에서’ 등을 작곡하며 작곡돌로 인정받고 있는 B1A4 진영이 프로듀싱한 노래이다.)



3. 빅스(VIXX) - 도원경

▲[예능연구소 직캠] 빅스 The Wind of Starlight + 도원경 (Remix Ver.) @쇼!음악중심_20180106
[영상출처-Youtube 채널 'MBCentertain']


흐드러져 피는 꽃
바람마저 달콤한 이곳은 꿈
너와 함께 있다면 어디든
마음이 나풀대며 불어올 그림 속


 한 편의 시가 아니다. ‘시간 따위 버려두고 널 바라보고, 하얀 달이 뜨면 달에 비친 너를 보고, 낮과 밤이 전부 너야’와 같은 시적인 표현을 보고 있자면, 문학책에서나 볼 수 있던 시들이 떠오른다. 이는 아이돌 빅스(VIXX)가 부른 ‘도원경’의 노래 가사다. 이들은 ‘신선’이라는 동양의 컨셉에 맞게 두루마기와 같은 옷을 입고 가야금이 가미된 반주에 맞춰, 영어 없이 한국말로만 이루어진 아름다운 가사를 노래했다.
 
 어찌 보면 한 편의 시가 맞다. 가사만을 보고 있자면 고전시가와는 사뭇 다른, 감상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시처럼 껴진다. 신선과 선비, 무릉도원, 아이돌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파격적인 컨셉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들은 꼭 알맞은 음악과 가사, 의상, 안무, 무대 연출로 큰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2017년의 마지막 날 선보인 리믹스 무대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2017년 5월에 발매되었던 이 노래의 무대가, 2018년 1월 음악방송에 올랐다.) 한편 뱀파이어, 지킬 앤 하이드, 저주 인형,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컨셉을 통해 '컨셉돌'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빅스는 2018년 4월 17일 타이틀곡 ‘향’과 함께 컴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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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뉴이스트(NU'EST) - Love Paint (every aftern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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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 16일 한참 잠에 빠져 있을 새벽, 음원순위가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꿈나라가 아닌 노래로 새벽을 가득 메우게 했던 그날의 범인은 바로 ‘뉴이스트’였다. 2013년에 발매했던 노래 <여보세요>는 순식간에 1위로 올랐고 다른 타이틀곡들 또한 100위권 안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기적이 찾아온 날이었다. 2012년에 데뷔한 그들이었지만, 프로듀스101 시즌2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그룹명까지 내려놓았던 그들이었지만, 6년간 뉴이스트가 묵묵히 쌓아왔던 노력들을 사실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듯이 빛은 고스란히 찾아와주었다.

 마지막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뛰어오른 뉴이스트는 꽤 길었던 활동 기간답게 다양한 컨셉과 장르에 도전해왔다. 그 중 다섯 번째 미니앨범 ‘CANVAS'는 하루 24시간을 컨셉으로 잡아 각 시간대별로 들으면 좋은 노래들로 채워졌다. 앨범 이름에 따라 수록된 곡들의 가사는 대부분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듯한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MV] NU'EST(뉴이스트) _ Love Paint (every afternoon)
[영상 출처-Youtube 채널 '1theK(원더케이)']


흑백이던 나의 삶에 YOU
내 사랑에 색을 입혀 Painting Painting
단 한 폭의 풍경 같아
온새미로 새미로
온새미로 너를 지켜줄거야
꽃이 피는 동쪽에서 조화로운 Color


 Love Paint(every afternoon)는 ‘CANVAS'의 타이틀 곡 답게 전체적으로 화가의 느낌을 준다. 특히 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흑백과 같았던 무미건조한 삶을 너의 색을 가득 채운다는 후렴구의 가사가 그 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 평범한 일상에 설렘이 쏟아져버린 그 순간을 상대방의 색과 나의 색이 만나 한 폭의 풍경을 만든다고 표현한다. 여기에 더해 사랑하는 사람의 색을 변질시키는 것이 아닌 온새미로, 언제나 변함없이 그대로를 지켜준다는 가사는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사랑을 페인팅으로 비유하여 아름다움을 연출한 이 곡은 한없이 부드러울 것만 같지만, 사실 꽤 힘 있는 보컬로 채워져 반전을 더한다.



5. 뉴이스트(NU'EST) - Daybreak (Minhyun&JR)


▲[M/V] NU'EST(뉴이스트)-Daybreak (Minhyun&JR)
[영상 출처-Youtube 채널 'NU'EST']


From the moon, To the stars
우주를 헤매다 서로를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리다 번진 물감 위에 우리가 흘러내려요


 가끔은 사랑으로 떨리는 가슴을 붙잡으며 잠에 이루지 못할 때가 있다. 혼자 애태움을 느껴야 하는 짝사랑은 더욱 그렇다. 발을 구르며 사랑의 방향을 고민하느라 답답함을 느끼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그리다 보면 그것이 주는 설렘에 이불을 뒤척이곤 한다.

 Daybreak는 이러한 마음으로 가득 찬 새벽을 청각화한 노래이다. 자신의 사랑과 함께 할 모습들을 캔버스에 그려내는 노래의 가사는 몽환적인 곡의 분위기와 더해져 새벽 특유의 포근함을 온전히 귀로 전달한다. 게다가 민현의 담백하면서도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달콤한 목소리는 원래도 아름다운 가사를 한껏 미화시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6. 레드벨벳 (Red Velvet) - 바다가 들려 (Hear The Sea)

▲Red Velvet 레드벨벳_The Red Summer Memories
[영상 출처-Youtube 채널 'SMTOWN']


다시 하늘 한쪽 색이 변하던 그 새벽까지
나누던 너와 나의 소소한 얘기
여름이 들린다
별보다 더욱 반짝이던 깊고 까만 너의 눈
한낮의 해를 닮은 너의 마음
전부 다 이 계절이 품은 이야기


 ‘아름다운’ 가사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겠지만, 가사가 계절을 온전히 담아낼 때 자연스레 아름다움 또한 담아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자 개성이 뚜렷한 사계절은 비유법과 묘사에 있어 무한함을 지닌 한글로 표현될 때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레드벨벳의 <바다가 들려>는 네 개의 계절 중 해가 지고 있는 여름을 노래한다. 적당히 습한 공기에 구름이 높아지고 그림자가 길어지는 여름,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그리운 사람. 여름은 그 사람과 함께 한 계절이자 그 사람을 닮은 계절이었기에 바다소리와 함께 그 사람도 품어냈다고 말한다. 여름 노래라면 꽉 막히게 더운 날씨를 깨버리는 신나고 상큼한 노래를 기대할지 모르겠지만, <바다가 들려>는 감성적인 선율과 차분하고 아름다운 가사로 여름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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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프로젝트에서 추천했던 노래의 가수 '뉴이스트'는 사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룹으로,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겨우 알게 된 아이돌이었다. 지나가듯이 이름은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유명하지 않았기에, 뻔한 노래를 할 것 같은 ‘아이돌’이었기에 그들의 노래가 어떤지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을 열어본 후, 정말 조금의 관심이 더해진 순간, 함부로 그들을 평가절하 했음에 크게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Project. Rewind를 통해 사람들이 그 조금의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실적으로 여섯 개의 노래밖에 쓰지 못했지만, 이번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접한 가사가 아름다운 아이돌의 노래는 수도 없이 많았다. '뉴이스트'는 하나의 예시일 뿐, 충분히 빛을 볼 수 있는 아이돌의 노래들이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그 관심이 생겨나는 데에,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버려지는 데에 ‘덕행’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하나의 발걸음이 되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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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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